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풍정학헌 회장의 깊어지는 고민...매각 검토만 4개월째

[딜사이트 민승기 기자] 지류(종이) 유통판매 기업 '신풍(구 신풍제지)'을 이끄는 정학헌 회장이 기업 매각을 두고 장고를 이어가고 있다. 시장에서는 신풍이 안정적인 수익 창출에 시급히 나서야 하는 상황인 만큼 빠른 시일 내 결정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했지만 매각 제안을 받은 지 4개월째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2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신풍은 지난 25일 '조회공시요구에 대한 답변'을 통해 "당사 최대주주는 최대주주 변경을 수반하는 주식양수도계약을 제안받고 지속적으로 검토하고 있으나 현재까지도 구체적인 사항은 확정되지 않았다"고 공시했다.
이는 지난해 11월26일 첫 조회공시요구 이후 벌써 세번째 '미확정' 답변 공시다. 신풍은 추후 구체적인 내용이 확정되는 시점 또는 3개월 이내에 재공시할 예정이다.
인수합병(M&A)시장에서는 정 회장의 신풍 매각 가능성에 좀 더 무게를 싣는 듯한 분위기다. 신풍이 수년째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하지 못하고 있어서다.
과거 국내 제지산업을 이끌던 신풍은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지속적으로 영업적자를 이어오고 있다. 최근 5년간 누적 영업적자는 270억원에 달한다. 신풍의 지난해 영업적자는 44억원으로 전년대비 9.2% 증가했다.
이는 2020년 1월부터 평택공장 가동을 중단하고, 지류 제조업을 종료한 영향 탓이다. 신풍은 당시 평택공장 부지가 고덕국제신도시 개발로 수용되자 대체 공장부지 확보에 나섰지만 공장부지 확보 등에 난항을 겪으며 대체 공장을 세우지 못했다.
이후 신풍은 수입차, 외식업 등 다양한 신규 사업을 도입하며 사업 다각화에 나섰지만 만족스러운 성적표는 얻지 못하고 있다. 결국 지난해 말 기준 수입자동차 사업도 종료했다. 신풍은 수입사와 협의하에 딜러계약을 종료 및 중단하기로 결정했으며 향후 수입자동차 유통 관련 사업 추진 예정은 없다고 밝혔다.
2023년 F&B사업본부를 신설해 야심차게 준비한 외식업도 부진한 상황이다. F&B사업의 지난해 매출은 6억원 수준으로 당초 목표했던 영업실적을 하회했다. 이로 인해 예상 투자회수기간도 예측하기 어려워진 상태다.
신풍은 2022년부터 지난해까지 16억원을 F&B사업에 투자했다. 현재 압구정 가로수길 직영 매장도 예상실적을 밑돌면서 지난해 11월 종료했으며, 최근 잠실 롯데백화점 식품관으로 이전, 영업 중이다.
안정적인 수익창출이 이뤄지지 못하면서 순손실 규모도 커지고 있다. 신풍의 순손실은 2021년 100억원, 2022년 75억원, 2023년 92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3억원의 순이익을 냈지만, 자회사였던 사료원료 도매업체 트레바이오 보유 주식 26만8804주를 처분한데 따른 일회성 요인이다.
신풍은 2022년 사업다각화를 위해 트레바이오 지분 70%를 60억원에 사들였다. 하지만 사료원료 업황 불황 등으로 인해 지분 전량을 12억원에 매각했다.
M&A업계 관계자는 "신풍이 지류 사업의 부진을 사업다각화를 통해 풀어볼려고 하는데 순탄치는 않은 것 같다"며 "매각 성사 여부를 떠나 드러난 상황만 놓고보면 정 회장이 충분히 경영권 매각을 고려할 만한 상황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신풍 관계자는 "공시에 나온 것처럼 매각 관련 검토가 계속 진행 중"이라며 "구체적인 진행 상황은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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