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봤더니]
끝없는 검사 행렬…부지런한 후공정 팹
LB세미콘, '턴키 솔루션'으로 경쟁력 제고 '박차'
이 기사는 2025년 04월 25일 06시 00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LB세미콘의 웨이퍼 검사 장비. (제공=LB세미콘)


[딜사이트 이세연 기자] 하얀 방진복에 두겹의 장갑, 마스크로 중무장한 채 정전기를 제거하고 흙먼지를 털어내자 팹의 문이 열렸다. 순간 시야에 들어온 건 질서 정연하게 늘어선 수많은 웨이퍼 범핑·테스트 장비들과 그 사이를 바삐 움직이는 작업자들이었다. 이들은 장비의 세세한 동작들을 살피며 검사와 조정 작업을 이어갔다. 고요하지만 긴장감이 감도는 공간 속에서 웨이퍼 하나하나가 정밀하게 다듬어지고 있었다.


지난 23일 평택역에서 차로 30여분을 달려 도착한 LB세미콘 2공장(P2) 12인치 범프 팹은 하나의 정교한 시스템처럼 움직였다. 기계고 사람이고 오류 검사를 수차례 반복하고 있었다. 국내외 고객사들의 비메모리 반도체 후공정 작업을 담당하는 OSAT(후공정외주가공) 기업인 만큼, 높은 정확도는 기본 요건이었다.


이날 둘러본 팹은 디스플레이구동칩(DDI) 범핑 및 테스트, 백엔드 공정을 수행하는 공간이었다. 미세 공정 특성상 먼지 하나도 허용되지 않는 만큼, 팹과 팹 사이를 이동할 때마다 입구 앞에서 강한 바람으로 '에어샤워'를 해야 했다. 내부에 들어선 뒤에도 혹시 모를 불순물을 막고자 바닥 타일 곳곳에 뚫린 구멍으로 먼지를 빨아들이는 작업이 상시 이뤄지고 있었다.


팹에는 족히 2m는 넘어 보이는 DDI용 Au Bump 장비들이 눈에 띄었다. 웨이퍼 상태에서 금(Au)을 이용해 범핑 처리하는 이 장비는 얇고 가벼우면서도 높은 입출력(I/O) 단자수를 갖춘 COG, COF, COP 등 다양한 패키지 공정에 주로 활용된다. 이렇게 가공된 웨이퍼는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처럼 휴대성이 중요한 기기에 적합한 형태로 완성된다.


이날 본 Au Bump 공정은 크게 네 가지 단계로 나뉘었다. 먼저 고주파를 이용해 알루미늄 패드 위 산화막을 제거한 뒤, 확산 방지층 역할을 하는 티타늄텅스텐(TiW)과 금(Au) 층을 얇게 입히는 '스퍼터링' 공정이 진행됐다. 기판 위에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얇은 금속막이 깔리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 위에 감광액(PR)을 바르고, 원하는 형태의 패턴을 빛으로 새겨 넣는 '포토(Photo)' 공정이 이어졌다. 마치 인화지에 사진을 인쇄하듯, 설계된 회로 모양이 미세하게 투영됐다. 다음은 본격적으로 범프가 올라오는 '도금(Plating)' 단계다. 회로 패턴이 드러난 부분에만 금 이온이 반응해 실제 금속 형태로 석출되며, 작은 돌기 형태의 범프가 하나씩 자리를 잡았다.


이후 불필요한 감광층과 금속막을 깔끔히 걷어내는 '에칭(Etching)' 과정과, 열을 가해 범프의 결정 구조를 다듬고 경도를 높이는 '어닐링(Anneal)' 공정이 뒤따랐다. 고열이 오가는 순간에도 장비는 정교하게 움직였고, 작업자들은 눈을 떼지 않은 채 미세한 공정 하나하나를 세심하게 살폈다.


LB세미콘 관계자는 "DDI는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와 패널 사이에서 (신호를 전달하는) 통로 역할을 하는, 픽셀들의 '신호등'에 해당하는 반도체"라며 "현장 작업자들이 하루 8시간 동안 수치를 하나하나 체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장비 사이 통로를 따라 구석으로 들어서자, '라미네이션(웨이퍼 뒷면 연삭 전 보호테이프를 붙이는 공정) 진행 대기'라는 안내판이 붙은 거치대가 눈에 들어왔다. 이곳에는 여러 공정을 거친 웨이퍼들이 '몬산토'라 불리는 웨이퍼 통에 담겨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LB세미콘 관계자는 "각 통에는 바코드가 부착돼 있어 어떤 공정을 거쳤는지 바로 확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몬산토는 웨이퍼 손상을 막기 위해 위생 관리도 철저히 이뤄지고 있었다. 튀김망을 닮은 바구니에 담겨 소독 처리를 받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웨이퍼에서 불량 칩을 선별하는 테스트 공정도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는 개별 반도체 칩의 전기적 성능과 품질을 하나하나 검사하는 과정으로, LB세미콘은 DDI, PMIC(전력관리칩), CIS(이미지센서), AP 전용 테스터를 모두 갖추고 있다. 웨이퍼 테스트는 연결 기준으로 LB세미콘 전체 매출의 30%를 차지할 만큼 핵심적인 사업 중 하나다.


테스트 장비를 들여다보니, 주사 바늘처럼 생긴 미세한 침이 웨이퍼를 가로세로로 촘촘히 훑으며 기준에 미달하는 불량 칩에 특수 잉크로 표식을 남기고 있었다. 잉크로 콕 찍힌 불량 표식은 육안으로도 쉽게 식별될 만큼 또렷했다. 동시에 장비에 부착된 모니터에는 웨이퍼 형태의 원형 이미지가 실시간으로 표시됐고, 정상 칩은 파란색, 불량 칩은 빨간색으로 구분돼 한눈에 상태를 파악할 수 있었다. 테스트를 마친 웨이퍼는 이후 정상 칩만 선별해 옮겨 담는 과정을 거친다.


LB세미콘 관계자는 "이 외에도 건너편 P1 팹에서는 범프 공정이, P3 팹에서는 (오늘 살펴본) P2보다 5배가량 큰 공간에서 범프, 테스트, 논-DDI 공정이 진행된다"며 "또 안성 공장에서는 테스트가, 구미 공장에서는 전력용 반도체와 COF 패키지 등의 공정이 이뤄진다"고 말했다. 특히 구미 공장에서는 DDI 외에 전력반도체, CIS 등 회사가 집중하고 있는 고부가가치 논-DDI 공정이 중점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LB세미콘은 후공정 작업들을 하나의 유기체처럼 모아 더욱 효율적인 방향으로 발전시킬 계획이다. ▲범핑 ▲웨이퍼 테스트 ▲패키징 ▲패키지 테스트의 모든 단계를 LB세미콘이 단독으로 진행하겠다는 설명이다. 이 회사는 지난해 10월 자회사인 LB루셈을 흡수 합병한 후, 모든 공정을 한 번에 수행할 수 있는 '턴키' 솔루션을 강화하고 있다.


LB세미콘 관계자는 "각 공정을 서로 다른 업체에 맡기게 되면, 이동 과정에서 물류 및 포장 비용이 발생하고, 생산 시간도 길어진다. 무엇보다 불량이 발생할 위험이 커질 수 있다"며 "턴키 역량을 갖춘 후공정 업체에 주문을 맡기게 되면 시간, 비용, 수율 측면에서 유리해지는 셈"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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