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렌탈 vs 쏘카, 지분 경쟁 본게임은 내년?
2차 풋옵션·SK㈜ 물량 실취득 못해…전·현직 임원 뭉쳐 방어선 구축
이 기사는 2023년 12월 21일 17시 13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박재욱 쏘카 대표이사. (제공=쏘카)


[딜사이트 이세정 기자] 모빌리티 플랫폼 기업 쏘카를 둘러싼 경영권 분쟁의 불씨가 쉽사리 꺼지지 않고 있다. 쏘카 2대주주에 오르는 롯데렌탈이 충분한 재무여력을 갖추고 있는 만큼 마음만 먹으면 최대주주 지위에 오를 수 있어서다.


쏘카는 적대적 인수합병(M&A)에 대비하는 모습이다. 이 회사 최대주주와 현직 임원들은 의결권 공동 행사 계약을 맺었고, 창업주인 이재웅 전 대표는 사재를 투입해 지분율을 높이고 있다. 시장에선 롯데렌탈과 쏘카 전·현직 임원들 간 주식 확보전이 내년부터 본격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한다. 롯데렌탈이 쏘카 주식을 취득하기 위한 사전절차인 기업결합 승인을 받지 못한 만큼 당장은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는데 제약이 존재할 수밖에 없어서다.


최진환 롯데렌탈 대표가 '2023 CEO IR DAY' 에서 성장 전략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롯데렌탈)

◆롯데렌탈, 풋옵션 물량에 SK㈜ 보유분 확보…총 지분율 34.7%


2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롯데렌탈이 쏘카 주요주주 명단에 처음 이름을 올린 것은 작년 3월이다. 롯데렌탈은 쏘카 프리IPO(상장 전 지분투자)에 참여했던 재무적투자자(FI)로부터 386만6075주(13.29%)를 1746억원이 매입했다. 특히 롯데렌탈은 최대주주가 원할 경우 보호예수 만료 6개월 이내에 발행주식 총수의 최대 5%를 산다는 주식매수청구권(풋옵션) 조항을 계약서에 넣었다.


롯데렌탈의 쏘카 주식 첫 취득을 의아하게 바라보는 시선은 많지 않았다. 자회사로 카셰어링 업체 그린카를 운영 중이던 만큼 종합 모빌리티 서비스 플랫폼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업계 1위 업체에 전략적 투자를 단행한 것으로 바라봤다.


쏘카는 작년 8월 유가증권(코스피)시장에 상장했고, 에스오피오오엔지는 1년이 지나 보호예수가 해제된 당일(올해 8월22일) 1차 풋옵션을 행사했다. 쏘카 주가가 상장 이후 지속적으로 우하향 곡선을 그렸던 만큼 최대주주 입장에선 시세차익을 거두기 위해 풋옵션을 행사하는 것이 유리했다. 이에 롯데렌탈은 쏘카 주식 105만2000주(3.18%)를 인수할 수밖에 없었고 지분율은 11.81%(상장 후 지분 축소)에서 14.99%로 늘었다.


하지만 롯데렌탈이 약 일주일 뒤인 8월31일 기존 2대주주인 SK㈜가 보유 중인 주식 587만2450주(17.9%)를 모두 사들이기로 하면서 적대적 M&A를 염두에 둔 지분 확대라는 분석이 나왔다. 딜클로징(거래종결) 시점은 내년 9월13일이다. 아울러 롯데렌탈은 지난달 24일에도 에스오피오오엔지의 2차 풋옵션 행사에 따라 58만7413주(1.79%)를 취득키로 했는데, 최종적으로 34.68%의 지분을 가지게 된다.


이재웅 전 쏘카 대표(왼쪽)와 박재욱 현 대표.(사진=쏘카)

◆현금 많은 롯데렌탈, 똘똘 뭉친 쏘카…공정위 승인 후 충돌?


시장에선 롯데렌탈이 풍부한 현금력을 앞세워 쏘카 주식을 대폭 끌어올릴 수 있다고 내다보고 있다. 최대주주 측과의 지분 격차가 한 자릿수란 점은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이다. 올 9월 말 기준 에스오큐알아이 및 특수관계자의 쏘카 지분율은 34.9%였다.


롯데렌탈은 올 3분기 말 개별기준 4241억원에 달하는 현금성자산을 보유 중이다. 여기에 더해 소비재 및 의료장비 렌탈 등 비주력 사업을 정리한 만큼 추가적인 현금도 마련할 수 있다. 쏘카의 이달 평균 주가(12월1~20일)인 1만5809원을 기준으로 단순 계산해 볼 때 전체 상장주식의 82% 가량을 매집할 수 있다.


쏘카 측은 일찌감치 경영권 공격을 방어하기 위한 대책을 세워둔 모양새다. 먼저 이 회사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인 ▲에스오큐알아이 ▲에스오피오오엔지 ▲옐로우독산책하다투자조합 ▲브라보브이파트너스조합 ▲박재욱 쏘카 대표 ▲포보스조합 ▲황현정 ▲오윤진 옐로우독대표이사는 올 8월28일 공동 경영계약을 체결했다. 쏘카 측은 "미래 전략인 '쏘카 2.0'의 성공을 위해 함께 노력하겠단 뜻을 담았다"고 설명했지만, 이는 표면적인 이유에 불과하단 게 시장의 지배적인 판단이다.


이 전 대표와 박 대표가 올 10월부터 각각 66억원, 97억원 상당의 현금을 투입해 쏘카 주식을 대거 매집한 점은 눈길을 끄는 대목이다. 이에 따라 쏘카 측 우호 지분은 총 38.43%(2차 풋옵션 포함)로 확대됐다. 그간 개인 회사를 통해 쏘카 주식을 보유했던 이 전 대표가 직접 등판한 배경엔 경영권을 사수하겠단 강력한 의지를 깔려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다만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의 승인이 아직 진행 중인 터라 롯데렌탈은 1차 풋옵션 물량만 취득한 상태다. 심사 완료 시점은 내년 1월이 유력하다. 롯데렌탈은 해당 절차가 완료되는 대로 2차 풋옵션 주식을 인수할 계획이며, SK㈜ 보유 분 물량을 받는 데에도 큰 문제는 없을 전망이다. 아울러 추가로 주식을 장내 매입하는데 따르는 부담이 대폭 완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M&A를 공개적으로 시도할 수 있단 게 일각의 시각이다.


시장 한 관계자는 "롯데렌탈의 최종 목적을 쏘카와 그린카의 합병이라고 보는 의견이 적잖다"며 "경영권 분쟁이 발발한다면 시중에 유통되는 쏘카 주식수가 전제의 15% 안팎에 불과하단 점에서 선제적으로 주식을 확보한 쪽이 유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롯데렌탈 관계자는 "쏘카 주식을 추가 매입할 계획은 없다"며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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