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엔 고속도로 붕괴'설상가상'…신용등급 강등 가능성 '고조'

[딜사이트 박안나 기자] 현대엔지니어링의 신용등급 강등 위기감이 더욱 고조되는 모양새다.
지난해 해외 플랜트 대규모 손실 탓에 재무건전성이 흔들리면서 신용등급 하향 가능성이 제기됐었는데, 고속도로 건설현장에서 발생한 붕괴사고로 수백억원의 추가 비용에 더해 영업정지 처분까지 예상되면서다.
28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현대엔지니어링은 앞서 25일 고속도로 건설현장에서 발생한 붕괴사고 영향으로 신용등급 강등 가능성 더욱 높아진 것으로 파악된다. 재무부담이 가중되는 데다 영업정지 등 경영 불확실성이 부각되는 탓이다.
◆ 지난해 조 단위 적자에 붕괴사고 비용부담 가중
현대엔지니어링은 국내 3대 신용평가회사(신평사) 가운데 한국기업평가(한기평)와 나이스신용평가(나신평)로부터 신용등급을 받고 있다. 지난해 해외 플랜트 관련 대규모 손실과 그에 따른 재무건전성 악화로 신용평가사들은 현대엔지니어링의 신용등급 하향조정 가능성을 내비췄었다.
한기평과 나신평은 현대엔지니어링의 기업신용등급(ICR)을 'AA-'로 평가하고 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10년 넘게 AA- 신용도를 유지하고 있지만, 지난해 조 단위 영업손실 및 순손실을 내면서 등급 강등 가능성에 노출된 상황이다.
한기평은 현대엔지니어링의 등급전망을 '안정적(Stable)'에서 '부정적(Negative)'으로 변경했으며, 나신평은 현대엔지니어링의 신용등급을 '하향검토(↓)' 감시대상에 올렸다. 나신평은 "현대엔지니어링 등급감시대상 등재 핵심 사유는 진행 중인 해외 사업장에서 발생한 대규모 손실과 그에 따른 재무안정성 저하"라고 설명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지난해 9906억원에 이르는 순손실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말 기준 현대엔지니어링 자기자본의 25.5%에 해당하는 규모다. 순손실에 따른 자본 감소 영향으로 2023년 말 108.0%였던 현대엔지니어링 부채비율은 2024년 말 243.8%까지 치솟은 것으로 추산된다. 재무건전성에 경고등이 켜진 상황에서 붕괴사고에 따른 추가비용 부담까지 더해졌다.
고용노동부는 이번 붕괴사고와 관련해 중대재해처벌법 및 산업안전보건법 등 법령 적용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중대재해처벌법에 따르면 사업주나 경영책임자에게는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의 벌금이, 법인에는 50억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사고 구간의 재시공 비용 수백억원에 더해 손해배상 및 벌금으로 추가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이번 사고로 인한 수백억원 규모의 재시공 비용과 배상금 및 벌금 등 자금 소요를 고려하면 현대엔지니어링의 재무건전성 개선 여력은 그만큼 감소할 수밖에 없다. 현대엔지니어링으로서는 신용등급 강등을 피하기 위해 재무지표 개선 흐름을 보여줘야 하는데, 대규모 추가비용 부담이 생기면서 재무건전성 개선 계획에 차질이 빚어진 셈이다.
◆ 영업정지 불확실성 리스크 부각
재무부담 확대에 더해 영업정지 처분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는 점도 신용등급 강등 가능성을 키우고 있다. 산업안전보건법 등 관계법령에 따르면 영업정지 처분도 가능하다.
이번 붕괴사고는 고속국도 제29호선 세종~안성간 건설공사 제9공구 중 안성시 서운면 산평리에 위치한 청룡천교 공사현장에서 일어났다. 교각 위 구조물이 붕괴됐고 사상자는 10명에 이르렀다.
사고가 발생한 9공구는 현대엔지니어링과 호반산업이 컨소시엄을 꾸려 공동시공을 하고 있는 곳이다. 현대엔지니어링의 시공지분이 60%를 넘는 탓에 상대적으로 큰 책임을 지게 될 공산이 크다.
2022년 HDC현대산업개발의 광주 붕괴사고 및 2023년 GS건설의 검단사고 등 앞선 사례를 비춰봤을 때 지자체 및 국토부에서 현대엔지니어링에 영업정지 처분을 부과할 수도 있다.
앞서 붕괴사고로 영업정지 처분을 받았던 건설사들의 사례를 살펴보면, 영업정지에 따른 경영상의 불확실성이 신용등급 강등 요인으로 꼽혔었다.
영업정지 처분에 대한 가처분 및 취소 소송 등을 통해 영업활동을 이어갈 수는 있지만, 영업정지 가능성은 경영상 불확실성을 키우는 요소로 부각된다.
HDC현산의 경우 2021년 7월과 2022년 1월 있었던 2차례의 붕괴사고 이후에, GS건설은 2023년 4월 검단 지하주차장 붕괴사고로 신용등급 하락을 겪은 바 있다, 두 회사 모두 기존 A+였던 신용등급이 A로 강등됐었다.
신용평가사들은 두 건설사의 신용등급 하향조정 사유로 ▲붕괴사고 공사손실에 따른 재무건전성 및 수익성 악화 ▲영업정지 등 처분 수위에 따른 사업경쟁력 저하 가능성 등을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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