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파면에도 시장리스크 '여전'…금융지주 CRO 고민↑
하루 만에 사라진 정국 불확실성 해소 영향…환율 급등에 CET1비율 관리 고심
이 기사는 2025년 04월 09일 08시 15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딜사이트 주명호 기자] 윤석열 전 대통령의 파면 결정 이후에도 주요 금융그룹의 건전성 고민은 오히려 커지고 있다. 만장일치 탄핵 인용으로 국내 정국 불확실성이 어느 정도 해소됐지만 이어진 글로벌 관세 충격 여파가 원화가치를 다시금 끌어내리면서다. 고환율 기조가 지속되면 금융그룹의 핵심 목표인 CET1(보통주자본)비율 방어에도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4대 금융그룹(KB·신한·하나·우리금융)의 지난해 CET1비율은 모두 잠정치 대비 개선세를 보였다. 다만 KB금융 외 나머지 금융그룹의 경우 금융당국의 선제적 시장안정 조치로 인한 상승효과가 컸다. 환율 변동성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지주 CRO(최고리스크책임자)의 어깨 역시 더 무거워졌다는 관측이다.


9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오후 3시 30분 종가 기준)은 지난 8일 1473.2원으로 주간거래를 마쳤다. 주간 거래 종가 기준으로는 2009년 3월 이후 16년만에 최고 수준이다.  


윤 전 대통령 파면이 결정된 지난 4일 원달러 환율은 가파른 하락세를 보였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장중 1430.2원까지 내려갔다가 1434.1원으로 주간거래를 마쳤다. 지난해 말부터 이어진 정국 불확실성 등 국내발 환율 상승요인이 해소되면서 금융권 역시 리스크 측면에서의 부담감이 줄 수 있다는 기대감이 나왔다.  


하지만 7일 환율이 정반대로 움직이면서 기대감은 다시 우려로 돌아섰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주간 거래 종가 기준으로 1467.8원을 기록해 4일의 하락분을 하루 만에 상쇄시켰다. 미국의 상호관세에 대한 중국의 보복관세 발표가 달러 강세를 이끌었다.


주요 금융그룹의 CET1비율 관리에도 적신호가 켜졌다. 국내 금융지주의 CET1비율은 원달러 환율 10원당 통상 1~3bp의 움직임을 보인다. 외화자산·부채 규모가 클 수록 변동폭도 함께 커진다. 지난해 환율 상승에 따른 4대 금융그룹들의 CET1비율 상승분은 20~40bp 수준으로 나타났다.


4대 금융그룹의 CET1비율은 다소 개선됐지만, 그 배경을 보면 구조적 외환포지션에서 발생하는 시장리스크를 RWA(위험가중자산) 산출대상에서 제외하는 금융당국의 조치를 반영한 효과가 컸다는 분석이다.


구조적 외환포지션은 해외에서 직접적으로 사용하는 자금이 아닌 해외법인 출자금과 같은 비거래적 성격을 지닌 포지션을 뜻한다. 직접 자금 사용시에는 이에 대한 헤징(Hedging)이 일반적이지만 해외법인 출자금의 경우 헤지 포지션을 구축하지 않아 환율 변동에 따라 평가손익이 발생하게 된다.


해당 조치를 적용한 곳은 신한·하나·우리금융이다. 지난해말 기준 신한금융과 하나금융의 CET1비율은 13.06%, 13.22%로 잠정치보다 각각 0.05%포인트, 0.09%포인트씩 올랐다. 잠정치가 12.08%였던 우리금융의 CET1비율도 12.13%로 0.05%포인트 개선됐다. 


특히 해외법인 출자금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하나금융이 가장 큰 개선 효과를 누렸다. 하나금융은 기본적으로 해외법인 출자금과 같은 오픈 익스포져 규모가 커 다른 금융그룹보다 환율변동으로 인한 CET1비율 변화폭이 크다.


우리금융의 경우 구조적 외환포지션 제외를 더 신속하게 적용해 잠정치에 반영시켰다. 업계에서는 우리금융이 동양·ABL생명 인수 상황 등을 감안해 다른 금융그룹보다 빠르게 해당조치 적용을 승인받은 것으로 본다.


KB금융의 경우 구조적 외환포지션 제외 조치를 반영하지 않았음에도 CET1비율이 소폭 상승했다. 지난해말 기준 KB금융그룹의 CET1비율은 13.53%로 잠정치(13.51%) 대비 0.02%포인트 올랐다.


금융그룹들은 올해 보수적인 RWA 관리 계획을 통해 CET1비율 개선을 노리고 있다. 각자 상황에 맞는 컨틴전시 플랜을 짜두고 있지만 환율 변동성 우려가 깊어지면서 추가적인 전략 수립이 불가피하다는 관측도 나온다.


금융지주 CRO들의 면면도 다시금 부각된다. 방동권 신한금융 부사장은 2022년부터 리스크를 총괄해온 베테랑으로 꼽힌다. 강재신 하나금융 상무와 박장근 우리금융 부사장은 지난해부터 그룹 리스크부문을 이끌고 있다. 올해 선임된 염홍선 KB금융 전무는 지주사와 KB증권을 오가며 리스크관리 경력을 쌓은 전문가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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