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 "미국 관세 대응 위해 판가 인상 검토"
세탁기·건조기 물량 테니시로 이전…"인도 IPO 서두르지 않겠다"
이 기사는 2025년 04월 24일 18시 24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사진=LG전자)


[딜사이트 신지하 기자] LG전자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에 대응해 가전 제품의 가격 인상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미국 테네시 공장으로 세탁기와 건조기 물량을 이전하는 스윙 생산 체제를 가동하고, 멕시코 공장을 적극 활용해 미국으로의 수출 부담을 최소화할 방침이다. 지난해부터 추진 중인 인도법인 기업공개(IPO)는 글로벌 시장 상황을 주시하며 무리하게 일정을 앞당기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김이권 HS본부 경영관리담당(전무)은 24일 열린 LG전자의 1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미국 관세 정책에 대응하기 위해 전사 차원의 시나리오별 대응 방안을 지속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며 "생산지 최적화 측면에서 관세 회피가 가능한 멕시코와 미국 생산기지를 최대한 활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유통채널과 협의로 일정 수준의 판가 인상도 검토 중"이라고 덧붙였다.


김 전무는 "스윙 생산 관점에서 세탁기와 건조기 물량을 테네시 공장으로 이전할 예정이며, 증량된 물량 기준으로 미국향 가전 매출의 10% 후반대까지 커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주요 유통채널과는 이미 관세 부과에 따른 대응 협의를 마쳤다"며 "2분기에는 영향이 제한적이지만 3·4분기에 상호 관세가 본격화할 경우 영향이 큰 만큼 2분기 중 별도로 대응 방안을 협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판가 인상과 판촉 조건 관련 협의는 이미 일부 완료됐고, 남은 과제는 적정 재고 수준에 대한 조정"이라며 "이달 또는 다음 달 중 협의를 마무리하고, 이후 선적 규모와 생산 계획을 최종 결정해 진행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트럼프 행정부는 최근 국가별 상호관세를 발표하며 한국 25%, 베트남 46%, 태국 36%, 인도네시아 32% 등 주요 수출국에 고율의 관세를 부과했다. 당장은 90일간 유예 기간을 두기로 했지만, 이후 실제 부과로 이어질 경우 LG전자를 비롯한 국내 제조업체들의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LG전자의 경우 지난해 기준 미주 지역 매출이 22조8959억원으로 전체 매출(87조7282억원)의 26.1%를 차지, 관세 정책 변화에 따른 직격탄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이에 LG전자는 국가별 관세율, 물류 여건, 수요 흐름 등을 종합 고려해 생산 거점을 유연하게 전환하는 스윙 생산 체제를 확대하며 미국 정부의 고율 관세에 선제적으로 대응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최근 불거진 인도법인의 IPO 지연과 관련해 김창태 최고재무책임자(CFO·부사장)는 "최근 인도 시장의 성장 잠재력에 대한 국내외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고, 국내 주요 기업들의 인도법인 IPO 진행 이후 자사 인도법인에 대한 관심도 함께 커지고 있다"며 "차별적인 경쟁력과 현지 시장 내 강력한 입지를 보유한 만큼 IPO 가능성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CFO는 "최근 글로벌 거시경제 불확실성이 지속되며 IPO 일정에 대해 여러 추측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당사는 이미 지난해 12월6일 인도 증권거래위원회(SEBI)에 상장 예비심사서인 DRHP를 제출했고, 이후 관련 절차를 차질 없이 준비 중"이라며 "다만 현재 당사의 재무구조가 매우 안정적이고 인도법인의 사업 성과도 꾸준히 개선되고 있는 만큼 무리하게 상장을 서두르기보다는 인도법인의 공정 가치를 온전히 평가받을 수 있는 시점과 상장을 통해 실질적인 시너지를 극대화할 수 있는 시기를 종합 검토해 결정할 예정"이라고 했다.


LG전자는 인도 사업 확대를 위한 현지 증시 상장을 추진 중이다. 신주 발행 없이 인도법인 지분 15%를 매각하는 구주 매출 방식으로 진행되며, 이를 통해 약 2조5000억원 규모의 자금 조달이 가능할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LG전자 인도법인의 매출은 3조7910억원, 순이익은 3318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14.8%, 43.4% 증가했다. 다만 트럼프발 관세 폭탄 여파에 인도 증시가 위축되면서 현지 매체와 외신 등을 중심으로 LG전자의 인도법인이 기대만큼의 기업가치를 인정받기가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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