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진첨단소재주가 상승 ·보호예수 해제에 깊어지는 오버행 '부담'
[딜사이트 박준우 기자] 지난달 기업공개(IPO)에 성공한 '대진첨단소재'가 오버행(잠재 매도물량) 우려를 잠재울지 주목된다. 최근 조정을 받았지만 빠른 성장세로 인해 주가가 상승하면서 재무적투자자(FI)의 투자금 회수(엑시트) 역시 예상되기 때문이다.
또 기발행한 전환사채(CB)의 전환청구권 행사기간도 도래하고 있어 기존 주주의 지분이 희석될 수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1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대진첨단소재의 보호예수(락업) 물량 일부가 해제됐다. 상장 전부터 투자해온 FI가 보유한 물량 중 159만2500주가 대상이다. 앞서 대진첨단소재는 상장을 앞두고 FI와 상장 후 일정기간 팔지 않기로 하는 보호예수를 설정했다. FI가 보유한 나머지 물량(569만8510주)은 오는 9월부터 락업 해제로 거래가 가능하다.
눈길을 끄는 건 대진첨단소재가 상장예비심사 과정에서 회사 지분 5% 이상 보유한 FI를 대상으로 '상장 후 분할 매도 확약서'를 체결했다는 점이다. FI의 엑시트 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경영권 변동 우려를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또 보호예수 해제로 시장에 풀리는 대진첨단소재 주식을 사모은다고 하더라도 이달 14일 종가(1만2640원) 기준으로 최대주주인 유성준 대표가 보유한 지분 이상을 취득하기 위해선 490억원 이상의 현금을 투입해야 한다는 점에서 실현 가능성이 낮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반면 오버행 우려는 여전한 상황이다. 2019년 설립된 대진첨단소재가 상장 직전까지 투자자로 참여한 FI만 20명(곳)을 넘는데다 이들의 보유 지분율만 49%에 달하기 때문이다. 보호예수 해체 후 언제든 시장에 나올 수 있는 물량이 상당하다는 의미다.

업계 일각에서는 대진첨단소재의 성장세가 FI의 엑시트를 앞당길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실적 개선으로 인한 주가 상승 시 차익실현에 나설 수 있어서다.
대진첨단소재는 현재 양호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2021년 280억원이던 매출액은 지난해 890억원을 기록해 3배가량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지난해 60억원으로 전년대비 505% 증가했다. 여기에 미국 등에 공장 설립을 앞두고 있어 성장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이 같은 분위기를 반영한 듯 대진첨단소재 주가는 조정받기 전인 지난 2일 종가 기준 1만7520원까지 올랐다.
주목할 부분은 FI의 매입단가다. 매입가와 주가 상황에 따라 엑시트 시점도 달라질 수 있어서다. 대진첨단소재는 설립 이후부터 상장 전까지 수십 차례에 거쳐 보통주와 우선주를 발행했다. 주식 발행 과정에서 액면분할과 무상증자도 각각 1차례, 2차례씩 단행한 것으로 확인된다.
우선주와 보통주를 모두 투자했던 FI의 경우 취득한 주식수보다 더 많은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 우선주 1주가 반드시 보통주 1주로만 전환되지 않는다는 점을 감안할 때 우선주 1주당 보통주 1.1주 이상으로 전환이 됐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또한 몇몇 FI가 보유한 보통주(2만7584주)를 대상으로 리픽싱도 이뤄졌다. 이 때문에 일부 FI의 평균 매입단가를 정확히 파악하기는 어렵다.
FI 중 가장 많은 지분을 보유한 건 168만3684주(상장 후 기준 11.38%)를 보유한 코오롱2020소재부품장비투자조합은 2020년 6월 상환전환우선주(RCPS)를 주당 15만원에 5333주를 취득했다. 이어 2021년 2월 RCPS 4078주를 주당 44만원, 같은 해 9월에는 우선주 3750주를 주당 133만3175원에 사들였다.
코오롱2020소재부품장비투자조합이 1만3161주를 취득하는데 투입한 현금은 75억9367만원이다. 이후 진행된 액면분할(1대 10)과 2번의 무상증자(1주당 5주, 1주당 1주)를 감안해 단순 계산하면 평균 매입가는 4808원이다. 코오롱2020소재부품장비투자조합의 마지막 투자(3750주 취득, 주당 133만3175만원)만을 단순 계산했을 경우 평균 매입단가는 1만1110원이 나온다.
FI 중 가장 늦게 투자를 단행한 건 우리은행과 DTC글로벌투자파트너스로, 보통주 1주당 2만8006원에 각각 3만5706주씩을 취득했다. 이후 무상증자를 고려한 이들의 매입단가는 1만7003원이다.
지분 희석도 다소 우려되는 상황이다. 앞서 대진첨단소재는 지난해 90억원 규모의 1~6회차 CB를 발행했다. 풋옵션이 행사되더라도 지난해 말 별도기준 138억원의 현금성자산을 보유한 대진첨단소재에게 있어 크게 부담이 되는 수준은 아니다. 더욱이 올해 3월 상장을 통해 270억원을 조달하면서 곳간을 두둑이 채웠다.
곳간 사정과 별개로 우려를 키우는 건 전환청구권 행사다. 전환청구기간이 가장 먼저 도래하는 1회차 CB의 전환청구기간은 이달 15일이다. 가장 최근 발행된 6회차 CB의 전환청구기간은 오는 6월14일부터다.
아직 대진첨단소재 주가가 CB 전환가액(1만6068원)을 밑돌고 있어 당장 전환청구권 행사가 이뤄지지 않을 전망이다. 다만 이달 2일 1만7520원으로 거래를 마치는 등 대신첨단소재의 주가가 우상향 그래프를 보여왔다는 점에서 언제든지 상황이 변할 수 있다.
대진첨단소재 관계자는 "현재 유성준 대표가 단독으로 가지고 있는 지분은 26% 정도 되는데, 경영권 변동에 대해 크게 우려하지는 않고 있다"며 "향후 지분 매입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구체적인 계획까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후 오버행 우려에 대해 추가로 문의하고자 수차례 연락했지만, 담당자와 연락이 닿지 않았다. 이에 서면 질의를 남겼지만 답변을 받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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