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트진로, 결국 팜컬쳐 청산
사업 성장동력 '상실'…지난해 자산 매각 후 7월 청산 결정
이 기사는 2023년 08월 14일 19시 26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딜사이트 박성민 기자] 하이트진로가 농업회사법인 '팜컬쳐'를 결국 청산한다. 대기업의 농업분야 진출로 영세 농민들이 피해를 입을 수 있단 정부의 지적 때문에 본격적인 사업을 시작도 못한 결과다. 시장에서도 팜컬쳐가 모회사 투자를 받을 수 없었던 데다, 업종 특성 상 해외 시장 공략도 펼치기 힘들어 회사 청산은 예정된 수순이었다고 보고 있다.


하이트진로는 2015년 12월 전북 남원시에 고구마 등 식물 및 기타 식량작물 재배업을 영위하는 팜컬쳐를 설립했다. 당시 하이트진로는 8억1000만원을 출자해 지분 90%를 확보 했으며, 이 외 10%는 이영희 사내이사가 들고 있다.


팜컬쳐는 사업 시작부터 난관에 봉착했다. 같은해 11월 열린 국정감사에서 국내 대기업들이 무분별하게 농업분야에 진출해 영세한 농민들의 피해가 우려된다는 주장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다른 업종 대부분은 영세한 기업이나 상인을 보호하기 위한 제도와 규제가 마련돼 있는 반면 농업 분야 진출은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상태였다. 문제를 제기한 김철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017년 4월 '농업·농촌 및 식품산업 기본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하기도 했다. 자본력과 유통망, 기술력을 바탕으로 시장 지배력을 키워나갈 대기업으로부터 영세상인을 보호하려는 의도였다. 


이에 팜컬쳐는 모기업으로부터 이렇다 할 투자도 받지 못하고 사업을 운영해갔다. 그 결과 이 회사의 매출액은 6년(2017~2022년)간 5100~6800만원 수준에 불과했으며, 영업이익 역시 2000만원 안팎에 머무는 등 장기간 사업이 정체돼 있었다.


결국 하이트진로는 농업 사업이 더 이상 무의미하다고 판단하고 청산 수순을 밟았다. 팜컬쳐는 앞서 12월 전라북도 남원시 아영면 소재 92필지(8만4360㎡, 2만5518평)을 '농업회사법인 유한회사 고구마사랑'에게 10억4000만원에 처분했다. 사실상 이 회사 자산의 대부분을 매각한 것이다. 이후 팜컬쳐는 올 7월 임시주주총회를 열어 해산을 결의, 회사를 청산하기로 결정했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팜컬쳐가 주류가 핵심인 하이트진로의 사업과 관련성도 없었던 데다, 실적도 유의미 하지 않아 청산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시장에서도 하이트진로의 팜컬쳐 청산은 예정된 수순이란 입장이다. 통상적으로 국내에서 규제 대상이 되면 해외시장 공략으로 성장을 모색해야 하지만, 농업의 경우 해당 전략을 사용하기엔 제한이 크기 때문이다.


시장 한 관계자는 "국가의 규제가 들어오면 사업이 성장하기 힘든 환경이 조성된다"며 "이렇게 되면 결국 해외시장으로 사업을 확장해야 하는데, 팜컬쳐의 경우 농업의 주력이기 때문에 해외 공략도 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과거에도 제빵, 대형마트 등이 영세 소상공인을 위한 규제 대상에 오르면서 성장에 제동이 걸린 적이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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