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유동성 점검
케미칼, 인력감축 등 고강도 자구책 절실
현금창출력 대비 순차입금 18.5배…인력 감축, 비핵심 자산 매각 등 구체적 계획 필요
이 기사는 2024년 12월 12일 06시 00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롯데케미칼 울산공장 전경.(제공=롯데케미칼)


롯데그룹이 유동성 위기설을 잠재우기 위해 전력투구하고 있다. 그룹의 핵심 부동산 자산이자 랜드마크인 롯데월드타워를 담보로 제공하는 한편 자산재평가·자산유동화·사업구조조정·비핵심 계열사 매각 등 다양한 자구책을 총동원하고 있다. 하지만 롯데그룹의 이 같은 노력에도 시장의 분위기는 냉랭하다. 그룹의 캐시카우 역할을 해온 유통사업과 석유화학사업의 부진 탓이다. 특히 롯데케미칼은 롯데그룹 유동성 위기설의 진앙으로 꼽힌다. 이에 딜사이트는 롯데그룹 계열사의 유동성을 비롯한 재무 현황을 짚어본다. [편집자주]


[딜사이트 최유라 기자] 롯데그룹의 캐시카우로 꼽혔던 롯데케미칼이 '그룹 유동성 위기설'의 진원지로 지목되면서 고강도 자구안을 구체적으로 제시해야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최근 3년간 누적된 영업적자는 1조7000억원을 넘은 데다, 석유화학 업황 부진이 지속돼 당분간 경영상황 개선은 어려운 상황이다. 이미 신용등급 하향 트리거를 충족하고 있는 가운데 자산 매각, 희망퇴직 등을 고려하고 있지만 중장기적으로 재무체력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현재 상태로는 역부족이라는 평가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3대 신용평가사(한국기업평가·한국신용평가·NICE신용평가)는 이달 롯데케미칼의 단기 신용등급에 대한 정기평정을 진행할 계획이다. 


이들이 주목하는 것은 19일 열리는 롯데케미칼 사채권자 집회다. 회사채의 기한이익상실(EOD) 조건을 유예 또는 완화할지 논의할 예정인 가운데 그 결과를 반영해 신용등급을 평가할 방침이다. 나아가 한국기업평가는 이번 정기평정 때 장기 신용도도  함께 살펴볼지 내부 검토 중이라는 입장이다. 통상 장기 신용도는 매년 6월 발표하는데, 연말에 살펴보겠다는 것은 그만큼 롯데케미칼의 사안을 엄중히 본다는 의미다. 


롯데케미칼의 신용도는 지주와 계열사 신용도에 영향을 미친다. 국내 신용평가 3사는 롯데케미칼에 대해 2022년 '부정적' 신용전망을 부여한 뒤 지난해 6월 'AA+'에서 'AA'로 신용등급 하향조정을 했다. 더불어 올해 6월 이뤄진 정기평가에서도 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조정한 바 있다. 등급 전망이 '부정적'인 것은 향후 1~2낸 내 등급의 하향 가능성이 있는 경우를 가리킨다. 그룹 주축인 롯데케미칼의 등급 전망이 하향조정되면서 롯데지주, 롯데물산, 롯데렌탈, 롯데캐피탈의 등급 전망도 강등됐다. 


더 큰 문제는 롯데케미칼이 등급 하향 트리거를 지속적으로 건드리고 있다는 점이다. 신용평가 3사는 모두 하향 트리거로 상각전영업이익(EBITDA)/순차입금 지표를 제시하고 있다. ▲한기평 '3.5배 초과' ▲한신평 '4배 지속 초과' ▲나신평 '5배 지속 초과' 등이다. 기업의 부채상황과 상환 능력을 평가하는 지표로, 현금창출력에 비해 순차입금이 얼마나 되는지 보여주기에 수치가 낮을수록 좋다. 롯데케미칼의 연결기준 EBITDA 대비 순차입금 배율은 2022년 14.1배에서 2023년 7.4배로 하락했다가 ▲올해 1분기 9.6배 ▲2분기 9.3배 ▲3분기 18.5배로 급등했다. 


롯데케미칼 EBITDA 대비 순차입금 배수 추이.(그래픽=신규섭)

이 가운데 롯데케미칼은 사채권자집회를 앞두고 원리금 상환을 대비해 예금 2조원 포함 유동성 자금 4조원가량을 확보했다. 한발 더 나아가 EOD 사유가 발생한 2조450억원 규모의 회사채에 대한 신용도를 보강하기 위해 그룹의 상징인 롯데월드타워를 담보로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석유화학 업황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재무 부담이 쉽사리 해소되기 어려워 보인다. 롯데케미칼의 영업손실은 2022년 7626억원, 2023년 3477억원을 기록한 데 이어 올해 3분기 누적으로 6600억원의 적자를 냈다. 최근 3년 누적 적자 규모는 1조7700억원에 달한다. 여기에 시장에선 롯데케미칼이 올해 연 7300억원에 이르는 적자를 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롯데케미칼이 유동성 확보 계획을 내놓았음에도 신용도 하방압력을 줄이기엔 역부족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결국 고강도 자구책을 내놓아야 한다는 게 신용평가사의 지적이다. 업계 일각에선 롯데케미칼 희망퇴직 가능성도 언급되고 있으나 회사 측은 정해진 바 없다는 입장이다. 이미 내부에서는 직원들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구체적으로 인력 감축과 자원 효율화, 비핵심 자산 매각 등의 내용이 나오지 않으면 신용 등급 하향은 불가피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신용평가사 한 관계자는 "롯데케미칼의 경영 상황이 좋지 않으니 할 수 있는 모든 자구책을 동원해야 한다"며 "빌딩 담보로 신용을 보강하는 것을 넘어 보유자산을 현금화해 실질적인 재무구조를 개선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내년에도 중국발 공급과잉과 경기침체로 석유화학 업황이 개선되기 어려운 만큼 신용등급 방어를 위해서는 강도 높은 자구책이 있어야 한다"며 "단기적인 재무 이슈만 해소할 것이 아니라 중장기 재무 안정성을 개선할 방안을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재차 당부했다. 


이에 대해 롯데케미칼은 "추가로 자구책 발표 계획은 정해진 것이 없다"면서도 "자구책이 마련될 경우 시장과 긴밀히 소통하겠다"고 말했다. 

ⓒ새로운 눈으로 시장을 바라봅니다. 딜사이트 무단전재 배포금지

관련종목
관련기사
롯데 유동성 점검 10건의 기사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