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CMNH증권, 전통 강자 KB증권 꺾고 선두 출발

[딜사이트 이소영 기자] NH투자증권이 올해 1분기 부채자본시장(DCM) 대표주관 리그테이블에서 '부동의 1위' KB증권을 꺾고 1위에 이름을 올렸다. 회사채 시장 최대 발행사인 SK그룹 딜을 대거 수임한 영향이 컸다.
통상 회사채 시장에서 1분기는 연초 효과로 인해 딜이 가장 많이 쏟아지는 구간이다. 이 시점에 실적을 잘 쌓아두면 연말까지 안정적으로 높은 순위가 가능하다. 이같은 측면에서 이번 NH투자증권의 성과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는 평가다.
이는 올해 1분기 내 수요예측을 거쳐 발행을 완료한 일반 회사채(선순위·후순위) 기준이다. 후후순위(신종자본증권) 채권이나 자산유동화증권(ABS), 수요예측을 진행하지 않는 금융채·특수채 등은 집계에서 제외했다.
◆ NH증권, '명불허전' KB증권 추월…SK그룹서만 1조 딜 수임
1일 '2025년 1분기 딜사이트 자본시장 리그테이블'에 따르면 NH투자증권은 올해 1분기 6조1240억원 규모의 회사채 대표주관 실적을 쌓아 DCM부문 리그테이블 1위를 기록했다.
NH투자증권이 1위를 선점할 수 있었던 건 회사채 최대 발행사인 SK그룹을 비롯해 LG그룹, 현대자동차그룹, 한화그룹 등의 딜을 대부분 수임한 결과다. 특히 SK그룹 회사채를 대거 주관한 점이 실적 상승의 핵심 요인으로 작용했다. NH투자증권은 SK그룹 딜 16건 중 ▲SK텔레콤(4000억원) ▲SK하이닉스(2333억원) ▲파주에너지서비스(1300억원) 등 9건을 수임하며 SK그룹에서만 1조3123억원의 실적을 올렸다.
또한 ▲LG에너지솔루션 ▲LG화학 ▲LG유플러스 ▲LG헬로비전 등 LG 계열사 회사채를 주관해 5833억원의 실적을 쌓았다. ▲현대제철 ▲현대트랜시스 ▲현대위아 ▲현대건설 ▲현대글로비스 ▲현대비앤지스틸 ▲현대종합특수강 등 현대차 계열사에서도 4275억원의 실적을 올렸다.
한화그룹에서는 ㈜한화를 제외하고 ▲한화손해보험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등 7개의 계열사 모두 대표주관을 맡으며 5663억원의 실적을 쌓았다. 전체 대표주관 실적(6조1240억원)의 절반 가량(47.2%)을 올린 것이다.
단독 대표주관 실적도 두드러졌다. SK텔레콤(4000억원)을 비롯해, SE그린에너지(900억원), 롯데물산(500억원), 한화리츠(400억원), 무림페이퍼(300억원)의 회사채를 발행하는 과정에서 단독 대표주관을 맡으며 6100억원의 실적을 냈다. 단독주관 실적도 NH투자증권이 1위다.
올해 1분기 회사채 시장은 초호황이었다. 금리 인하 가능성에 대규모 투자 수요가 몰리며 기업들이 앞다퉈 자금조달에 나섰다. 1분기에만 29조697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했다. 이는 전년 동기(25조6260억원) 대비 15.9% 늘어난 규모다.
IB업계 관계자는 "올해 1분기 역대급 회사채 발행이 쏟아진 가운데, NH투자증권이 2위와 1조원 가량 격차를 벌리며 1위에 이름을 올린 건 유의미한 성과"라며 "이 같은 분위기만 유지한다면 연말 리그테이블에서 순위 반전 없이 최종 1위 타이틀을 거머쥘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2위로 밀린 KB증권…그 뒤를 바짝 쫒는 한투증권
10여년간 DCM 주관 순위 1위를 지켜온 KB증권은 이번 1분기 주관실적 5조1373억원에 그치며 2위로 밀려났다. SK하이닉스(7000억원), ㈜SK(4300억원), SK텔레콤(4000억원) 등 SK그룹의 1분기 대규모 발행 딜을 모두 놓친 것이 뼈아팠다. KB증권이 수임한 SK그룹 딜은 3700억원에 그친다. 이는 전체 SK그룹 발행액 중 8%에 불과하다. SK그룹을 제외하면 LG그룹(5833억원), 현대차그룹(3158억원), 한화그룹(5363억원)의 주관 성과는 NH투자증권과 비슷하다.
KB증권은 대상(2200억원), 한국자산신탁(1000억원), 효성티앤씨(1000억원), 이랜드월드(600억원) 등의 발행을 단독 주관하며 4800억원의 단독주관 실적을 올렸다. 단독 주관 실적 순위도 매 분기 1위에 올랐던 KB증권이지만, 올해 1분기에는 NH투자증권에게 그 자리를 내어줬다.
3위 한국투자증권은 4조8153억원의 주관 실적을 쌓으며 2위 KB증권을 바짝 추격했다. 4300억원 규모 ㈜SK 딜을 단독 주관했던 것이 주효했다. 아울러 현대차 계열사 물량을 모두 확보한 점도 한국투자증권의 상위권 랭크에 톡톡한 역할을 했다.
신한투자증권은 3조5492억원의 실적을 올리며 4위에 올랐다. 비우량채인 JTBC(신용등급 BBB)의 단독 대표주관을 맡아 성공적으로 발행을 이끌었다. 금리 인하기에 고금리를 선호하는 투자자들의 심리를 자극한 결과다. 모집액(500억원)의 3배에 달하는 주문액을 받으며 최종 1000억원으로 2배 증액 발행했다.
◆ SK그룹과 여전히 끈끈한 SK증권…1분기 만에 1조 클럽 8곳
SK증권(2조2637억원)은 SK그룹과 끈끈한 파트너십을 보이며 5위를 기록했다. SK하이닉스와 SK가스, SK매직, SK실트론, SK디스커버리 등 SK그룹의 대다수 딜을 꿰찼다. SK증권이 확보하지 못한 SK그룹 회사채는 ㈜SK와 SK텔레콤 뿐이었다.
삼성증권(1조7757억원)과 키움증권(1조7533억원)은 1조원 후반대의 대표주관 실적을 기록하면서 6~7위를 기록했다. 그 뒤를 이어 8위 자리에는 미래에셋증권(1조5698억원)이 이름을 올렸다. 1분기 만에 주관실적 1조원을 달성한 증권사는 총 8곳에 달했다.
회사채 인수규모에서도 1위는 NH투자증권(5조1267억원)이다. KB증권이 4조5778억원을 기록하며 2위에 이름을 올렸다. 한국투자증권(3조8352억원)과 신한투자증권(3조3865억원)이 3조원대 인수 실적으로 뒤를 이었다. 이어 SK증권(2조4155억원)이 2조원대로 집계됐다. 삼성증권(1조5965억원)과 키움증권(1조5480억원), 미래에셋증권(1조5250억원), 하나증권(1조3665억원), 대신증권(1조3765억원) 등도 회사채 인수 규모가 1조원을 웃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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