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최유나 기자] ㈜한진의 글로벌 사업 확대를 천명해 온 조현민 총괄사장(사진)이 다소 난처한 상황에 처한 모양새다. 엔데믹 전환 후 글로벌 사업부문의 규모가 팬데믹 기간의 3분의 1 수준으로 쪼그라든 까닭이다. 회사 측은 해외 거점 확대 등 인프라 강화로 경쟁력을 회복하겠단 입장이지만, 시장은 글로벌 경기둔화로 인해 실적 개선이 쉽지 만은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진은 팬데믹 기간 매출이 크게 증가했다. 연결기준 2019년 매출액은 2조623억원에 불과했으나 2020년 2조2157억원, 2021년 2조5041억원, 2022년 2조8494억원 순으로 3년 새 평균 11.4%씩 늘었다. 이 같은 외형 성장은 팬데믹 기간 수출입 물동량이 증가하면서 글로벌 사업부문이 호조세를 보인 결과다. 매출액만 봐도 글로벌 사업부문은 지난해 4602억원을 기록해 2019년 2201억원 대비 109.1%나 증가했다.
글로벌 사업부문이 2019년 이후 꾸준한 성장세를 이어감에 따라 ㈜한진 역시 물동량 증가에 대비해 여러 투자를 단행해 왔다. 2020년 인천공항 옆 자유무역지대에 글로벌배송센터(GDC)를 개장했고, 작년 말에는 GDC 라인을 2배로 증설한 것이 대표적. 아울러 조현민 사장이 직접 나서 중국 이커머스 기업 물량 유치, 디지털 플랫폼 사업 육성 등을 진두지휘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에도 올 들어 글로벌 사업은 팬데믹 기간에도 미치지 못하는 성과만 내고 있다. 실제 올 상반기 글로벌 사업부문의 매출은 1673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 대비 33.2%나 감소했다. 이는 글로벌 경기둔화와 무관치 않다. 특히 큰 공을 들였던 중국 시장이 디플레이션 국면에 접어든 게 악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한진 역시 글로벌 사업부문의 경쟁력 제고를 위해 다양한 방안을 경주 중이다. 일단 회사 측은 해외법인 확대 등 인프라 강화를 통해 글로벌 부문 외형 성장에 재시동을 걸어 돌파구를 마련할 방침이다.
이에 대해 ㈜한진 관계자도 "1분기에 이어 2분기 역시 글로벌 경기침체가 심화된 탓에 물동량 자체가 크게 줄면서 글로벌 사업부문의 매출액이 감소했다"며 "78년 간 축적한 물류 사업 노하우를 바탕으로 15개 국가에 현지 법인 및 지점을 세워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는 만큼 거점을 확대를 통해 경쟁력을 제고하면 보다 좋은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또한 "올해 상반기의 경우 포워딩 실적은 감소했으나 이커머스 사업의 경우 증가했다"며 "포워딩 물량이 점진적으로 회복하고 있는 만큼 하반기 이커머스 수요가 상반기 수준을 유지한다면 나은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기대 중"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시장은 ㈜한진의 장미빛 전망에 회의적 반응을 보이고 있다. 글로벌 사업부문의 매출 대부분이 포워딩에서 발생하고 있는 만큼 경기가 살아나야 물동량 역시 증가하는 만큼 현재와 같은 상황에선 개선이 쉽잖을 것으로 내다봐서다. 한 관계자도 "해상 물동량 자체가 줄어든 탓에 컨테이너 화물운임 역시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며 "이커머스 수요가 크게 늘어도 ㈜한진의 글로벌 사업부문의 매출액이 작년과 같은 수준을 유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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