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재무통' KT 김영섭, 본격 구조조정 '26% 감원'
통신 둔화·AI 부진 속 성장투자 여력 '흔들'…미디어 등 '非본업' 겨냥
이 기사는 2025년 03월 10일 17시 58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4일(현지시각) 스페인 바르셀로나서 'KT 주요 경영진 간담회'를 진행 중인 김영섭 KT 대표. (사진=전한울 기자)


[딜사이트 전한울 기자] 김영섭 KT 대표가 최근 그룹 내 구조조정 범위를 본격 확장할 조짐을 보이면서 과거 LG그룹 재직 시절 '재무통' 면모를 되찾고 있다는 평가다. 취임 직후부터 지난해 초까지 '인위적 구조조정' 가능성을 일축한 점을 고려하면 1년여 만에 경영 기조를 180도 선회한 셈이다.


주력 중인 통신사업이 둔화하고 인공지능(AI) 부문 실적도 지지부진하면서 현금 창출력에 한계가 상존하는 점을 고려하면 대규모 구조조정이 한층 불가피해진 상황이라는 분석이다. AI부터 6G(세대)까지 아우르는 막대한 성장투자 여력을 마련하기 위해 비주력 사업 정리 및 비핵심 자산 유동화가 선행 과제로 떠오른 셈이다.


업계에 따르면 앞서 김 대표는 2023년 8월 취임 직후부터 지난해 초 정기 주주총회까지 "인위적인 대규모 구조조정은 없을 것"이란 입장을 고수해왔다. 하지만 지난해 10월 통신 인력 5700여명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및 재배치 등 대규모 구조조정을 추진하면서 상황이 급반전했다. 실제 국민연금에 따르면 KT 국민연금 가입자 수는 지난달 기준 1만4173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26.2% 급감했다. 종업원 급여 역시 지난해 3분기 기준 1조118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1% 감소했다.


김 대표가 KT 취임 전부터 '재무통'으로 이름을 떨쳐온 점을 고려하면 이미 KT그룹 차원에서 일찍이 대규모 구조조정을 염두에 뒀을 것이란 게 시장의 시각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KT는 오랜 기간 공기업적인 성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고여있는 이미지가 강해 '무늬만 혁신'에 그친 사례가 대부분"이라며 "최근 들어 산업 전반이 변혁기에 접어든 만큼 미래 먹거리 위주로 체질을 개선하고 성장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내부 공감대가 공고해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앞서 김 대표는 LG그룹 재직 시절 LG 구조조정본부, LG유플러스 최고재무책임자(CFO) 등 재무 전문가로 활약하다 LG CNS 대표 자리에 올라서면서 대규모 구조조정 등 파격 행보를 보인 바 있다. 당시 그는 기존 CSP(클라우드서비스) 위주 사업구조를 MSP(클라우드관리서비스) 중심체제로 전환하며 LG CNS의 디지털전환(DX) 역량을 한층 끌어올렸다는 평을 받았다. 


그가 KT 대표로 취임한 뒤 'AICT(AI+ICT)' 기업을 표방하며 속도감 있는 체질 개선을 강조하는 행보와 일맥상통하는 셈이다. 앞서 KT는 지난해 비주력 IT 자회사 매각에 이어 최근 금융·보안 솔루션 계열사 이니텍, 광고 대행 계열사 플레이디 등 일부 손자회사 정리 작업에도 본격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는 구조조정 및 자산 유동화가 한층 활성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5G 보급률 및 이용자당평균매출(ARPU)이 크게 둔화하고 AI 매출 비중 역시 4%대에 그치는 등 신·구 사업 약진이 지연되고 있기 때문이다. 주 수익원인 '5G'의 경우 전국망 구축·보수 관련 고정비용에 따라 앞으로도 고수익을 기대하기 어려운 점을 고려하면 AI 신사업 투자가 한층 확대돼야 하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다. 


KT는 지난해 4분기 기준 현금 및 현금성자산이 3조7295억원으로 전년 대비 29.5%나 늘었다. 하지만 이 회사가 향후 3년 동안 AI 인프라에 투자할 비용은 7조원대로 지난해 현금성자산을 2배 가까이 상회한다. 지난해 말에는 마이크로소프트(MS)와 향후 5년간 AI·클라우드 분야에 2조4000억원을 투입키로 하면서 투자 부담이 한층 가중됐다. 반면 영업활동현금흐름은 지난해 3분기 기준 4조400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4% 감소하는 등 현금 창출력이 둔화한 점을 고려하면 KT로선 막대한 현금을 단기에 손에 쥘 수 있는 '구조조정'이 가장 유력한 대안인 셈이다.


현재 KT는 통신 및 AI 등 본업을 제외한 미디어·콘텐츠·호텔 등 부문서 매각·합병에 나서는 방안을 구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 주 수익원인 '통신' 경쟁력을 지속 유지하면서 고수익 분야인 '기업간거래(B2B) AI전환(AX)' 사업으로 무게 중심을 서서히 옮기는 방식이다.


이에 대해 김 대표는 4일(현지시각) MWC 2025가 열린 스페인 바르셀로나 현장 간담회서 "글로벌 통신업계 성장률이 1~2% 수준에 그치는 상황 속에 구조조정 없인 이렇다할 성장도 기대할 수 없다"며 "막대한 AI 투자와 더불어 6G 전환까지 대비하기 위해선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며 본업 집중도를 높이기 위해 적절한 시기에 비핵심 자산 유동화를 계획 중"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김 대표가 최근 공식 석상에서 처음으로 본업과 비(非)본업 경계를 확실히 구분 짓고 몸집을 줄이려는 의사를 명확히 밝힌 만큼 통신, AI와 직접적인 연관이 없는 사업군이 정리 리스트에 가감없이 올라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특히 김 대표 임기가 1년여 남짓 남은 점을 고려하면 올 상반기부터 인력, 조직 구조조정이 한층 가속화될 것"이라며 "구조조정에 따른 효과나 후속조치 방안 등을 빈틈없이 준비하고 공유해 구성원들의 공감을 최대한 이끌어내는 게 관건"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KT는 이달 중 AX 전문가 300여명 규모의 'AX 딜리버리 센터'를 출범하고 AI B2B 사업을 본격 육성할 예정이다. 올 상반기에는 MS와 협력한 한국형 AI 및 클라우드를 순차 출시해 실적 기여도를 제고할 계획이다.


이를 기반으로 올해 AI 및 정보기술(IT) 매출 비중을 기존 4%대에서 12%로 3배 가까이 끌어올리겠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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