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딜사이트 이세정 기자] 현대자동차가 내년 상반기 수소전기차(FCEV) '넥쏘'의 후속 모델을 공개하고 수소 사회 실현에 박차를 가한다. 앞서 현대차는 올 초 미국에서 열린 세계 최대 정보기술(IT)·가전 박람회인 CES에서 수소 에너지의 생산·저장·운송 및 활용을 아우르는 'HTWO 그리드' 솔루션을 미래 비전으로 제시한 바 있다.
현대차는 31일 오전 경기 고양시 소재 현대 모터스튜디오 고양에서 수소에 대한 신념과 비전 공유의 장 '올곧은 신념' 행사를 열고 수소전기차 콘셉트카 '이니시움'을 최초로 공개했다.
이니시움은 현대차가 내년 상반기 선보일 수소전기차의 상품과 디자인 방향성을 담은 콘셉트 모델이다. 라틴어로 '시작, 처음'을 뜻하는 이니시움은 '수소 사회를 여는 선봉장'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특히 미래 수소 사회 구현을 위해 현대차가 지향하는 디자인이 녹아있다.
장재훈 현대차 대표이사 사장은 "현대차는 1998년 처음으로 수소에너지 개발을 시도한 이래 지난 27년 간 우직하게 길을 걸어왔다"며 "현대차의 수소 개발 역사는 '올곧은 신념' '담대한 도전' '뚝심 있는 결단'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장 사장은 "수소는 기후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깨끗할 에너지일 뿐 아니라 우주에서 가장 풍부한 자원이고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공평한 에너지"라며 "현대차의 오랜 신념인 새로운 수소차로 수소 사회의 '퍼스트 무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 이니시움, 신규 디자인 언어 '아트 오브 스틸' 적용…제로백 8초
현대차는 이니시움에 신규 디자인 언어 중 하나인 '아트 오브 스틸'을 반영했다. 스틸의 자연스러운 탄성을 살리고 소재 자체에서 오는 강인함과 아름다움을 강조해 수소가 가진 순수하면서도 강인한 본성을 강조한 것이다. 특히 기존에는 실루엣을 먼저 완성하고 여기에 맞는 소재를 선택했지만, 이니시움의 경우 특성과 지향점이 잘 반영될 수 있도록 소재를 먼저 고르는 식의 변화를 줬다.

이니시움의 램프 디자인에는 현대차그룹의 수소 밸류체인 사업 브랜드인 'HTWO'의 심벌을 형상화한 유니크한 디자인을 적용해 수소전기차만의 정체성을 한층 부각시켰다. HTWO 그리드 솔루션은 수소 산업의 모든 밸류체인을 연결함으로써 생산과 저장, 이동, 활용까지 전 부문의 성장을 견인한다는 내용이 핵심이다. 아울러 이니시움은 볼륨감 있는 펜더, 웅장한 21인치 휠, 견고함을 강조한 도어의 그루브 패턴 디테일로 도심과 아웃도어를 넘나드는 SUV의 인상을 구현했다.
이상엽 현대제네시스글로벌디자인담당 부사장은 "이니시움은 안전하면서도 청정한 수소 에너지의 가능성에 영감을 받아 디자인한 모델"이라며 "고객의 경험을 디자인한다는 신념 아래 수소전기차를 선택하는 고객이 추구하는 가치, 환경을 생각하는 마음, 퍼스트 무버로서의 자부심을 담고자 했으며 SUV 캐릭터의 단단함을 더욱 강조했다"고 말했다.
이니시움은 현대차가 27년 간 축적한 수소 기술을 바탕으로 수소전기차의 강점을 살리고 여유로운 공간과 차별화된 사양을 갖춘 것이 특징이다. 이니시움은 ▲수소탱크 저장 용량 증대 ▲에어로다이나믹 휠 적용 ▲구름저항이 적은 타이어 탑재 등을 통해 650km 이상의 주행가능거리를 확보했다. 또 연료전지시스템과 배터리 성능 향상으로 최대 150kW의 모터 출력을 구현, 도심 및 고속도로에서 더욱 향상된 주행 성능을 제공한다. 특히 현재 판매 중인 넥쏘의 항송거리가 609km라는 점과 비교하면 약 7% 가량 늘어났다.

