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머트발', 쿠팡 파페치와 뭐가 달랐나
명품브랜드 네트워크+자본 뒷받침 돼야…'머트발' 위기 속 시장재편 가속화 관측
이 기사는 2025년 04월 07일 16시 59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서울 강남구 발란 본사 로비에 '발란 전 인원 재택근무'라고 적힌 안내문이 놓여있다.(제공=뉴스1)


[딜사이트 노연경 기자] 발란이 기업회생에 들어가고 머스트잇은 경영권을 넘기는 투자 유치에 나서는 등 국내 온라인 명품 플랫폼 기업들이 흔들리고 있다. 시장에선 이번 사태로 명품 브랜드와의 확실한 네트워크와 자본금 없이 버티기는 어렵다는 것이 증명됐다는 반응이다. 결국 온라인 명품시장도 쿠팡과 같은 대기업이 승기를 잡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달 4일 서울회생법원은 온라인 명품 플랫폼 발란에 대한 기업회생 절차 개시를 결정했다. 발란은 단기 유동성 악화로 입점 판매자 정산금을 제때 지급하지 못했고 결국 법정관리를 밟게 됐다. 또 다른 온라인 명품 플랫폼 머스트잇은 사옥 매각과 구조조정 등 자구책으로 버티다 결국 최근 매각을 전제로 하는 투자 유치를 타진하고 있다. 


이처럼 온라인 명품 플랫폼들이 버티지 못하고 시장에서 퇴출되는 이유는 투자시장에 돈이 돌고 있지 않아서다. 일명 '머트발(머스트잇·트렌비·발란)'이라고 불리는 온라인 명품 플랫폼 3사는 지속적으로 투자를 받고 이를 마케팅 비용 등에 쓰는 적자경영을 이어왔다. 그러다 투자시장에 돈이 마르면서 유동성 위기가 불거진 것이다.


투자금을 받는 동안 이들이 시장에 안착하지 못했던 건 지속된 가품 논란으로 명품 구매에서 가장 중요한 신뢰를 쌓지 못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가품 0%'를 주장했던 후발주자 젠테마저 가품 논란에 휩싸이며 플랫폼 전반의 신뢰도가 바닥으로 떨어졌다.


시장 한 관계자는 "'머트발'은 온라인 명품시장 호황을 바라며 시장에 뛰어들었지만 사실상 사업 형태는 명품만 모아 놓은 오픈마켓에 지나지 않았다"며 "병행수입업자가 판매하는 명품을 모아 놓은 사업 형태에는 어떤 혁신성도 없었다"고 꼬집었다.

 

이에 결국 온라인 명품 시장은 명품 브랜드와의 확실한 네트워크가 있으면서 시장이 성장할 때까지 버틸 체력이 있는 플랫폼이 승기를 잡게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대표적으로 거론되고 있는 곳은 쿠팡이 인수한 파페치다. 


2007년 설립한 파페치는 192개국에 서비스를 제공하는 전 세계 1위 명품 플랫폼이다. 병행수입업자가 오픈마켓형태로 입점할 수 있는 국내 플랫폼과 달리 입점 단계부터 엄격한 심사를 거친다. 병행수입과 같은 비공식 유통 형태를 띤 사업자는 아예 입점 자체가 불가능하다.


명품이 가장 큰 약점이 쿠팡은 파페치가 보유한 이 '명품 네트워크'의 가치를 보고 파페치를 인수한 것이다. 샤넬과 같은 최상위 명품 브랜드도 파페치에서는 상품을 판매하고 있으며 오프화이트와 같은 신명품 브랜드는 파페치가 아예 인수해 직접 운영하고 있다.


명품은 온라인 플랫폼이 아직 개척하지 못한 사실상 마지막 시장이다.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2023년 기준 한국 명품 시장규모는 지난해 기준 약 21조9900억원이며 이중 온라인 거래 비중은 12% 수준에 불과하다. 이는 오프라인에서 직접 보고 사야 하는 수요가 많아 온라인으로 구매 전환이 잘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신선식품(23%)보다도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온라인 침투율(한 시장에서 온라인 거래가 차지하는 비중)이 낮다는 것은 그만큼 높은 성장 가능성이 있다는 걸 의미한다. 이에 '머트발' 등이 코로나 팬데믹(코로나19) 기간을 노려 이 시장에 진입하려 했지만 '명품=오프라인'이라는 공식이 채 깨지기 전에 시장에서 이탈하게 됐다.


시장 한 관계자는 "명품도 결국 온라인으로 소비 전환이 이뤄질 테지만 소비자 인식이 바뀌고 시장이 성장하는 데에는 절대적인 시간이 필요하다"며 "결국 기회가 올 때까지 플랫폼을 운영할 수 있는 체력을 갖춘 자본이 있는 플랫폼이 살아남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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