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협 출자 막전막후첫 도전서 시장혼란 야기…PEF 출자 흥행 '우려'

[딜사이트 김규희 기자] 신협중앙회(신협) 하반기 사모펀드(PEF) 블라인드펀드 출자사업 경쟁률이 예상보다 저조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상반기 벤처캐피탈(VC) 출자사업은 20여곳의 운용사가 달려들어 흥행에 성공했지만 PEF의 경우 전과 다르게 흘러갈 것이라는 얘기다.
그 배경에는 기형적인 위탁운용사(GP) 심사 구조가 있다. 신협으로부터 출자 받기 위해서는 1차 서류심사, 2차 프레젠테이션(PT)심사를 거쳐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더라도 차후 여신투자심사부문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우협 선정이 곧 최종 GP 선정을 뜻하는 일반적인 출자사업과 다르다.
문제는 PE업계가 안정적인 절차를 선호한다는 점이다. PE는 투자처 10곳 중 1~2곳에서 대박이 터져 큰 수익을 낼 수 있는 VC와 다르다. 한 번의 투자에 수백억원에서 수천억원, 많게는 수조원의 자금이 들어가는 만큼 모든 하우스는 신중하고 안정 지향적으로 움직인다. 조금만 삐끗해도 막대한 손실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PEF 운용사들이 불확실성을 가장 두려워하는 이유다.
이런 상황에서 신협 우협에 선정된 하우스가 최종 GP 명단에서 제외되는 사례가 등장하자 PE업계는 혼란에 빠진 분위기다. 신협은 ▲LB인베스트먼트 ▲아주IB투자 ▲AFW파트너스-CLSA캐피탈파트너스코리아 등 3곳을 우협으로 선정하고 마지막 관문에서 AFW파트너스를 떨어뜨렸다. 그러자 PEF 운용사 사이에선 AFW파트너스가 곧 자사가 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더욱이 조만간 공고할 신협의 PEF 출자사업도 상반기 VC 출자사업과 같은 구조로 진행한다는 점이 PE업계 우려를 키우고 있다. 신협은 이르면 5월 PEF 블라인드펀드 출자사업 공고를 띄울 예정이다. 소형 3곳, 중형 3곳 등 총 6곳의 GP를 선발한다. 소형 부문에 300억원씩, 중형 부문에 500억원씩 총 2400억원을 출자할 계획이다.
심사 과정도 VC 출자사업 때와 동일하다. 우협 선정 이후 여신투자심사부문 산하 여신투자심사위원회가 주관하는 심사를 통과해야 한다. 서류심사, PT심사를 거쳐 우협으로 선정되더라도 마지막 고비인 여신투자심사부문 심사를 통과하지 못하면 신협으로부터 출자금을 받을 수 없다.
IB업계 일각에서는 여신투자심사위원회의 위원 구성에도 의구심을 표하고 있다. 투자금융본부에서 진행하는 2차 PT심사는 신협 내외부 투자업계 인사들이 참여하는 선정위원회가 담당하지만 마지막 관문인 여신투자심사위원회에는 평소 투자업무를 수행하지 않는 인사들이 심사에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트랙레코드 등 정량적인 요소, 하우스 평판 등 정성적인 요소는 이미 2차 심사에서 평가한 마당에 여신투자심사위원회는 어떤 기준으로 심사에 나서느냐는 물음이 나오는 이유다.
이에 일부 PEF 운용사들은 신협 출자사업 지원을 망설이고 있다. 특히 오는 5월부터 줄줄이 PEF 블라인드펀드 출자사업이 예정돼 있어 신협에 대한 우선순위가 뒤로 밀리는 분위기다.
실제 올 연말까지 남아있는 PEF 출자사업은 5개 이상으로 알려져 있다. 신협 외에도 중소기업중앙회, 군인공제회, IBK기업은행-성장금융 혁신펀드, 한국수출입은행 하반기 공급망펀드, KBD산업은행의 AI펀드 및 반도체펀드 등이 대기 중이다. 각 하우스마다 가용할 수 있는 인력과 시간이 한정적인 만큼 불확실성이 존재하는 출자사업에 대한 우선순위는 뒤로 밀릴 수밖에 없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국내 한 PEF 운용사 대표는 "최근 중소형 하우스들 사이에서 GP 선정 가능성이 높은 출자사업에 역량을 쏟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며 "출자 규모, 선정 절차, 출자 비율, 펀드 결성기한 등을 살펴본 뒤 리스크가 상대적으로 높은 공고는 아예 지원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새로운 눈으로 시장을 바라봅니다. 딜사이트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