정진환 현대차 차량개발담당 전무는 "이니시움은 수소탱크 저장용량을 늘리고 휠·타이어 저항을 낮췄다"며 "수소 공급 장치의 성능을 높이고 열관리 시스템 효율화로 배터리 용량을 강화한 결과 제로백(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 도달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8초 이내이며, 시속 80km에서 120km까지 걸리는 시간은 6초 이내로 경쟁사 대비 탁월하다"고 설명했다.
실내는 2열의 공간성 확대가 두드러진다. 뒷좌석 레그룸, 헤드룸을 여유롭게 확보한 데다 시트백 리클라이닝 각도, 리어도어 오픈 각도를 증대했다. 특히 현대차는 수소전기차에 특화된 편의 사양을 적용했는데, 고객의 편리한 충전을 위해 목적지까지 수소 충전소를 경유해 갈 수 있는 최적의 루트를 안내해주는 '루트플래너' 기능을 대표적이다. 고객은 해당 기능으로 경로 중 가까운 충전소의 운영 상태와 대기 차량, 충전 가능 여부 등 세부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또 다양한 야외 활동 시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실내·외 V2L 기능을 탑재했다. 실외단자는 220V 가정용 콘셉트에 직접 연결이 가능하도록 설계했다.
◆ 27년 수소차 역사…장재훈 "모빌리티 넘어 생태계 전반 리더십 강화"
이번 행사에는 현대차의 수소연료전지 개발을 총괄하는 김창환 현대차 전동화에너지솔루션담당 전무, 국내 수소연료전지 개발 1세대인 최서호 현대차 수소연료전지시스템개발담당 상무, 그리고 현대차의 수소전기차 개발이 시작된 1998년에 태어나 현 세대의 수소전기차 개발에 참여 중인 이지현 현대차 FC시스템설계1팀 연구원이 참석했다. 이들은 세대를 거쳐 27년간 이어온 수소전기차 개발의 과정과 헤리티지 스토리를 전달하며 공감과 흥미를 이끌어냈다.
실제로 현대차는 1998년 수소 연구개발을 전담하는 조직을 신설하고 수소전기차 개발을 시작했다. 2000년 미국의 연료전지 전문 업체 UTC파워와 6개월 간 공동 개발로 수소전기차를 처음 선보였고, 2004년에는 독자 개발 스택을 탑재한 수소전기차를 개발했다. 2005년에는 환경기술연구소(마북연구소)를 설립하며 수소전기차 개발을 본격화했다.

현대차는 2000년 중반 발생한 글로벌 금융위기로 위기에 빠지기도 했지만, 정몽구 현대차그룹 명예회장의 전폭적인 지지와 지원 아래 수소전기차 개발 연구를 계속할 수 있었다. 그 결과 2013년 세계 최초로 수소전기차의 본격적인 양산 체제를 갖추고 '투싼ix Fuel Cell' 수소전기차를 내놨으며, 그로부터 5년 뒤인 2018년 수소전기차 전용 모델 '넥쏘(NEXO)'가 첫 출시됐다.
장 사장은 "글로벌 시장이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이지만, 시차의 문제일 뿐 전체적인 방향성은 분명히 맞다고 본다"며 "현대차의 기본적인 전동화 전략은 전기차와 수소차 2가지"라고 말했다. 이어 "이니시움과 같은 담대한 여정의 계획을 발표하는 이유는 수소를 모빌리티로 시작했지만, 수소 생태계 전반을 제공해 지속적인 리더십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현대차는 내달 개최되는 '광저우 모터쇼', 'LA 오토쇼' 등 글로벌 시장에도 차례로 이니시움을 공개하며 수소 사회를 가속화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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