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딜사이트 구예림 기자] 롯데그룹이 2030년까지 롯데쇼핑의 해외 매출을 3조원으로 확대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이를 위해 싱가포르에 설립한 IHQ(International Headquarters)법인을 해외사업의 컨트롤타워로 삼고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IHQ 법인을 주축으로 기존에 별개의 사업부로 운영하던 백화점과 마트사업을 일원화함으로써 글로벌 유통전략을 더욱 체계적으로 정비하겠다는 구상이다.
지난달 27일 롯데지주 및 주요 상장 계열사는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롯데그룹 IR 데이(기업설명회)'를 개최했다. 이날 행사에서 롯데쇼핑은 지난해 1조6127억원 수준인 해외 매출을 2030년까지 3조원으로 86% 확대하겠다는 청사진을 공개했다.
롯데쇼핑은 현재 동남아시아를 중심으로 해외사업 확장에 고삐를 당기고 있다. 대표적으로 베트남과 인도네시아에서 백화점과 마트를 운영하고 있다. 롯데쇼핑은 기존에 마트와 백화점을 각 사업부별로 개별적으로 해외사업을 운영해왔지만 올해부터는 싱가포르 IHQ법인을 중심으로 모든 사업을 통합관리하며 전략적 효율성을 극대화할 계획이다.
싱가포르 IHQ는 롯데쇼핑의 단순한 해외법인이 아닌 해외사업 중간지주사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글로벌 소싱을 기반으로 한 PB(자체 브랜드) 사업 활성화, 신규 쇼핑몰 개발, 리테일 테크 전략 추진 등이 주요 과제다.
롯데쇼핑은 향후 PB사업 강화를 위해 글로벌 소싱 역량을 키우고 동남아시장 내 가격경쟁력을 높이는 데 집중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주요 거점국가에서 현지 소비자 요구에 맞춘 차별화된 제품을 선보이며 유통 채널 내 경쟁력을 강화할 방침이다.
또한 동남아시아 주요 도시에 신규 쇼핑몰 개발을 추진하며 기존 백화점과 마트사업과의 시너지도 높일 예정이다. 이를 통해 단순히 매장을 운영하는 수준을 넘어 현지 라이프스타일에 맞춘 복합쇼핑 공간을 구축함으로써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전략을 구사할 것으로 관측된다.
리테일 테크(소매 기술) 분야에서도 투자를 확대한다. 온라인·오프라인 연계(O2O) 전략, 디지털 결제 인프라 확충, 데이터 기반 맞춤형 마케팅 등 다양한 디지털 전환(DX) 전략을 도입해 글로벌 유통시장에서 경쟁력을 높일 계획이다.
롯데쇼핑이 글로벌사업 확장의 핵심거점으로 싱가포르를 낙점한 데는 여러가지 전략적 이유가 있다. 단순한 지리적 이점뿐만 아니라 크게는 ▲세제 혜택 ▲자본 조달 용이성 ▲다국적 기업 밀집 환경 등도 고려됐다.
실제 싱가포르는 글로벌기업들의 아시아 본부 집결지다. 구글, 메타(구 페이스북),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등 IT 대기업뿐만 아니라 P&G, 네슬레 같은 글로벌 소비재 기업들도 아시아태평양지역 본사를 싱가포르에 두고 있다. 이는 싱가포르가 글로벌 비즈니스 환경에서 차지하는 위상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특히 싱가포르는 법인세 부담이 낮고 기업 친화적인 세제 혜택을 제공하는 국가다. 싱가포르의 기본 법인세율은 17%다. 25% 안팎인 한국보다 낮으며 다양한 감면 제도를 통해 실제 부담율을 더욱 낮출 수 있다. 특히 IHQ 인증을 받은 기업에게는 특별한 인센티브가 제공된다. 싱가포르 법인을 설립한 후 IHQ 인증을 받으면 최대 5년간 10%의 우대 세율을 적용받을 수 있다.
싱가포르는 이에 더해 글로벌 금융기관들이 모여 있는 지역이다. JP모건, 골드만삭스, HSBC 등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이 모두 싱가포르에 거점을 두고 있으며 이를 통해 기업들은 손쉽게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 롯데쇼핑 또한 IHQ를 통해 현지에서 직접 투자금을 조달하고 이를 활용해 동남아 사업을 확장할 계획이다.
한편 롯데 글로벌 사업재편의 중심에는 유통군 HQ 수장인 김상현 롯데쇼핑 대표가 있다. 김 대표는 글로벌 유통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로 한국P&G 싱가포르 지사 부회장, 데어리팜(Dairy Farm) 싱가포르 법인 CEO 등을 역임하며 동남아시장에 대한 깊은 이해도를 쌓았다.
특히 지난해 말 롯데그룹의 대규모 인사에서 유임된 몇 안 되는 인물 중 하나다. 이는 롯데쇼핑이 글로벌 사업을 확대하는 과정에서 김 대표의 경험과 네트워크가 필수적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김 대표는 싱가포르 현지 사정에 정통할 뿐만 아니라 업계 내 광범위한 인적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어 롯데쇼핑이 싱가포르를 거점으로 삼고 동남아사업을 확장하는 과정에서 진두지휘하는 역할을 맡을 것으로 예상된다.
롯데쇼핑 관계자는 "기존 해외사업에서 마트·백화점 각 사업부가 나눠 별도로 운영됐는데 이를 총괄하는 IHQ 조직을 상반기 내 구성할 것"이라며 "싱가폴 IHQ 법인을 동남아사업의 거점으로 삼아 해외사업을 확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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