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딜사이트 이승주 기자] "이 나이에 사고 칠게 뭐 있나. 미디어에 노출된 지 10년동안 아무 문제 없었다."
방송인으로 유명한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가 지난해 10월28일 더본코리아 기업공개(IPO) 기자간담회에서 오너리스크와 관련된 질문에 반문한 대답이다.
더본코리아는 IPO 과정에서 시장의 기대와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상장 전 기관 수요예측에서 734.67대 1이라는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고 공모가도 희망밴드(2만3000~2만8000원) 상단을 초과한 3만4000원으로 정해졌다. 당시 백 대표가 출연한 넷플릭스 요리경연 프로그램 '흑백요리사'의 공개도 IPO 흥행에 힘을 보탰다.
더본코리아를 키운 '일등공신'은 단연 백 대표다. 그는 2015년 MBC 예능 '마이 리틀 텔레비전'에서 백주부라는 캐릭터로 인기를 끌었고 이후에는 '백종원 레시피'가 인터넷에서 공유되며 인지도를 쌓았다. 특히 SBS의 '골목식당' 프로그램에선 폐업 직전에 몰린 자영업자에게 자신의 노하우를 공유하며 대중들의 호감을 샀다. 이에 한동안 외식업계에서는 '백종원'이라는 키워드가 흥행의 보증수표로 통했다.
자연스레 더본코리아의 실적도 날아올랐다. 실제 이 회사의 지난해 매출은 4642억원으로 전년 대비 13.0%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40.8% 늘어난 360억원을 달성했다. 지난 1994년 회사 설립 이후 최대 실적이다. 특히 상장 이전에도 1000억원이 넘는 현금성자산과 단기금융상품을 보유했던 더본코리아는 IPO로 935억원의 공모자금을 확보하며 투자여력도 갖추게 됐다.
하지만 IPO 성공 이후 더본코리아는 오히려 휘청이는 모양새다. 회사의 주가는 지난해 11월 유가증권시장 상장 이후 지속 우하향해 이달 22일 2만780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상장 첫 날 6만4500원으로 최고점을 찍은 뒤 56.9%나 하락한 수준이다. 이는 기업가치 제고와 주주권익 보호를 최우선 목표로 하는 자본시장 측면에서 투자매력도가 떨어지는 종목이라는 의미다.
더본코리아 주가 부진의 원인은 오너리스크가 지목된다. 백 대표는 올해 1월 말부터 ▲빽햄 품질 ▲농지법 위반 의혹 ▲자사제품 원산지 표기 오류 ▲새마을식당 카페 직원 블랙리스트 게시판 ▲농약 분무기 사용 ▲임원 술자리 면접 ▲홍성 바비큐 페스티벌 위생 ▲방송사 갑질 의혹 ▲미인증 조리기구 사용 등으로 구설수에 올랐다.
이후 백 대표는 주주총회와 회사게시판을 통해 사과와 쇄신을 약속했지만 시장의 반응은 여전히 차갑다. 최근 국민신문고에는 '백종원 방지법'을 만들어야 한다는 청원까지 등장할 정도다.
백 대표의 '오너리스크'로 인해 더본코리아는 딜레마에 빠졌다. 회사의 수익구조가 전반적으로 백 대표에게 의존하고 있는 탓이다. 실제 회사 전체 매출의 85.5%를 차지하는 빽다방과 홍콩반점 등 가맹사업은 물론 식자재 유통사업, 호텔사업까지 백 대표의 얼굴을 걸지 않고 사업을 펼치는 곳은 없다.
결과적으로 더본코리아에겐 투자자들의 신뢰회복이 급선무다. 이를 위해서는 회사의 본업경쟁력 강화가 필연적이다. 백 대표의 '빽햄', '빽다방'이 아니라더라도 시장에서 충분히 통할 수 있는 품질의 제품을 만들어내야 한다는 의미다.
시장에서 요구하는 기업가치 제고방안 마련도 절실하다. 오너리스크와 각종 논란을 상쇄할 자사주 매입·소각 등 확실한 주주환원책은 물론, 가맹사업에 치우진 사업구조를 타개하기 위한 신성장동력도 제시해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방송인 백종원'과의 작별이다. 더본코리아는 유가증권시장 상장함으로써 회사의 주인은 주주들이 됐다. 현실적으로 '탈(脫) 백종원'을 시도할 수 없다면 백 대표는 주식회사의 대표 역할에만 집중해 주주들의 실익을 보전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백 대표의 결단이 없다면 더본코리아는 결국 'K-프랜차이즈 상장의 저주'를 피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새로운 눈으로 시장을 바라봅니다. 딜사이트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