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케미칼, 또 수장 교체…"EOD 여파" 해석도
'신동빈 믿을맨' 이훈기 사장 퇴임…LC타이탄 매각에도 속도 붙나
이 기사는 2024년 11월 28일 18시 10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이영준 롯데그룹 화학군 총괄대표 겸 롯데케미칼 대표이사 사장. (제공=롯데그룹)


[딜사이트 박민규 기자] 롯데케미칼이 1년 만에 또 한 번 수장을 교체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믿을맨'인 이훈기 사장이 퇴임하고, 첨단소재 사업을 총괄해 온 이영준 부사장이 구원투수로 등판했다. 회사는 스페셜티 등 고부가 제품 중심의 포트폴리오 전환을 포석에 둔 인사라고 설명했지만, 업계에선 최근 불거진 회사채 기한이익상실(EOD) 문제에 따른 책임성 인사라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28일 롯데케미칼에 따르면 이날 실시한 롯데그룹 2025년도 정기 임원 인사에서 이훈기 롯데 화학군 총괄대표 겸 롯데케미칼 대표이사 사장이 퇴임했다. 이 전 사장의 뒤는 이영준 첨단소재대표가 잇는다. 이 신임 대표는 롯데케미칼 사내이사에만 3번 선임된 인사로, 이날부로 기초소재대표도 겸직한다. 황진구 전 기초소재 대표는 고문으로 물러났다. 이에 따라 롯데케미칼의 체제도 대표이사와 2개 핵심 사업(기초 소재와 첨단 소재)을 각각 총괄하는 2인으로 구성돼 온 3인 대표 체제에서 2인 체제로 바뀌게 됐다.


이훈기 사장의 퇴임을 두고 일각에서는 이례적이란 평가다. 이 사장의 경우 신동빈 롯데 회장의 '믿을맨'으로 알려진 데다, 지난 6월엔 계열사 임원진도 대동해 자사주를 대거 사들이기까지 했기 때문이다. 


이훈기 사장은 롯데지주 경영혁신실장으로 재임했을 때 추진한 일부 인수합병(M&A) 및 투자, 화학군 실적 부진에 대해 책임을 지고 물러나겠단 뜻을 밝혔다는 게 롯데 측의 전언이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이 사장 퇴임의 실질적인 원인은 최근 불거진 회사채 EOD에 있다고 풀이하고 있다. 자진 퇴임이라기보단 '필벌' 인사 기조가 뚜렷히 드러난 사례란 게 업계의 시각이다.


업계 관계자는 "EOD 발생이 이훈기 사장의 연임에 치명적이었을 것"이라며 "최근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던 '롯데 위기설'의 발단은 롯데케미칼의 EOD 원인 사유 발생"이라고 전했다. 롯데 부도설은 청와대에도 보고됐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훈기 사장이 퇴임한 만큼 이후 말레이시아 법인(LC타이탄) 매각에도 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LC 타이탄은 이 사장의 대표적 성과로 꼽히는 만큼, 이 사장 재임 시절 매각이 보류돼 왔다. 이 사장은 LC 타이탄 인수를 추진했으며, 초대 대표도 지낸 바 있다.


새로운 사령탑인 이영준 사장은 당분간 재무 개선과 시장 신뢰 회복에 총력을 기울일 전망이다. 롯데케미칼의 영업이익은 2021년 1조5300억원에서 2022년 마이너스(-) 7600억원으로 적자 전환한 이후 내리 손실을 봤다. 올해 3분기까지 누적된 적자 규모는 6600억원에 이른다.


이런 와중 수익성 악화로 발생한 EOD로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황이다. 롯데케미칼은 다음 달 19일 채권자 집회를 소집해 회사채 특약 사항을 조정할 예정이다. 관계사인 롯데물산이 롯데의 랜드마크인 롯데월드타워를 담보물로 제공하는 등 그룹 차원에서도 이번 문제 진화에 여념이 없다.


동시에 이영준 사장은 화학 사업을 고부가 스페셜티 중심 포트폴리오로 전환하는 중책도 맡았다. 이 사장이 기초 소재 대표를 겸임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라는 게 롯데 측 설명이다.


롯데 관계자는 "이영준 사장은 화학 및 소재 분야 전문가로, 사업과 조직의 체질을 바꿔 화학군 전반의 근본적 경쟁 우위를 확보할 인물로 평가된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이 사장은 1991년 삼성종합화학에 입사한 후 제일모직 케미칼 연구소장과 삼성SDI 폴리카보네이트(PC) 사업부장을 역임했으며 롯데에는 2016년 합류했다. 이후 롯데케미칼 첨단 소재 PC 사업 본부장과 첨단 소재 대표를 차례로 거치며 포트폴리오를 고부가 제품 중심으로 강화하는 한편, 주요 거래선을 지속 확대해 판매량 및 스프레드 축소에 효율적으로 대응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롯데케미칼을 비롯한 롯데 화학군은 이번 인사를 통해 대대적으로 세대 교체에 나섰다. 롯데 화학군은 총 13명의 화학군 최고경영자(CEO) 중 지난해 선임된 롯데알미늄,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LC USA의 대표를 제외한 10명이 교체됐다. 아울러 30%에 달하는 롯데 화학군 임원들이 퇴임했다. 특히 60대 이상 임원의 80%가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상황이다.


롯데케미칼 경우 황민재 신임 첨단소재대표를 중용한 게 대표적인 사례다. 이영준 사장은 1965년생으로 이훈기 사장, 황진구 대표보다 연상이지만 이 사장의 후임자이자 함께 호흡을 맞출 황민재 부사장은 1971년생으로 비교적 '젊은 피'다. 황 부사장은 롯데 화학군의 기술 전략을 총괄하는 최고기술책임자(CTO)로, 연세대에서 화학공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전통적으로 공학도, 특히 화학공학과 출신을 CEO로 등용헤 온 원칙을 고수한 것이다.


시장 관계자는 "롯데지주 미래성장실장인 신유열 전무가 부사장으로 승진, 경영 전면에 나섰다"며 "이에 맞춰 대대적 세대 교체를 시행한 것으로 본다"고 분석했다. 롯데 관계자는 "올해 임원 인사는 과감한 인적 쇄신으로 경영 체질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성과에 대한 엄정한 책임을 물어 본원적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함"이라고 말했다.

ⓒ새로운 눈으로 시장을 바라봅니다. 딜사이트 무단전재 배포금지

관련종목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