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딜사이트 이다은 기자] KT의 2025년은 그 어느 때보다 성공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증권업계에서는 KT가 올해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달성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본업'인 통신보다 KT에스테이트의 5000~6000억원 규모 부동산 개발 사업 이익 계상과 인력감축 기저효과가 이를 견인한다는 분석이다.
이러한 가운데 김영섭 KT 대표의 MWC 발언이 주목받고 있다. 김 대표가 KT에스테이트의 호텔 부동산 사업을 '부업'이라 칭하며 호텔 매각 가능성을 언급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부동산 자산을 매각하는 것이 단기 실적에는 도움이 될 지 모르나, 미래 경쟁력을 저해한다는 견해가 나오고 있다. KT가 당장에 AI로 수익성을 내지 못하는 와중 안정적 수익을 내는 호텔 매각은 '거위 배 가르기'라는 지적이 나온다.
KT에스테이트는 모회사 KT가 보유한 부동산 개발·투자, 임대·운영관리를 담당하고 있다. 2023년 말 별도 기준 자산총계 2조5241억원으로, 매출 5918억원과 영업이익 942억원을 기록했다. 회사는 호텔 등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장하며 KT 연간 영업이익의 5~6%를 책임지고 있다.
그 덕에 KT는 서울에서 5성급 호텔을 가장 많이 운영하고 있는 기업이 됐다. 현재 KT에스테이트가 보유한 호텔은 ▲노보텔 앰배서더 서울 동대문(2018) ▲안다즈 서울 강남(2019) ▲소피텔 앰배서더 서울(2021) ▲르메르디앙 서울 명동(2022)이 있다. 올해 오픈 예정된 앰배서더 풀만 구의(가칭)를 더하면 총 5개의 호텔을 가지게 되는 셈이다.
특히 호텔 사업은 매출과 이익 모두 톡톡히 기여하고 있다. 건물을 소유한 KT가 글로벌 호텔 체인에 경영을 맡기고 수수료를 받는 위탁경영의 구조라 고정비 등 수익성 저해 요인이 적기 때문이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2020년 297억원이었던 KT에스테이트 호텔부문 매출은 ▲2021년 497억원 ▲2022년 1279억원 ▲2023년 1836억원으로 크게 성장했다. 특급 호텔 체인을 들이며 자산 가치도 크게 올랐다.
호텔·부동산 사업의 호조에 힘입어 KT에스테이트는 KT그룹의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자리매김했다. KT에스테이트는 2023년 기준 175억원을 배당하며 KT스카이라이프, BC카드를 누르고 가장 많은 금액을 배당했다. KT에스테이트는 KT의 100% 자회사로 배당금 외부 유출이 없는 점도 중요한 대목이다.
게다가 호텔 사업은 KT의 AI 사업과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장점도 갖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노보텔 앰배서더 동대문에는 국내 호텔 가운데 처음으로 인공지능(AI) 기술이 적용됐다. KT의 AI 음성 인식 플랫폼 기가지니 인사이드를 활용해 고객 문의에 실시간으로 응대하는 AI 컨시어지 서비스를 꼽을 수 있다.
이렇다보니 김영섭 KT 대표의 호텔 매각 발언에 업계는 갸우뚱한 반응이다. 김 대표는 4일(현지시각) 스페인 바르셀로나 '하얏트 리젠시 바르셀로나 타워'서 열린 주요 경영진 간담회에서 "KT에스테이트는 유휴 부동산이 생기면 가치있게 활용하도록 하는 회사이지 호텔업을 하기 위한 회사가 아니다"라며 "KT에스테이트가 호텔 소유 등을 본업으로 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주파수도 받아야 하고 위성도 해야 하고 6G도, AI도 하려면 엄청난 투자가 필요하다"며 "우리가 가진 호텔 등 부동산은 적기에 매각하고 이를 본업에 투자해 본업을 성장시켜야 한다"고 덧붙였다.
현재 KT는 SKT의 '에이닷', LG유플러스의 '익시오' 등 경쟁사와 달리 실제적인 AI 서비스를 출시하지 않고 있다. 김 대표는 같은 자리에서 'B2B 중심의 AI전환(AX) 사업'을 성장 동력으로 삼겠다고 밝혔다. 회사는 지난해 조직개편을 통해 엔터프라이즈 부문과 전략 신사업 부문을 통합한 바 있다. 이달 중에는 'AX 딜리버리 센터'를 출범할 예정이다.
일각에서는 최고재무책임자(CFO) 출신인 김 대표의 이러한 조치가 단기적 실적 부양에 그친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KT는 지난해 매출 26조4312억원, 영업이익 8095억원을 거둬들였다. 지난해 3분기 기준 KT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약 4조원으로 전년 대비 1조원이 늘었다. 유동자산만 해도 15조원이다. SK텔레콤의 현금성 자산이 2조원, 유동성 자산이 7조원 가량 것에 비해 충분한 재정을 갖췄다고 볼 수 있다.
내부에서도 과거 이석채 회장 등 전임 대표와 비슷한 수순을 밟는 것 아니냐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KT관계자는 "새로운 수익 모델로 내세운 AI가 아직 수익을 내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단기 실적에 집착하는 경영을 고집하다가 통신 경쟁력도 훼손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KT 관계자는 "김 대표께서 마지막에 덧붙인 대로 아직 정해진 건 없다"고 답했다.
한편 KT는 지난달 13일 '연결재무제표기준영업실적등에대한전망' 공시를 통해 올해 매출 가이던스를 28조원 이상으로 제시했다. 이는 당사의 최근 영업실적 및 경영계획에 따라 작성됐으며, 시장상황에 따라 변동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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