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딜사이트 이규연 기자] 하나자산운용이 수익률과 보수 등을 앞세워 TDF(타깃데이트펀드) 사업 기반을 탄탄하게 다지고 있다. 하나자산운용은 TDF 시장에서 그동안 소극적인 모습을 보여왔다. 그러나 최근 하나금융그룹 전반의 '시니어 고객' 공략 기조에 맞춰 TDF 사업에 발벗고 나서고 있다.
17일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하나자산운용은 '하나행복한TDF'와 '하나더넥스트TDF' 등 TDF 시리즈 2종을 운용 중이다. 하나행복한TDF는 2014년 9월, 하나더넥스트TDF는 2024년 월에 각각 출시됐다.
먼저 나온 시리즈는 하나행복한TDF이지만 이 시리즈의 펀드 6종 순자산총액은 146억원에 머무른다. 반면 10년 뒤에 나온 하나더넥스트TDF 시리즈의 펀드 6종 순자산총액은 734억원에 이른다.
이에 힘입어 하나자산운용은 17일 기준 TDF 시장점유율(설정액) 순위 11위를 기록했다. 다만 전체 시장점유율은 1% 수준에 머무른다. 그러나 하나더넥스트TDF 시리즈 출시 전인 지난해 7월 기준으로 시장점유율 1%를 밑돌았고 순위도 17위였던 점과 비교하면 고무적이다.
TDF는 투자자가 설정한 은퇴 예상 연도를 목표시점(빈티지)으로 잡은 뒤 생애주기에 따라 주식 등 위험자산과 채권 등 안전자산 비중을 조정하는 펀드를 말한다. 최근 몇 년 동안 퇴직연금 시장이 빠르게 커지면서 연관 상품인 TDF 시장 규모도 확대됐다.
국내 첫 TDF 시리즈는 미래에셋자산운용이 2011년 6월 내놓은 '미래에셋자산배분TDF'다. 이를 고려하면 하나자산운용은 2014년 9월 '하나행복한TDF' 시리즈를 출시하면서 TDF 시장에 비교적 이르게 뛰어들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하나자산운용은 TDF 시장 선발주자인데도 마케팅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그동안 계열사인 하나은행 및 하나증권만 TDF 판매채널로 뒀다. 하나행복한TDF 시리즈 라인업 확대와 관련해서도 출시 당시 펀드 5종을 내놓은 뒤 2020년에 1종을 추가하는 데 그쳤다.
그러나 김태우 하나자산운용 대표가 2023년 10월 취임한 이후 TDF 사업을 확대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김 대표는 2016년부터 2023년까지 다올자산운용(옛 KTB자산운용) 대표로 일했다. 다올자산운용은 2022년 12월 TDF 시장에 뛰어든 바 있다.
실제로 김 대표 취임 이후 하나자산운용은 새 TDF 시리즈를 준비했고 그 결과 하나더넥스트TDF를 출시했다. 유연한 환헤지(외환 거래에서 환율 변동에 따른 위험에 대비해 환율을 현재 시점 환율에 미리 고정하는 것) 전략 및 저렴한 보수 등을 차별화된 장점으로 내세웠다.
유연한 환헤지 전략은 하나더넥스트TDF의 수익률을 끌어올린 요소로 꼽힌다. 한 예로 하나더넥스트TDF 시리즈의 목표시점 2030년 펀드 최근 6개월 수익률은 1.15%다. 같은 기간 목표시점 2030년인 국내 자산운용사 전체 TDF 평균 수익률은 –1.36%다.
하나더넥스트TDF 시리즈의 나머지 목표시점(2035·2040·2045·2050·2055년) 펀드 최근 6개월 수익률도 모두 소폭이나마 플러스(+)를 기록했다. 반면 다른 국내 자산운용사의 TDF 상품 대다수는 최근 6개월 기준 수익률 마이너스(-)를 나타냈다.
더불어 하나더넥스트TDF 펀드 총보수를 목표시점별로 살펴보면 ▲2030년 0.495% ▲2040년 0.675% ▲2050년 0.855%다. 셋 다 퇴직연금 오프라인 클래스 기준으로 국내 자산운용사에서 운용하는 같은 목표시점별 TDF 펀드를 통틀어 가장 저렴한 수준이다.
하나자산운용은 이런 높은 수익률 및 저렴한 총보수를 앞세워 TDF 시장점유율을 더욱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김 대표도 3월 기자간담회에서 "양질의 상품을 공급해 내년까지 TDF 시장에서 잔고 기준 3위권 안에 접근하겠다"고 말했다.
하나자산운용이 TDF 확대에 힘쓰는 이유로는 하나금융그룹 전반의 '은퇴 후 고객' 대상 사업 강화 기조도 꼽힌다. 하나금융그룹은 지난해 10월 건강 관리, 상속, 은퇴 설계 등을 제공하는 시니어 특화 브랜드 '하나더넥스트'를 계열사 협업 서비스로 내놓았다.
하나더넥스트TDF는 지난해 9월 말에 출시된 만큼 하나더넥스트 사업의 선봉장을 맡았다고 볼 수 있다. TDF를 포함한 퇴직연금은 시장이 빠르게 성장 중인 데다 자산운용사가 계열 은행 및 증권을 펀드 판매채널로 활용하는 방식 등으로 협업할 수 있는 대표 사업으로 꼽힌다.
김 대표도 기자간담회 당시 "하나금융그룹의 위상을 더욱 높이기 위해 경쟁력 있는 상품을 공급하겠다는 목표를 취임 당시 내걸었고 이것이 지금도 우리 회사의 키워드이자 모토"라며 "이는 금융지주 계열 자산운용사의 존재 이유"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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