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도윤 딜사이트S 부국장] 급변하는 세상이다. 어린 시절 텔레비전 속에는 지상파 4개 채널만 존재했지만 볼만한 프로그램이 '체감상' 한 가득이었다. 저녁시간이면 가족 모두 텔레비전 앞에 앉아 드라마를 봤다. 당시는 시청률 50% 넘는 프로그램이 존재했다.
케이블TV가 등장하며 '화면조정시간'이 사라지고 24시간 방송 시청이 가능해졌다. 채널수도 30개로 늘었다. 다음에는 IPTV가 등장했다. IPTV는 수백 개의 방송 채널을 무기로 유료시청자를 유혹했다. 워낙 콘텐츠가 많아 편성표 화면에서 원하는 프로그램을 찾는 데만 몇 분이 소요된다. 하지만 볼만한 프로그램이 없다는 건 개인적이 생각일까. 인기예능 프로그램이 첫 방에서 6~7%대의 시청률을 기록했다는 게 화제가 되는 세상이다.
지금은 OTT시대다. 이제 사람들은 더 이상 '텔레비전 유료 코드선이 필요하지 않다'며 '코드커팅'하고 있다. 모바일 기기를 통해 언제 어디서든 내 취향에 맞는 프로그램을 볼 수 있는 OTT가 등장하면서 가정 내 텔레비전이 사라지고 덩달아 IPTV 플랫폼도 위기를 맞았다. 코드커팅 당하지 않기 위한 몸부림이 치열하다.
IPTV는 일차적으로 지금의 위기가 '늘어난 1인 가구 비중'으로부터 왔다고 판단한 듯하다. TV를 소유하지 않고 모바일로 장소 구애 없이 콘텐츠를 즐기는, 가족 모두의 콘텐츠가 아닌 개개인의 취향에 맞는 콘텐츠를 선택하는 1인 가구가 IPTV를 코드커팅하고 있다고 보고 콘텐츠와 AI(맞춤형 콘텐츠 추천) 강화에 나섰다.
이러한 몸부림만으로 IPTV가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까. 유튜브처럼 콘텐츠를 다양화하고 AI기반 알고리즘 추천 시스템을 통해 개인 맞춤형 콘텐츠를 제공하는 것은 당연한 선택이다. TV, 인터넷, 모바일에 이어 VR기기가 등장하는 시대에 결국 이용자를 끌어들이는 것은 콘텐츠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시스템이다. 광고수익을 크리에이터와 나누는 유튜브, 광고를 없애고 콘텐츠 확보에 막대한 자금을 쏟아 붓는 OTT와 비교해 콘텐츠의 재미(또는 자극성), 다양성, 편의성 면에서 여전히 IPTV는 열위에 놓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CP(콘텐츠제공회사)와의 협업이 필수지만 IPTV 플랫폼과 CP는 서로 협업이 아닌 대립의 구도에 있는 모습이다. 버는 만큼 수수료를 내라고 하거나, 천편일륜 적인 잣대로 콘텐츠를 평가해 사용료를 지불하는 관계가 아닌, 서로 간 긴밀한 협업을 통한 상생의 노력이 필요하다.
그릇은 바뀌지만 내용물은 변하지 않는다. CP 스스로도 장기 생존전략이 필요하다. 플랫폼에 기생하기보다는 자생의 노력이 필요하다. OTT처럼 광고 수익 없이 승부할 수 있는 콘텐츠, 꾸준히 시청자를 유입시킬 수 있는 에버그린형 콘텐츠 제작에 진심을 쏟고 있는지 되물을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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