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딜사이트 이세연 기자] 서울반도체가 지난해 영업이익이 개선에도 불구, 본사의 운전자본 부담이 커지면서 영업활동현금흐름이 반토막났다. 영업이익 개선에는 자회사 서울바이오시스의 기여가 컸지만, 실질적인 현금 흐름에는 본사의 운전자본이 발목을 잡은 셈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서울반도체는 지난해 연결 기준 영업손익 7억9000만원을 기록하며 전년(-493억원) 대비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지난 2022년부터 이어진 적자고리를 끊었음에도 불구하고, 회사 측은 성과를 홍보하기보다는 말을 아끼는 모습이다. 본사 실적이 부진을 이어가는 가운데, 자회사의 수익 회복이 연결 기준 성과를 끌어올렸기 때문이다.
연결 영업손익이 흑자를 낼 수 있었던 데는 자회사인 서울바이오시스의 실적 개선이 영향을 미쳤다. 서울바이오시스는 서울반도체가 지분 52.57% 보유하고 있는 LED 제조사다. 지난해 매출은 6992억원으로 전년(5039억원)보다 38.74%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34억원으로 전년(-729억원) 대비 흑자 전환했다. 같은 기간 본사 영업이익이 97억원에서 31억원으로 급감한 것과 대조적이다.
서울바이오시스는 매출의 58.78%가 서울반도체로부터 발생한다. 서울바이오시스가 LED 칩을 공급하면 서울반도체가 이를 패키징해 판매하는 수직계열화 구조로 이뤄져 있다. 서울반도체의 종속기업인 만큼 서울바이오시스의 모든 재무제표 항목은 모회사 지분과 관계 없이 연결 재무제표에 100% 반영된다. 물론 연결 재무제표에는 내부 거래가 제외되나, 서울바이오시스의 영업이익 증가폭이 워낙에 컸던 데다 연결 기준 판관비도 약 200억 원 줄면서 전체 영업이익을 끌어올린 것으로 분석된다.
영업이익이 올라갔음에도 불구하고 영업활동현금흐름이 악화된 건 운전자본 부담이 늘어나서다. 2023년 2953억원이었던 매출채권 및 기타채권은 지난해 3181억원으로 7.72% 증가했다. 동시에 재고자산은 1206억원에서 1594억원으로 32.17% 늘었다.
구체적으로 서울반도체만 살펴보면 상황은 더 나빠진다. 지난해 서울반도체의 별도 기준 영업활동현금흐름은 마이너스(-)362억원으로 전년(515억원) 대비 순유출로 전환됐다. 잡손실 등 기타비용이 누적되면서 영업활동현금흐름의 바탕이 되는 손익 구조가 적자로 전환된 탓이다. 같은 기간 본사의 잡손실은 49억원에서 482억원으로 10배가량 늘어났고, 이에 당기순이익도 84억원에서 -573억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잡손실 내역은 구체적으로 공시되지 않았으나, 특허 소송과 관련한 법률 비용 등이 반영된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로 서울반도체는 2003년부터 지난해까지 100여건 이상의 특허 소송을 벌여 모두 승소한 바 있다. 현재 진행하고 있는 소송은 30여건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서울반도체 관계자는 "지난해 영업이익 흑자 전환에 성공한 건 WICOP(와이캅), SunLike 등 고부가가치 기술 공급이 확대된 결과"라며 "영업활동현금흐름이 줄어든 건 투자활동현금흐름이 늘어나 영업으로 벌어들인 현금이 줄어든 것처럼 보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증권가에서 바라보는 서울반도체의 올해 예상 매출은 1조1038억원, 영업이익은 118억원으로 집계됐다. 매출은 전년 대비 1.21%, 영업이익은 1000% 이상 증가한 수치다. 특히 전장용 LED와 같은 마진율이 높은 제품들의 판매 호조가 실적 개선을 이끌 것으로 보인다. 또 그동안 IT 수요 침체로 수익이 부진했던 조명용과 TV용 LED도 중국 이구환신 정책(중국 정부의 전자기기 구매 보조금 지원 정책) 효과에 힘입어 실적 하락세가 크게 둔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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