[데스크칼럼]
투자 사각지대 '지방 벤처'
운용사 메리트 확대 검토해야···현지 창업자들과 꾸준한 교류 필요
이 기사는 2023년 02월 20일 08시 19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출처=freepik)


[딜사이트 오동혁 IB부장] 국내 벤처투자의 95% 이상은 수도권에서 일어난다. 지방과의 간극이 클 수밖에 없다. 인적·물적 자원이 집중된 영향이다. 정치·경제·문화 등이 수도권에 편중된 상황에서 어찌보면 당연한 결과다. 문제는 이같은 '지방 소외'가 벤처 일자리에도 영향을 미친단 점이다.


정부는 '벤처투자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지난 2014년 지방펀드를 출범했다. 당시 모태펀드는 지방 계정을 신설한 이후 매년 자펀드들을 조성하고 있다. 물론 아직 규모는 미미한 수준이다. 모태펀드 전체 출자금에서 지방펀드가 차지하는 비중은 3%에도 미치지 못한다. 


지방펀드 출범 초만 해도 온갖 편법과 꼼수가 난무했다. 주범은 서울에 기반을 둔 벤처였다. 자본의 성지에서 '산전수전' 다 겪은 이들에게 지방펀드는 '눈먼 돈'과 같았다. 지방에 유령법인을 설립하고, 정작 사업을 서울에서 했다. 이러니 지방 벤처가 육성될 리 만무하다.


지방펀드 운용사인 벤처캐피탈은 이를 알면서도 묵인했다. 아니 사실상 공범이었다. 편법으로 지방펀드 투자를 받을 수 있다며 종용한 곳이 꽤 많았다. 하지만 꼬리가 길면 밟히는 법. 수년 전 국정감사에서 논란이 된 이후 관리감독이 강화되며 이같은 행태는 눈에 띄게 줄었다.


지방펀드를 운용하는 심사역들을 만나보면 공통적인 하소연을 한다. "투자할 벤처가 없다." 지역 기반으로 사업하기엔 시장이 너무 작고, 전국을 대상으로 하는 사업모델은 이미 서울에 다 있거나 또는 기대에 한참 미치지 못하단 게 골자다. 소위 '허접'하단 얘기다. 


그나마 관심 갖고 볼 만한 건 지방 특유 식품·특산물·공예품 등인데, 이 또한 투자하는 게 만만찮다고 한다. 시장 경쟁력을 갖춘 업체들은 이미 오랜기간 성업한 곳이라 외부자금을 받을 유인이 없기 때문이다. 돈 필요 없다는데 억지로 떠맡길 순 없는 노릇 아니겠는가.


상황이 이렇다 보니 최근 운용사들은 서울에 본사를 두고 지방에 공장을 세우는 곳을 주타깃으로 삼고 있다. 지방 현지인력이 채용되는 효과로 주목적투자에도 부합한다는 설명. 그런데 공장을 설립할 수 있는 업종은 제한적일 뿐더러 취업인력의 연령대는 청년이 아닐 수 있다.


물론 투자처를 찾기 어렵단 입장도 이해는 간다. 오죽하면 이러나 싶다. 그런데 한편으론 잔밉게도 느껴진다. 정책자금을 따내기 위해 만든 제안서엔 지방 벤처를 발굴·육성할 '빈틈없는 계획'이 잔뜩 담겨 있지 않았을까. 막상 돈 주니 앓는 소리한단 느낌을 지울 순 없다.


올 초부터 각 지자체에서 잇따라 펀드출자 계획을 내놓고 있다. 정책기관에서 지방펀드 운용사로 선정된 업체에 매칭하는 방식이 대다수다. 출자금 두 배 이상을 해당 지역벤처에 투자하는 조건 등이 포함돼 있다. 심사도 간단해 상반기부터 투자가 일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지금과 같은 시장환경에선 운용사들이 '몰아주기'라는 보다 쉬운 방식을 택하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규모가 큰 소수 기업에 한해 시설자금 등 굵직하고 안전한 투자만 골라 할 수 있단 얘기다. 잘못된 투자로 볼 순 없지만 지방벤처 육성의 취지와는 확실히 괴리가 있다.


서울 기반 운용사라도 지방펀드를 맡으면 현지 상주시간을 늘려야 한다. 이를 위해 이들에게 상향된 관리·성과보수를 주는 것을 검토해 볼 만 하다. 지방 창업인과 소통·멘토링하는 자리를 꾸준히 마련하도록 독려해야 한다. 개천에만 방치하면 용이 안나온다. 벤처는 특히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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