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테크 없는 뷰티, 아모레퍼시픽의 한계
기존 기술 반복을 넘어야 소비자가 체감할 혁신 가능
이 기사는 2026년 01월 30일 14시 36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딜사이트 노연경 기자] "그냥 기존에 출시했던 상품밖에 없더라고요."


세계 최대 IT·가전 전시회 CES 2026에서 아모레퍼시픽이 삼성전자와 함께 꾸린 전시관을 다녀온 한 관람객은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미래 기술을 엿볼 수 있을 것이라 기대했지만 이미 시장에 공개된 상품만 전시돼 있어서다.


아모레퍼시픽은 2020년 뷰티 기업 최초로 CES에 참가한 이후 꾸준히 이 행사에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지난해에는 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이 직접 CES를 방문하기도 했다. 이는 '뷰티 신기술은 우리가 선도한다'는 이미지를 시장에 각인시키기 위한 전략으로 읽힌다.


그러나 실제로 아모레퍼시픽이 선보인 뷰티 디바이스를 살펴보면 혁신과는 거리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아모레퍼시픽의 뷰티 디바이스 전문 브랜드 '메이크온'에서 가장 최근에 출시한 '스킨 라이트 테라피 3S'는 기기를 피부에 대면 피부 상태를 측정하고 이에 맞춰 부스팅·토닝·릴렉싱 모드로 피부 관리를 할 수 있는 제품이다.


아모레퍼시픽은 디바이스로 피부 상태를 측정한 뒤 곧바로 관리 단계로 이어진다는 점을 차별점으로 내세웠지만 엄밀히 따지면 이를 '신기술'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피부 상태를 분석해 개인에게 맞는 관리 방법이나 화장품을 추천해주는 플랫폼은 이미 시장에 다수 존재한다. 기기에 적용된 일렉트로포레이션(EP), 멀티 LED, 미세전류(EMS) 기능 역시 다른 뷰티 디바이스에도 일반적으로 포함된 기술이다. 두 개의 기능을 하나로 묶어 놓았을 뿐 개별 기술 자체가 새롭다고 보기는 어렵다.


올해 아모레퍼시픽이 CES에서 혁신상을 수상한 차세대 전자피부(electronic skin) 플랫폼 기술 '스킨사이트' 역시 혁신적인 신기술로 소개하기에는 아쉬운 지점이 있다.


스킨사이트 소개 영상을 보면 이 기술은 24시간 동안 얼굴에 패치를 부착하면 연동된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피부 상태를 진단하고 맞춤형 화장품을 추천해주는 방식이다. 이미 카메라를 활용해 피부 수분이나 온도를 측정하고 이에 맞는 화장품을 추천하는 기술은 시장에 다수 출시돼 있다.


패치를 부착해 보다 정교하고 정확하게 피부를 분석할 수 있다는 점이 아모레퍼시픽이 내세운 기술력이지만 소비자가 체감할 수 있는 효과는 기존 기술과 크게 다르지 않다. 반면 올해 CES에서 최고혁신상을 수상한 한국콜마는 상처 치료와 커버 메이크업을 동시에 구현하는 뷰티 디바이스를 선보이며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아모레퍼시픽은 현재 기술력 측면에서 뷰티테크 시장을 주도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레거시(전통) 화장품 기업인 아모레퍼시픽의 위상은 예전 같지 않다. 신흥 강자인 에이피알(APR)에게 시가총액을 역전당했고 국내 최초 '1조원 뷰티 브랜드'였던 설화수는 지난해 1조원 매출 고지를 지키지 못했다. 현재 아모레퍼시픽의 실적을 떠받치고 있는 브랜드 역시 설화수가 아니라 2023년에 인수한 코스알엑스다.


다만 아모레퍼시픽의 재무 체력과 R&D(연구개발) 역량은 여전히 탄탄하다. 매년 수천억원 규모의 영업현금흐름을 창출하고, 무차입 경영으로 부채비율은 24%에 불과하다. 오산 등에 대규모 연구개발 센터를 보유하고 있어 기술 개발 기반도 갖추고 있다.


이제 아모레퍼시픽에게 필요한 것은 명확하다. OEM(주문자 상표 부착 생산)에 의존해 이미 시장에 나와 있는 제품과 유사한 상품을 반복적으로 내놓기보다 자체 기술력을 키워야 할 시점이다. 그래야 비로소 CES와 같은 무대에서 존재감을 확실히 각인시키고 분위기를 반전시킬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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