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신라 유동성 점검발목잡은 면세사업…사업다각화 카드 '만지작'

[딜사이트 이승주 기자] 호텔신라가 주력인 면세사업 불황을 돌파하기 위해 사업다각화 추진에 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회사는 최근 정기주주총회에서 정관상 사업목적에 노인여가복지시설 운영업을 추가했다. 시장에서는 호텔신라가 기존 호텔업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실버사업에 진출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호텔신라는 지난해 전년 대비 10.6% 증가한 3조9476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다만 같은 기간 영업손실은 52억원으로 집계되면서 전년 912억원과 비교해 적자로 전환했다. 수익 악화의 주요 원인은 면세사업의 부진 때문이다. 호텔신라의 TR(면세)부문은 작년 3조2819억원(전년비 18.7%↑)의 매출을 올렸으나 697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수익성이 크게 나빠졌다. 2023년 TR부문의 영업이익은 224억원이었다.
호텔신라 TR부문의 부진은 면세업의 구조적 불황으로부터 기인한다. 코로나19 팬데믹 당시에는 중국 정부의 봉쇄령으로 핵심고객인 보따리상(다이궁)의 발길이 끊겼고 엔데믹 이후에는 개별관광객(싼커)와 자유여행객 위주로 여행 트렌드가 완전히 바뀌었기 때문이다. 이들은 면세점보다 올리브영이나 다이소를 방문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에 호텔신라도 TR부문의 사업 및 조직 축소와 인력재배치를 통해 수익성을 확보하려 했지만 적자를 피할 순 없었다.
전체 매출의 83.1%에 달하는 TR부문의 부진은 곧 유동성 지표 악화로 이어졌다. 우선 작년 615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한 여파로 영업활동현금흐름(2023년 2425억원→2024년 687억원)이 큰 폭으로 줄었다. 이에 따라 호텔신라의 현금및현금성자산도 3704억원으로 전년 대비 413억원 감소했다. 이에 더해 이자비용은 지난해 596억원으로 집계되며 2023년 대비 15.4%, 2022년 대비 40.4% 증가하며 부담을 더했다.
더 큰 문제는 현재 국내 면세업이 외부적인 도움 없이는 자생이 어렵다는 것이다. 최근 국회에서 열린 'K면세산업' 토론회에서도 전문가들은 면세업 전반의 제도 개선과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면세점을 이용하는 이용객은 회복세를 나타낼지라도 객단가가 줄어들면서 수익을 낼 수 없는 상황에 직면했다는 것이다. 이에 면세업계는 일부 매장을 철수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신세계면세점을 운영하는 신세계디에프는 부산점에 대한 운영 특허권을 반납하기도 했다.
이에 호텔신라는 돌파구 마련을 위한 사업다각화에 분주한 모습이다. 특히 회사는 지난달 20일 서울 장충사옥에서 열린 제52기 정기주주총회에서 정관 일부 변경의 건을 가결하고 ▲종합휴양업 ▲콘도미니엄 분양·운영업 ▲노인주거·여가복지 설치 및 운영사업 등 사업목적을 추가했다.
이에 시장에서도 호텔신라가 조만간 실버사업에 진출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현재 실버사업은 초고령화 사회 진입에 따른 유망사업으로 평가받고 있다. 실제 시니어 레지던스는 초기 분양에 따른 임대수입 뿐만 아니라 호텔급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지속적인 수익창출이 가능하다는 게 장점으로 꼽힌다. 이에 한국보건산업진흥원도 국내 실버산업 규모가 2020년 72조원에서 2030년 168조원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최근 동종업계에서 실버사업에 고삐를 죄고 있다는 점도 이를 뒷받침한다. 대명소노그룹은 실버사업 관련 태스크포스(TF)를 꾸리고 시니어타운 설립 추진하고 있고 메이필드호텔도 '메이필드호텔스쿨' 부지를 통해 '더해든'이라는 브랜드로 시니어 타운을 조성할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호텔롯데는 시니어 레지던스 브랜드 'VL'을 론칭하고 올해 상반기 부산 기장군에 첫 사업장을 오픈한다는 계획이다.
이와 관련 호텔신라 관계자는 "아직 실버타운을 운영한다는 구체적인 계획은 없다"며 "정관상 사업목적 추가는 이후 다양한 사업확장을 위해 선제적으로 조치한 것"이라고 짧게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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