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적 리스크로 인해 손해 발생할 수 있어
ETF 시장은 매우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특히 개인 투자자들은 포트폴리오에서 개별 종목의 비중을 줄이고, ETF의 비중을 늘리고 있다. 자산운용사들은 이러한 트렌트에 맞춰 새로운 ETF를 설계하고 상장한다. 딜사이트는 견실한 ETF 산업의 성장과 건전한 ETF 투자를 촉진하기 위해 ETF 유튜브 채널 <ETF네버슬립>과 ETF 뉴스레터 <ETF네버슬립>을 운영하고 있다.

[딜사이트 노우진 기자] 무역 전쟁이 미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하루가 다르게 격화하고 있다. 이에 미국 증권시장의 변동성도 극대화됐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 하나에 주요 지수가 오르내리길 반복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에서는 "최근 시장의 움직임을 설명하는 데 가장 적절한 수식어는 롤러코스터 장세"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증시가 공포에 휩싸인 가운데 일부 투자자들은 베팅에 나섰다. 요동치는 변동성 지수를 추종하는 ETF를 담은 것이다.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이라 추가 상승을 기대하는 투자자부터 가파르게 치솟은 지수가 조만간 떨어질 거라고 보는 투자자까지 다양하다. 다만, 일각에서는 지나치게 위험한 투자라는 경고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 공포를 나타내는 변동성 지수
미국 증시에서 가장 널리 쓰이는 변동성 지표는 VIX 지수다. 이는 시카고옵션거래소(CBOE)에 상장된 S&P500 지수 옵션의 향후 30일간 변동성에 대한 시장 기대를 수치화한 것이다. 구체적으로 만기가 23일에서 37일 사이인 콜옵션과 풋옵션의 프리미엄을 활용해 변동성을 실시간으로 측정한다.
이 지수의 다른 명칭은 공포 지수다. 변동성이 커지면 투자자들이 불안감을 느끼기 때문이다. 숫자가 높을수록 시장 참여자들이 공포를 느끼고 있고, 낮을수록 심리가 안정적이라고 풀이할 수 있다. 통상적으로 VIX가 0에서 15라면 시장이 낙관적인 상태라고 보고, 30 이상인 경우에는 극도로 혼란스러운 상황이라고 판단한다.
VIX 지수는 4월 들어 급등과 급락을 오갔다. 가령 현지시간으로 지난 3일과 4일에는 각각 39.56%, 50.93% 치솟았다. 2거래일 연이어 폭등세를 기록한 것이다. 이어 8일에는 11.39% 상승했다가 9일에는 35.75% 하락했다. 그다음 날인 11일에는 다시 21.12% 상승했다.
새로운 주간 거래가 시작된 후에도 변동성 장세는 이어졌다. VIX 지수도 등락을 반복했다. 14일에는 17.76% 하락했다. 이후 16일에는 8.37% 올랐다가 17일에는 다시 9.16% 떨어졌다. 그리고 휴장일인 성금요일을 지나 21일에는 14.06% 급등했고 22일에는 9.61% 급락했다.
VIX 지수는 그 특성상 다른 지수와 달리 등락 폭이 크다. 그러나 이를 고려하더라도 한 달에 가까운 기간 동안 롤러코스터를 탄 것처럼 움직이는 일은 흔치 않다. 실제 VIX 지수는 4월 3일 이후 내도록 30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 즉, 시장이 공포에 짓눌려 있으며 단기간 내 해소되기 힘들 수 있다는 의미다.
◆ '공포'에 움직이는 ETF
VIX 지수가 등락을 반복하며 이와 연관된 상장지수펀드(ETF)의 주가도 큰 폭으로 움직이고 있다. 흔히 VIX ETF라 불리는 상품들이다. 이 상품들은 주로 미국에 상장돼 있다. 국내 증권시장에서 거래되는 상품은 없는데, 단일 파생지수만을 기초자산으로 삼는 구조가 허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VIX ETF는 대부분 S&P500 VIX 단기 선물지수를 기반으로 한다. 이 지수는 최근월물(1개월 만기)과 차근월물(2개월 만기) 계약으로 구성되어 있다. 월별 VIX 선물 계약의 포트폴리오 수익률을 측정하며 매일 포지션을 롤오버하는 방식으로 운용된다. 즉, 매일 최근월물에서 차근월물로 일정 비율씩 포지션을 옮기며 평균적으로 약 1개월의 만기를 유지하는 것이다.
