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K 결심 이은 정의선…'수소 퍼스트 무버' 꿈 이룬다
현대차그룹 부자, 27년 담대한 도전…머큐리1부터 이니시움, 글로벌 리더십 강화
이 기사는 2024년 10월 31일 15시 44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장재훈 현대차 사장이 31일 현대 모터스튜디오 고양에서 진행된 'Clearly Committed: 올곧은 신념' 행사에서 정몽구 명예회장의 수소사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제공=현대차)


[딜사이트 이세정 기자] "한번 만들어서는 절대 잘 만들 수 없다. 돈 걱정 하지 말고 만들고 싶은 차는 다 만들어 봐라."(정몽구 현대차그룹 명예회장)


현대차그룹이 글로벌 수소 시장의 '퍼스트 무버(선도자)'라는 원대한 도전에 나설 수 있던 배경에는 정몽구 명예회장(MK)에서 정의선 회장으로 대를 잇는 아낌 없는 지원이 자리 잡고 있다.


◆ 정몽구 명예회장, 전폭적 지지 덕 '세계 첫 양산 수소차'


현대차그룹이 처음으로 수소차 개발을 시도한 것은 1998년 수소 연구개발(R&D) 전담 조직을 꾸리면서다. 정 명예회장의 전폭적인 지지 아래 2000년 현대차 소속 연구원 7명은 미국으로 떠났다. 이들의 목표는 6개월 내 수소차를 만드는 것. 이를 위해 현대차는 미국 항공우주국(NASA)에 수소연료전지 시스템을 납품하는 UTC파워와 파트너십을 체결했고, 수소차 공동 개발에 돌입했다. 프로젝트 명은 '머큐리'로 명명됐는데, 태양과 가장 가까운 행성인 수성의 이름인 머큐리처럼 선두 업체를 빠르게 따라잡겠다는 의지가 담겼다.


다소 무모한 도전이던 머큐리 프로젝트는 정확히 6개월 뒤 캘리포니아에서 실현됐다. 연료전지에 적힌 'MADE BY UTCPOWER'(메이드 바이 UTC파워)를 'MADE BY HUYNDAI'(메이드 바이 현대)로 바꾸겠다는 연구원들의 집념과 의지는 '싼타페 수소전기차'(머큐리1)라는 결실을 맺은 것이다.


현대차는 머큐리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동시에 한국에서 '폴라리스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대항해 시대에 항해자들이 북극성을 따라 목적지에 도달하려 했다는 점에서 착안한 이름이 붙은 해당 프로젝트는 수소차 엔진에 해당되는 스택의 독자 개발을 목표로 삼았다. 현대차는 UTC파워와의 협력으로 빠르게 관련 기술을 습득했지만, 정 명예회장의 이정표는 '독자 개발'이었다. 벤치마킹할 수 있는 상용화된 스택이 없던 만큼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었지만, 4년 뒤인 2004년 스택 독자 개발에 성공할 수 있었다.


정몽구 명예회장.(사진=현대자동차그룹)

정 명예회장은 이 같은 연구원들의 노력에 보답하기 위해 2005년 수소차를 포함한 모든 친환경차 개발의 전초기지인 '환경기술연구소'(마북연구소)가 문을 열었다. 특히 정 명예회장은 2006년 마북연구소를 방문했을 당시 "돈 아낀다고 똑같은 차 100대 만들 필요 없다"며 "100대가 다 다른 차가 돼도 좋다"며 연구원들을 독려하기도 했다.


위기도 있었다. 2000년대 중반 이후 세계 금융위기와 전기차로의 미래차 패러다임 전환 등으로 수소차 연구 '빙하기'가 도래한 것이다. 하지만 정 명예회장은 수소차 연구를 중단하는 대신, 수소차 대량 양산을 결정했다. 그 결과 2013년 세계 최초의 양산형 수소차인 '투싼 ix Fuel Cell'이 등장할 수 있었다.


◆ 정의선 회장, 모빌리티 넘어 생태계 구축…'HTWO'로 현실화


수소차를 향한 열정은 아들인 정 회장에게로 계승됐다. 현대차가 2018년 선보인 수소차 전용 모델 '넥쏘'가 대표적이다. 넥쏘는 ▲2019년 미국 10대 엔진상 ▲2018년 CES 에디터 초이스 ▲2018년 CES 아시아 기술혁신상 등을 수상하며 세계적으로 우수한 상품성을 인정받았다. 또 전동화의 양대 축인 수소차 시장에서 승용 분야 누적 판매량 1위를 달성했다.


특히 정 회장은 단순히 수소 모빌리티를 넘어서는 수소 사회를 그리고 있는데, 현대차그룹 차원의 수소 밸류체인 사업 브랜드인 'HTWO'로 구현될 예정이다. 2020년 처음 공개된 HTWO는 수소를 뜻하는 분자식(H2)이자 인류(Humanity)라는 수소사업의 2개의 큰 축을 표현하고 있다. 단순한 에너지를 넘어 인류에게 유의미한 가치를 제공하겠다는 게 골자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왼쪽)과 오세훈 서울시장(오른쪽)이 9일(현지시간) CES 2024 현대차 전시관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현대차가 올 초 미국에서 열린 CES에서 발표한 'HTWO 그리드' 비전은 수소의 생산, 저장, 운송 및 활용 전반에 걸쳐 맞춤형 솔루션을 제공하겠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당시 정 회장은 "수소 에너지로의 전환은 미래 세대를 위한 것"이라며 그룹사 역량을 결집해 수소 관련 사업에 적극 참여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현대차는 넥쏘가 수소차 대중화의 효시였다면, 내년 상반기 출시되는 넥쏘 후속 '이니시움'은 수소 사회를 여는 선봉장이 될 것이라고 자신하고 있다. 이니시움은 현대차가 27년 간 축적한 수소 기술을 바탕으로 수소차의 강점을 살리고 여유로운 공간과 차별화된 사양을 갖춘 것이 특징이다.


세부적으로 이니시움은 ▲수소탱크 저장 용량 증대 ▲에어로다이나믹 휠 적용 ▲구름저항이 적은 타이어 탑재 등으로 650km 이상의 주행가능거리를 확보했다. 또 연료전지시스템과 배터리 성능 향상으로 최대 150kW의 모터 출력을 구현한다. 여유로운 실내 및 러기지 공간 확보를 통해 패밀리카다운 면모를 갖췄을 뿐 아니라 수소차에 특화된 편의 사양도 적용했다. 특히 이니시움은 HTWO의 심볼을 반영한 램프 디자인으로 수소 정체성을 한층 끌어올렸다.


장재훈 현대차 사장이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 만달레이베이 컨벤션 센터에서 개최된 '국제 전자제품 박람회(CES)'에서 수소 솔루션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제공=현대차)

장재훈 현대차 사장은 "현대차의 지난 27년은 수소차 개발을 향한 올곧은 신념과 담대한 도전, 뚝심있는 결단의 시간"이라고 정의하며 "수소차는 수익성이 있는 차종은 아니지만, 미래 세대를 위해 현대차가 해야 하는 미션"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현대차는 수소 퍼스트 무버로 지속적인 리더십을 강화하는 동시에, 올곧은 신념으로 누구나 어디에서나 수소를 이용할 수 있게 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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