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유동성 점검호텔롯데, 현금창출력 악화…'자산재배치' 만지작
롯데그룹이 유동성 위기설을 잠재우기 위해 전력투구하고 있다. 그룹의 핵심 부동산 자산이자 랜드마크인 롯데월드타워를 담보로 제공하는 한편 자산재평가·자산유동화·사업구조조정·비핵심 계열사 매각 등 다양한 자구책을 총동원하고 있다. 하지만 롯데그룹의 이 같은 노력에도 시장의 분위기는 냉랭하다. 그룹의 캐시카우 역할을 해온 유통사업과 석유화학사업의 부진 탓이다. 특히 롯데케미칼은 롯데그룹 유동성 위기설의 진앙으로 꼽힌다. 이에 딜사이트는 롯데그룹 계열사의 유동성을 비롯한 재무 현황을 짚어본다. [편집자주]

[딜사이트 이승주 기자] 호텔롯데가 최근 자산유동화와 사업재편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주력인 면세사업이 휘청거리면서 현금흐름이 악화되자 유동성 확보를 위한 적극적인 행동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결국 다운사이징을 통한 '선택과 집중'에 나선다는 계획인데 사실상 기업공개(IPO)가 쉽지 않은 상황에서 대대적인 '자산재배치'가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호텔롯데는 지난달 28일 롯데지주 주최로 열린 기관투자자 대상 기업설명회(IR)에서 유동성 확보 방안을 공개했다. 구체적으로 롯데리츠와 협업을 통한 L7, 롯데시티호텔 등의 자산유동화와 해외 부실 면세점 철수, 월드타워 내 호텔 영업면적 축소 등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이 회사는 국내외 총 31개의 호텔과 리조트, 2개의 골프장, 13곳의 국내외 면세점을 운영 중이다.
호텔롯데가 적극적인 유동성 확보에 나서게 된 건 주력인 면세사업 부진에 기인한다. 호텔롯데의 올해 3분기 연결기준 누적 매출은 3조7420억원으로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인 2019년 3분기 누적 매출(5조3980억원) 대비 30.7% 줄었다. 특히 같은 기간 면세사업부 매출은 2조4478억원으로 2019년 3분기 누적 매출(4조4755억원)에 비해 45.3%나 쪼그라들었다. 면세점의 경쟁 심화는 수익성에도 악영향을 미쳤다. 호텔롯데의 올해 3분기 누적 영업손실은 285억원으로 전년 대비 적자전환했다.
이에 호텔롯데의 현금흐름도 악화되고 있다. 이 회사의 올해 3분기 말 개별기준 현금성자산은 2531억원으로 지난 2022년 3분기 말 7097억원보다 크게 줄어들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전 7조4820억원에 달했던 이익잉여금도 올해 3분기 말 5조7668억원으로 감소했다. 호텔롯데는 그 동안 롯데물산에 월드타워 지분을 넘기는 등 유동성 확보에 신경을 써왔지만 반대로 롯데건설 프로젝트샬롯 펀드에 1500억원을 지원하는 등 출혈도 컸던 것으로 파악된다.

호텔롯데의 재무적 부담 역시 커지고 있다. 호텔롯데의 올해 3분기 말 개별기준 부채비율은 148% 수준이다. 이는 2019년 말 107.3% 대비 40.7%포인트(p) 상승한 수치다. 그 중 1년 내 갚아야 하는 개별기준 유동차입금(사채 포함)은 1조3042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호텔롯데의 3분기 누적 개별기준 이자비용은 1831억원으로 영업으로부터 창출된 현금흐름 1451억원을 상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호텔롯데가 과감한 '자산재배치' 카드를 꺼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앞서 롯데그룹은 호텔롯데 IPO를 통해 일본과 한국롯데의 연결고리를 끊고 지배구조 개선에 나서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다만 호텔롯데의 IPO는 중국의 사드 보복과 검찰 수사 등으로 연기되더니 최근에 들어서는 업황 부진에 사실상 무산되는 분위기다. 실제 호텔롯데의 기업가치는 2015년 15조원 수준에서 현재 3조원까지 떨어진 상태다.
결국 롯데그룹은 호텔롯데의 우량자산들을 국내 계열사들에 매각하는 쪽으로 전략을 수정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 경우 호텔롯데의 기업가치는 하락할 수 있지만 합병·매각 등으로 한국 롯데에 퍼져있는 일본계 지분을 희석시킬 수 있다. 실제 롯데그룹은 최근 호텔롯데 호텔·면세사업부 대표에 정호석 롯데지주 사업지원실장과 김동하 롯데지주 기업문화팀장을 각각 배치했다. 이들이 향후 호텔롯데의 자산재배치 판을 짤 것이라는 전망들도 나온다.
시장에서는 특히 호텔롯데가 가진 부동산에 주목하고 있다. 호텔롯데는 올해 3분기 말 개별기준 5조5800억원의 유형자산과 1조180억원의 투자부동산을 보유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월드호텔과 롯데월드(약 3조 8530억원)을 제외한 나머지 호텔에 대한 매각 가능성이 거론된다. 국내 호텔시장이 5성급 호텔 위주로 재편되면서 L7, 롯데시티호텔 등 3~4성급 호텔은 '세일앤리스백' 방식으로 운영하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분석들도 매각 전망에 힘을 싣고 있다. L7홍대호텔, 울산롯데호텔, 마포시티호텔 등이 대표적이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롯데그룹이 유동성 위기에 당면하면서 호텔·면세사업을 비주력사업으로 분류하고 관련 자산들을 유동화시킬 것으로 보인다"며 "비주력사업의 페이드아웃(서서히 사라짐) 과정에서 호텔롯데의 경우 자산을 처분하고 재배치한 뒤 사업의 형태만 남겨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관측했다.
이와 관련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아직 구체적으로 논의가 시작되거나 검토 중인 사안은 없다"고 짧게 답했다.
롯데호텔앤리조트 관계자는 "본원 경쟁력 강화와 경영 체질개선, 업무의 수치화를 통한 효율성 제고에 적극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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