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딜사이트 이세정 기자] 대한항공은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체제에서 그 위상이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국내 최초 민간 항공사이자 국내 최대 대형항공사(FSC)라는 타이틀을 보유 중이던 대한항공은 유일한 경쟁사 아시아나항공을 품으며 거대기업으로 발돋움했다.
완전한 통합 항공사가 탄생하려면 최대 3년의 시간이 더 필요하다. 대한항공은 당분간 '1사 2브랜드' 체제를 유지하지만, 최종적으로 아시아나항공을 흡수할 계획이다. 아울러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산하 저비용항공사(LCC) 3곳도 합병 절차를 거쳐야 한다.
◆ 아시아나항공, HDC현산 피인수 무산…조 회장, '구원투수' 등극
8일 항공업계 등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지난해 12월 아시아나항공이 단행한 1조5000억원 규모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하며 이 회사 최대주주(지분율 63.8%)에 올랐다. 기존 최대주주이던 금호건설은 지분율이 30.8%에서 11.1%로 떨어졌다.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스토리는 2020년 11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 시기 글로벌 항공 산업은 코로나19 팬데믹 장기화로 급격한 경영난에 휘말렸다. 당초 아시아나항공은 HDC현대산업개발이 2조5000억원을 들여 인수할 예정이었지만, 팬데믹 이슈로 딜클로징(거래종결)이 지지부진한 상태였다. 특히 산업은행 등 아시아나항공 채권단은 그해 8월 HDC현산이 제안한 아시아나항공 인수 가격 재협상을 거부했고, M&A도 최종 무산됐다.
이에 조 회장이 구원투수로 등장했다. 산은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제의를 수용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당시 대한항공은 화물사업으로 여객부문의 적자를 보전하고 있었지만, 연간 순손실을 기록할 만큼 상황이 좋지는 않았다. 하지만 조 회장은 국가기간산업인 항공산업이 무너질 경우 결과적으로 대한항공 역시 유탄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작업은 예상보다 더디게 진행됐다. 팬데믹 장기화로 기업결합 필수 신고국가의 심사 과정이 지연됐고, 마지막 국가인 미국이 최종 승인하기까지 약 4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그렇다고 대한항공이 두 손 놓고 가만히 있지는 않았다. 예컨대 대한항공은 서울 강서구 소재의 본사를 전면 리모델링했을 뿐 아니라 2022년부터 통합 CI 개발 작업에 착수했다.
◆ 글로벌 11위권, 완전 통합은 2027년…재무 강화 등 과제
대한항공의 글로벌 항공사 순위(수송규모 기준)는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기점으로 기존 18위에서 11위로 7단계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양사가 완전히 합쳐지는 시점은 오는 2027년으로, 이전까지는 각각의 브랜드로 운영된다.
아시아나항공은 우선 대한항공 자회사로 편입된 만큼 기존의 '색동날개' CI를 버리고, 대한항공이 개발한 신규 CI를 달았다. 앞서 대한항공은 지난달 11일 대한항공 고유의 태극마크를 현대적인 이미지로 재탄생시킨 신규 로고와 CI를 발표했다. 조 회장은 "통합 대한항공은 앞으로 마음과 마음, 세상과 세상을 하늘길로 연결하겠다는 수송의 뜻 깊은 가치에 집중할 것"이라며 "누구도 넘보지 못할 안전 체계를 갖춰 특별한 고객 경험을 선사하고 모든 이해관계자와 소통하며 신뢰를 쌓아 더 나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 함께 하겠다"고 말했다.

대한항공은 2027년까지 아시아나항공의 직급과 급여, 복지 체계를 일치시킬 뿐 아니라 기단 운용과 안전운항, 정비 등의 체계도 통일해야 한다. 특히 통합에 맞춰 중복 인력 재정비와 중복 계열사 합병 등에도 대비해야 한다.
가장 중요한 과제로는 아시아나항공의 재무구조 정상화가 꼽힌다. 부채비율을 낮추고 결손금을 털어내는 것이다. 실제로 아시아나항공은 지난해 연결기준 순손실 4130억원을 기록하며 결손금 규모 8622억원에서 1조4627억원으로 더욱 키웠다. 부채비율은 전년 대비 260%포인트(p) 낮췄지만, 여전히 1240.8%로 높다.
아시아나항공의 차입 부담도 적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이 회사가 1년 안에 상환해야 하는 단기차입금은 1조3800억원이지만, 현재 보유 중인 현금성자산(금융자산 포함)은 이보다 적은 1조2681억원으로 나타났다. 아시아나항공의 유동비율은 56%에 불과하다. 해당 비율이 100% 미만일 경우 1년 내 상환해야 하는 부채가 1년 내 현금화할 수 있다는 자산보다 많다는 의미로, 단기적으로 유동성 문제를 해결할 여력이 충분치 않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 마지막 단계, 진에어 중심 LCC 통합…"가장 사랑받는 항공사 될 것"
조 회장이 구상한 '메가 캐리어'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합쳐진 뒤, 통합 LCC가 출범하면서 완성될 전망이다. 대한항공 자회사인 진에어가 주축이 돼 통합 대한항공의 자회사가 되는 에어부산, 에어서울을 흡수하는 방식이다. 모(母)기지는 진에어의 인천공항이 될 것으로 보인다.
에어서울의 경우 통합 아시아나항공의 100% 자회사라는 점에서 진에어로 합병되는 절차가 비교적 단순하다. 최근 3년 간의 순이익으로 추산한 에어서울의 주식가치는 약 2877원, 약 100억원으로 추정된다. 에어서울이 현재 운용 중인 6대의 항공기와 운수권 등을 고려하면 궁극적으로 진에어의 시장 경쟁력 강화로 이어지게 된다.

문제는 에어부산이다. 이 회사는 부산 지역 주주 지분율이 16%에 육박하는 터라 잡음이 불가피해서다. 단순하게는 통합 대한항공이 에어부산 지역 주주 지분을 모두 매입하는 방식이 거론된다. 7일 종가(1956원) 기준 부산 지역 주주의 지분 가치는 약 356억원 상당으로 추산된다. 일각에서는 통합 대한항공이 해당 주주들의 반발을 최소화하기 위해 약간의 프리미엄(할증)을 얹어줄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
이에 한진그룹은 통합 대한항공과 통합 진에어를 거느린 항공대그룹으로 거듭날 전망이다. 특히 통합 LCC는 압도적인 1위 입지(기단 58대)를 구축하게 된다.
조 회장은 "대한항공이 명실상부한 글로벌 네트워크 캐리어로 도약하는 시작점에 서있다"며 "규모가 큰 항공사가 아니라 모두의 마음 속에 가장 깊이 기억되는 항공사, 한국을 넘어 전 세계에서 가장 사랑받는 항공사라는 '비전'을 향해 부단히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새로운 눈으로 시장을 바라봅니다. 딜사이트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