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박기영 기자] 코어라인소프트가 18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CB) 발행을 통해 자금을 조달했다. 표면금리 0%에 리픽싱(전환가액 조정) 조항이 없어 이자비용과 향후 주가 오버행(공급과잉) 부담을 최소화했다는 평가다. 코어라인소프트는 조달한 자금으로 의료 AI(인공지능) 신제품 개발에 나설 계획이다.

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코어라인소프트는 지난 2일 180억원 규모 2회차 CB 발행을 결정했다. 납입일은 이달 4일로 투자자는 다수의 증권사와 투자조합 등이다. 전환가액은 1만6672원으로 전량 전환할 경우 신규발행 주식은 107만여주다. 이는 총주식수 대비 7.78% 수준이다.

이번에 조달한 자금은 북미·유럽 등 해외 영업 확대와 의료영상분석 AI 신제품 개발에 사용할 계획이다. 코어라인소프트는 2012년 설립된 의료영상 소프트웨어 기업으로 현재 AI 기반 폐결절 분석·간질성 폐질환·뇌혈관·만성폐쇄성 폐질환 솔루션 등을 개발했다. AI 기반 관상동맥 석회화 자동 진단솔루션 '에이뷰 씨에이씨'가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510(K) 인증을 획득했다고 지난 2일 발표하기도 했다. 510(K)는 의료기기를 미국 시장에 판매하기 위해 필요한 FDA의 인증 중 하나다.

이번 자금조달 과정에서 눈길을 끄는 건 해당 CB에 리픽싱 조항이 없다는 점이다. 리픽싱이란 전환청구권행사 전 주가가 하락할 경우 전환가액을 함께 낮추도록 하는 것이다. CB 권면금액은 동일하기 때문에 전환가액이 낮아지면 그만큼 더 많은 주식을 발행한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투자 손실을 줄일 수 있지만, 전환주식수가 늘어날수록 차익시현 물량도 함께 늘어나 오버행(공급과잉) 이슈로 이어지기도 해 기존 주주에게는 부담으로 작용한다.

이자 비용 부담도 없다. CB 표면이자율 0%, 만기 이자율은 4%로 만기(2029년4월) 이전에는 별도의 이자 지급은 하지 않기로 했다.  조기상환청구권(풋옵션) 행사도 2년 뒤인 2026년 4월부터 가능해 이때까지 회사 입장에선 아무런 부담없이 자금을 활용할 수 있다. 

코어라인소프트가 유리한 조건으로 자금조달에 성공한 것은 AI 의료기기에 대한 시장의 관심이 큰 영향으로 풀이된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풋옵션 행사가 가능한 시점에서 주가가 전환가액을 하회할 경우 전환을 포기할 수 있다. 

코어라인소프트는 지난해 말 연결기준 현금성자산 105억원(현금+단기금융상품)을 보유하고 있다. 다만 지난해 매출액 41억원, 영업손실 116억원을 기록했다. 아직 수익구조가 자리잡지 않은 상황이라 원금 상환 요구는 감당하기 쉽지 않아 보인다.

코어라인소프트가 원금 상환 부담을 갖고 CB 발행에 나선 것은 기업가치 상승에 대한 자신감으로 해석된다. 이는 임직원에게 부여한 주식매수선택권(스톡옵션)을 통해 엿볼 수 있다. 코어라인소프트는 지난 21일 임직원에게 30만여주 규모의 스톡옵션을 부여하면서 행사가격을 주당 2만5855원으로 정했다. 이는 2일 종가 1만7000원 대비 52.08% 높은 수준이다. 임직원들이 스톡옵션으로 이익을 얻기 위해선 주가가 행사가격을 넘어야 한다. 그만큼 기업가치를 높여야 하는 셈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제로금리 CB 발행은 기업 성장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된 것"이라며 "아직 본격적인 매출이 발생하지 못한 의료 기업은 자금 조달비용이 중요하기 때문에 긍정적인 시그널이라고 본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