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딜사이트 한은비 기자] DSC인베스트먼트가 벤처캐피탈(VC)을 대상으로 하는 전사적자원관리(ERP) 시스템의 적용범위를 확장한다. VC들이 운용펀드에 관한 정보를 보다 수월하게 관리할 수 있도록 해 업계의 정보 투명성을 제고하고 이를 통해 새로운 유한책임투자자(LP)들의 유입을 도모하겠다는 방침이다.
18일 VC업계에 따르면 DSC인베스트먼트는 내달 초 자회사 '똑똑'이 개발한 VC 전용 ERP에 대한 설명회를 열고 이용 대상자를 적극 확대할 계획이다. 똑똑은 VC, LP, 스타트업 등 벤처투자 생태계의 각 구성원들을 위한 자산관리·영업보고 체계를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방식으로 제공하는 기업이다. 지난해 8월 출시한 VC용 ERP 시스템은 현재 DSC인베스트먼트와 DSC인베스트먼트의 자회사인 액셀러레이터(AC) '슈미트'에 우선 적용하고 있다.
DSC인베스트먼트는 VC의 ERP 시스템 구축을 위해 2022년 5월 똑똑을 설립했다. 회사가 보유한 똑똑의 지분율은 지난해 9월 기준 73.88%다. DSC인베스트먼트의 윤건수 대표와 박정운 전무는 똑똑의 사내이사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특히 박정운 전무는 LB인베스트먼트에서 근무할 당시 관련 ERP 시스템 개발 업무에 참여하기도 했다. 과거 경험을 토대로 독자적인 ERP 시스템을 새로 구축하려는 것으로 파악된다.
똑똑은 기존 업무 환경에서 발생할 수 있는 오차범위, 데이터 소실 등의 문제를 최소화해 관계자들의 업무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는 게 강점이다. 회사 관계자는 "현 투자업계에서는 대부분의 관계자들이 수작업으로 정보를 옮기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해당 과정에서는 동일 투자대상에 대한 정보도 다르게 전달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초기기업들과 투자 관련 사항을 개인용 컴퓨터(PC)나 인쇄물 등에 기재한 뒤 협의·동의한 담당자들이 회사를 떠나면 연관 자료들을 잃어버릴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예컨대 특정 LP가 출자한 자펀드 4개를 운용하는 VC들이 'A'라는 기업에 투자를 할 경우 A 기업은 각 GP들에게 재무제표 등 회사에 대한 정보를 메일이나 팩스 등으로 전송한다. 피투자대상으로부터 정보를 받은 심사역들은 관련 내용을 수기로 입력해 LP에게 보낸다. 즉 LP는 A 기업에 대한 정보를 4군데서 보고 받는 셈이다.
이때 4개의 보고서는 하나의 대상을 다룬 서류이므로 내용이 모두 일치해야 하나 사람의 손을 거치는 현재 구조에선 오차범위가 크게 나타날 확률이 높다. 똑똑의 ERP 시스템은 SaaS를 활용해 잘못된 정보량과 투자 심사역들의 단순 업무를 줄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더불어 데이터 관리를 심사역들의 영역에서 분리해 정보 보전율도 높일 전망이다.
DSC인베스트먼트는 자체 ERP 시스템을 통해 새로운 민간 LP들을 벤처투자 시장으로 유치하겠다는 목표다. 앞선 관계자는 "최근 들어 민간 LP 중심의 벤처생태계 조성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추세"라면서 "벤처시장을 키우기 위해선 데이터를 투명하고 정확하게 관리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DSC인베스트먼트의 자회사가 개발한 시스템인 만큼 타 VC들이 자사의 투자자산 등에 관한 공개를 꺼릴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VC업계 관계자는 "아무래도 경쟁사 아래에 있는 회사가 고안한 시스템이라는 점을 감안했을 때 타 VC들이 본인들의 투자 정보 등을 선뜻 입력하겠다고 결심할지는 의문"이라고 전했다.
이에 DSC인베스트먼트 관계자는 "본사는 똑똑의 ERP 시스템에 기입된 타사의 정보를 볼 수 없다"면서도 "관련 우려사항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어 ERP 시스템 관리는 똑똑의 이사회 위주로만 이뤄질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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