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솔케미칼반도체 슈퍼사이클 돌입…승계 골든타이밍
한솔그룹은 1991년 고(故)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 장녀인 고 이인희 한솔그룹 고문(창업주)이 분가하면서 출범했다. 슬하에 세 아들을 둔 이 고문은 당시 만연하던 '장자 승계원칙'을 깨고 막내아들인 조동길 현 한솔그룹 회장에게 경영권을 넘겨줬고, 장남인 조동혁 한솔케미칼 회장은 과산화수소 사업을 영위하는 화학사를 물려받았다. 한솔케미칼은 한솔그룹 계열사로 묶이지만, 사실상 독립 회사로 운영되는 '한지붕 두가족' 체제다. 이렇다 보니 한솔가(家) 후계 작업에는 속도차가 발생한다. 가장 고령인 조동혁 회장은 장녀 조연주 부회장을 중심으로 경영승계 구도를 굳히고 있다. 딜사이트는 한솔케미칼의 경영 승계 현황과 향후 과제 등을 조명해 본다.

[딜사이트 이세정 기자] 한솔케미칼이 반도체 업황 반등에 따른 실적 회복세를 예고한 가운데 오너 세대교체를 앞당기는 재료가 될 지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안정적인 재무체력을 유지할 것으로 보이는 만큼 배당 확대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주주환원 강화는 주주들의 지지를 이끌어 내기 유리한 뿐 아니라 승계 실탄을 수월하게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 반도체용 과산화수소 등 주력제품 판매 호조…수익성 강화
31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한솔케미칼의 올 2분기 연결기준 실적 컨센서스(추정치 평균)는 매출 2077억원과 영업이익 389억원이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6.7% 증가하고, 영업이익은 19.3% 늘어난 수준이다. 이 같은 컨센서스가 실현될 경우 한솔케미칼은 2022년 4분기 이후 6개 분기 만에 분기 매출 2000억원을 돌파하게 된다.
한솔케미칼의 실적 기대감은 반도체 업황 회복세에서 기인했다. 지난해 3분기 바닥을 친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과 메모리 가동률이 점진적인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한솔케미칼의 주력 제품인 반도체용 과산화수소·프리커서(전구체) 수요가 확대된 것으로 분석된다. 한솔케미칼이 생산한 과산화수소는 1차 정제를 거쳐 계열사인 삼영순화로 판매한다. 해당 과산화수소는 2차 정제 작업 후 세정용으로 삼성전자 등에 공급된다.

1980년 과산화수소 자체 생산 기업으로 출범한 한솔케미칼은 2000년대 초중반까지만 해도 제지 및 섬유용 화학제품을 기반으로 성장해 왔지만, 사업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위해 전자재료 소재와 이차전지 사업에 뛰어들었다. 현재는 ▲정밀화학 ▲디스플레이 ▲반도체 ▲이차전지 사업을 영위 중이다.
증권가는 한솔케미칼의 연간 실적이 크게 개선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반도체 업황이 본격적인 슈퍼사이클(대호황)에 올라탄 데다 원자재(LNG) 가격 하락 등 우호적인 영업 환경이 조성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차전지 소재 자회사인 테이팩스의 해외 수출 물량이 확대되고 있다는 점도 호재다. 이에 한솔케미칼의 올해 연간 실적 컨센서스를 살펴보면 매출이 전년보다 17.3% 성장한 8422억원, 영업이익이 20.5% 증가한 1495억원 수준일 것으로 추산된다. 아울러 순이익도 16% 늘어난 1259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측된다.
◆ 재무건전성 기반 배당 기대감…주가 상승 땐 승계자금 부담 커져
한솔케미칼의 이익 체력 강화는 표면적으로 오너 3세(범삼성가 4세)인 조연주 부회장 체제를 안착시키는 효과를 발휘할 전망이다. 애초 한솔케미칼이 외부 차입을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근본적인 재무건전성을 다져왔는데, 호실적과 투자 부담 완화로 배당 여력을 더욱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솔케미칼은 올 1분기 말 연결기준 부채비율이 49.9%이며, 차입금의존도는 9.7%였다. 총 자본에서 순차입금(총차입금-현금및현금성자산)이 차지하는 비율인 순차입금비율은 16.2%에 그쳤다. 해당 비율의 적정 수준은 20% 이하이며, 이자 지급 부담이 크지 않다는 의미다. 여기에 더해 순이익이 계속 쌓이고, 수년간 단행된 생산설비 증설 작업이 사실상 마무리된 데 따른 CAPEX(자본적지출) 축소로 현금 창출력은 탄탄해질 것으로 보인다.
한솔케미칼이 현금 배당 정책을 공격적으로 수립한 점 역시 배당확대 여지를 높이는 배경이다. 이 회사는 지난해부터 '단기적(1~2년)으로는 최소한 전년도 주당 현금배당금 이상의 배당성향과 장기적(3~5년)으로는 별도 순이익의 20% 수준의 배당성향을 각각 지향하겠다'는 정책을 따르고 있다.
실제로 한솔케미칼은 2022년 실적에 대한 결산배당으로 전년과 동일한 주당 2100원을 지급했으며, 순이익이 감소한 지난해에도 전년과 동일한 배당금을 책정했다. 올해부터는 장기 정책에 따라 별도 순이익의 20%를 지급할 계획이다. 단순 계산으로 2023년 순이익을 기준으로 한 주당 배당금은 최소 2200원이다.

다만 호실적과 배당 확대가 오히려 주가 상승을 견인하는 만큼 승계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상반된 시각도 제기된다. 주식 증여 작업이 미완성인 만큼 오너일가의 자금 부담을 키우는 요인이 되기 때문이다.
조 부회장의 경우 한솔케미칼 개인 2대주주 지위를 확보 중이지만, 보유 지분이 5.57%(신탁계약분 포함)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부친인 조동혁 회장(7.5%)과 모친 이정남 여사(0.13%) 분을 모두 더해도 13.2% 수준이다. 통상 재계에서 안정적인 경영권을 확보했다고 판단하는 지분율 30%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조 부회장이 한솔케미칼 지분율 30%를 채우려면 총 254만주를 매입해야 하는데, 이날 종가(15만9000원) 기준 4039억원 상당이다.
기업지배구조 전문가는 "주주 이익환원을 강화하면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불거질 수 있는 잡음을 선제적으로 관리하는데 효과적"이라며 "다만 지분 정리가 이뤄지지 않은 경우라면 주가 상승이 막대한 자금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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