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유동성 점검11개 상장사 주가, 렌탈 빼고 '주르륵'
롯데그룹이 유동성 위기설을 잠재우기 위해 전력투구하고 있다. 그룹의 핵심 부동산 자산이자 랜드마크인 롯데월드타워를 담보로 제공하는 한편 자산재평가·자산유동화·사업구조조정·비핵심 계열사 매각 등 다양한 자구책을 총동원하고 있다. 하지만 롯데그룹의 이 같은 노력에도 시장의 분위기는 냉랭하다. 그룹의 캐시카우 역할을 해온 유통사업과 석유화학사업의 부진 탓이다. 특히 롯데케미칼은 롯데그룹 유동성 위기설의 진앙으로 꼽힌다. 이에 딜사이트는 롯데그룹 계열사의 유동성을 비롯한 재무 현황을 짚어본다. [편집자주]

[딜사이트 이세정 기자] 롯데그룹 11개 상장사 가운데 롯데렌탈을 제외한 모든 계열사의 주가가 연초 대비 우하향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가치를 평가하는 기초적 잣대인 시가총액(시총)도 롯데렌탈을 빼고는 전부 쪼그라들었다.
롯데그룹은 핵심 계열사 롯데케미칼에서 시작된 유동성 위기가 그룹사 전반으로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해 선제적인 자산 매각을 결정했다. 하지만 첫 번째 매물로 소위 '잘 나가는' 롯데렌탈을 내놓으면서, 자충수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 '정점' 롯데지주·'핵심' 케미칼 등 그룹사 전반 고꾸라진 주가
16일 한국거래소 등에 따르면 롯데그룹 상장사 11개사 중 10개사의 주가가 연초와 비교할 때 적게는 0.2%, 많게는 56% 빠졌다. 세부적으로 그룹 지주사인 롯데지주는 올 1월2일 종가 기준 2만6350원이던 주가는 이달 12일 2만1550원으로 18.2% 내렸다. 이 영향으로 롯데지주 시총은 2조7644억원에서 2조2608억원으로 떨어졌다.
롯데그룹 상장사 중 가장 낙폭이 큰 곳은 롯데케미칼이다. 이 회사 주가는 55.5%(14만6200→6만5000원) 위축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6조3000억원에 육박하던 시총은 2조8000억원 수준으로 주저앉았으며, 시총 순위 역시 60위권에서 120위권으로 후퇴했다.
다른 상장사의 경우 롯데그룹 양대 사업군인 화학과 유통 부문의 부진이 두드러졌다. 연초 대비 주가 하락률은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47.3% ▲롯데정밀화학 30.8% ▲롯데이노베이트 35.5% ▲롯데하이마트 28.1% ▲롯데쇼핑 23.2% ▲롯데칠성음료 18.3% ▲롯데웰푸드 10% 등이었다.
아울러 IT 계열사인 롯데이노베이트와 부동산 투자사인 롯데리츠(롯데위탁관리부동산투자회사)의 경우 각각 35.5%, 0.2%씩 뒷걸음질 쳤다.
◆ 롯데렌탈, 연초 대비 19% 상승…중고차 렌탈 등 포트폴리오 재편 효과
롯데렌탈은 그룹 내 유일하게 주가가 상향 그래프를 그린 계열사다. 예컨대 롯데렌탈은 새해 첫 날 2만7400원에 장을 마감했으며 시총은 1조93억원 수준이었다. 하지만 이달 12일 기준 19% 가까이 상승한 3만2550원에 장을 마쳤고, 시총 역시 1조2000억원으로 올랐다.
주목할 부분은 또 있다. 롯데렌탈은 연초만 해도 시총 기준 그룹사 11개 중 9위로 하위권이었다. 하지만 현재 롯데케미탈과 롯데지주, 롯데쇼핑에 이은 4위로 5계단이나 뛰어올랐다.

롯데렌탈 주가가 상승한 주된 배경으로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본격화된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을 꼽을 수 있다. 대표적으로 중고차를 매각하는 대신, 렌터카로 전환하는 사업이다. 통상 렌터카 업체는 외부 차입으로 신차를 구매하고, 약 3~5년 간의 렌탈 기간이 종료되면 매각해 빚을 갚는다. 다만 금리와 업황 등 외부 요인에 의한 수익 변동성이 크다는 단점이 있다.
이에 롯데렌탈은 차량의 LTV(생애주기이익)를 늘리기로 결정했다. 신차 렌탈 계약 만료 후 즉시 매각하는 경우에는 자산수익률(ROA)이 2.4% 수준에 그치는 반면, 중고차 렌탈로 활용하면 ROA가 9.5배로까치 치솟는다. 롯데렌탈은 중고차 사업모델 전환에 따른 단기 손익 감소가 마무리된 만큼 올 4분기 해당 사업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보다 50% 가량 성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강력한 주주친화 정책도 한 몫 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롯데렌탈은 지난해 말 모건스탠리 캐피탈인터내셔널(MSCI)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등급 평가에서 두 번째로 높은 'AA' 등급을 획득한 바 있다. 올해 들어서도 밸류업(기업가지 제고)에 동참하기 위해 10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취득했으며, 향후 3개년 동안 연간 순이익의 40% 이상(배당 30%, 자사주 10%)을 주주에게 환원하겠다고 약속했다.
◆ 외부 민감도·리스크 높은 사업 뿐, 성장 중단 우려 '솔솔'
상황이 이렇다 보니 롯데그룹 안팎에서 롯데렌탈 매각 결정이 오판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롯데렌탈을 제외한 대부분의 계열사가 업황에 민감한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만큼 실적과 주가 반등 시점을 속단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그룹 차원의 성장 동력을 상실할 수 있다는 부정적인 전망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롯데그룹이 그룹사 전반의 차입 부담을 완화시키기 위해 알짜 계열사나 자산을 추가로 매각할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고 보고 있다. 현재 거론되는 잠재 매물은 롯데캐피탈과 롯데쇼핑 보유 부동산 등이다.
ⓒ새로운 눈으로 시장을 바라봅니다. 딜사이트 무단전재 배포금지
관련종목
- 롯데지주004990
- 롯데렌탈089860
- 롯데쇼핑023530
- 롯데칠성음료005300
- 롯데웰푸드280360
- 롯데케미칼011170
- 롯데하이마트071840
- 롯데정밀화학004000
- 롯데리츠330590
-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020150
- 롯데이노베이트2869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