이 지수는 1개월 만기를 항상 유지하기에 향후 30일간의 변동성 기대치를 나타내는 VIX 지수와 만기가 유사하다. 따라서 VIX 지수의 변화를 가장 민감하게 반영한다. VIX ETF는 주로 변동성이 급변했을 때 베팅하기 위한 용도로 투자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 지수는 가장 적합한 기초자산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지수를 기초자산으로 삼는 대표적인 상품은 프로셰어즈 VIX 단기 선물지수 ETF(VIXY)다. 4월 들어 38.25% 상승했다. 여기에 레버리지를 더한 상품도 있다. 프로셰어즈 울트라 VIX 단기 선물지수 ETF(UVXY)다. 같은 기간 49.87% 올랐다. 이 상품은 과거 2배 레버리지 구조였지만, 2018년 이후 1.5배 레버리지로 변경됐다.
이처럼 단기 선물지수가 주류를 차지하고 있지만, S&P500 VIX 중기 선물지수도 빼놓을 수 없다. 이 지수는 4개월, 5개월, 6개월, 7개월 선물 계약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4개월 만기 계약에서 7개월 만기 계약으로 매일 포지션을 롤오버하는 방식이다. 즉, 5개월과 6개월 만기 계약의 포지션을 가져가면서 평균 5개월의 만기를 유지한다.
이 지수를 추종하는 상품으로는 프로셰어즈 VIX 중기 선물지수 ETF(VIXM)이 있다. 이 ETF는 4월 들어 19.39% 올랐다. 중기물에 투자하기에 VIX와의 상관관계가 낮고 변동성이 작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완만한 움직임을 보인 것이다.
이들 ETF는 저마다 반영 수준은 다르지만 VIX 지수와 같은 방향으로 움직인다. 반면 VIX 지수와 반대로 움직이는 인버스 상품도 있다.
일명 '스빅시'로 불리는 프로셰어즈 숏 VIX 단기 선물지수 ETF(SVXY)는 S&P500 VIX 단기 선물지수를 기초자산으로 삼아 0.5배 역추종한다. 동일한 기초자산을 기반으로 배율만 1배로 높인 -1x 숏 VIX 선물 ETF(SVIX)도 있다. 이 상품들은 4월 들어 각각 21.88%, 44.13% 하락했다.
◆ 매력적이지만 리스크도 크다
VIX ETF는 시장이 출렁일 때 변동성을 이용해 성과를 낼 수 있고, 특히 갑작스러운 약세장에 대응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유용한 도구다. 그러나 짧은 시간 내 고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만큼 고려해야 하는 사항이 많으며 투자 위험도 크다.
우선 이 상품들은 엄밀히 말하면 VIX 지수에 직접 투자하는 게 아니다. 어디까지나 선물 가격을 반영한 지수를 통해 간접 투자 효과를 노리는 것이다. 따라서 VIX 지수 변동 폭과 실제 선물 가격 사이에 괴리율이 있다면 수익률도 그만큼 차이가 난다. 즉, VIX 지수가 어느 방향으로 움직일지 정확히 예측하더라도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는 뜻이다.
또한 VIX 지수와 VIX 선물 가격이 어떻게 움직이는지에 따라 롤오버로 인한 손해도 볼 수 있다. 가령 지수가 선물 가격을 추월하는 백워데이션 상태에서는 일반 ETF는 이득을 보지만 인버스 ETF는 하방 압력을 받는다. 반대로 선물 가격이 지수보다 높은 콘탱고 상태에서는 롤오버 비용이 발생한다. 일반 ETF는 손해를 보고 인버스 ETF는 탄력을 받는다. 이러한 특성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구조적 리스크로 인해 장기 투자가 불가능하다는 점도 유념해야 한다. VIX 선물 시장은 지금과 같은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콘탱고 상태다. 선물 가격이 만기일에 가까워질수록 낮아진다는 뜻이다. 이런 상황에서 매일 롤오버를 실행하면 비용 때문에 지속적인 손실이 발생한다. 따라서 오랫동안 보유할수록 가치가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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