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O 프리즘나우로보틱스, 고평가 의식했나…'몸값' 조정

[딜사이트 김호연 기자] 기업공개(IPO)에 나선 나우로보틱스가 기업몸값을 낮추며 기대치를 조정했다. 비교그룹으로 선정한 일부 기업의 주가수익비율(PER)이 일시적으로 급증해 지나치게 높은 기업가치가 책정될 수 있다는 금융당국의 지적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 일각에서는 3년간 순손실을 기록한 나우로보틱스가 시장의 고평가 논란을 의식해 비교그룹을 조정하는 과정에서 몸값을 낮췄다는 지적도 나온다.
27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나우로보틱스는 증권신고서 일부를 수정·공시했다. 또 IPO 일정도 미뤘다. 다음달 1일 시작할 예정이던 기관투자자 수요예측은 같은 달 14일로 연기했다. 일반청약 시작도 4월 10일에서 24일로 2주가량 늦췄다.
공모물량과 희망공모가액 등은 그대로 유지한다. 250만주를 모집하며 희망공모가액(5900~6800원) 하단 기준 148억원을 공모할 계획이다. 대신증권이 대표주관을 맡았고 iM증권이 공동주관을 맡았다.
증권신고서를 수정하는 과정에서 나우로보틱스의 비교기업으로 선정했던 삼익THK를 에스피지로 변경했다. 그러면서 유사기업 PER을 33.37배에서 25.72배로, 주당 평가가액은 기존 1만21원에서 9087원으로 9.32% 낮췄다.
비교 기업을 변경한 이유는 지난해 말 삼익THK의 순이익이 개선되며 PER이 급격히 증가했기 때문이다. 삼익THK의 지난해 순이익은 15억원으로 전년(10억원) 대비 55.68% 증가했다.
반면 삼익THK 주가는 지난 26일 종가 기준 1만900원대를 유지하면서 PER은 62.75배에서 152.83배로 급증했다. 나우로보틱스가 투자자 보호를 위해 설정한 일반유사성 선정 기준이었던 'PER 70배 이상, 10배 미만'에서 벗어나 비교그룹에서 제외한 것이다.
새로 편입한 에스피지는 1991년 3월 설립해 산업용·의료기기용·가전용 모터 및 산업용 감속기를 전문적으로 생산 및 판매하는 기업이다. 지난해 순이익은 131억원이며, 지난 26일 종가 기준 2만 4300원을 기록했다. 에스피지의 PER은 43.53배로 책정했다.
나우로보틱스가 취급하는 자율주행 물류로봇, 로봇 자동화 시스템과 거리가 있지만 로봇 부품 관련 기업 역시 산업용로봇 제조사와 최종 전방산업이 유사해 비교군에 포함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나우로보틱스 관계자는 "국내 로봇제조사의 경우, 영업실적의 적자 혹은 최근 주가 상승에 따른 비경상적 PER의 발생 등이 많아 비교그룹 선정이 어렵다"며 "해당 기업의 주가에 유사한 산업위험 및 성장성이 반영되어 있다고 판단해 사업 유사성 기준을 확대했다"고 말했다.
업계 일각에서는 고평가 논란을 의식해 로봇 생산과 연관성이 먼 기업을 유사기업으로 선정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앞서 시장에서는 나우로보틱스가 3년 연속 순손실을 기록하고 있음에도 기업가치를 높게 평가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2022년 9억원이던 순손실은 2023년 45억원, 지난해 37억원을 기록했다.
나우로보틱스의 적자는 높은 매출원가율 때문으로 분석된다. 나우로보틱스는 모터와 감속기, 앰프 등 로봇 제조 핵심 부품을 외부에서 조달하고 있다. 이에 2022년 68.03%였던 매출원가율은 2023년 95.37%로 급상승, 지난해 다시 76.31%로 회복했지만 핵심부품 외부 의존도가 커 공급망 리스크에서 자유롭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이 저가형 로봇 등을 개발해 국내 시장에 손을 뻗기 시작하며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며 "매출 점유율을 늘리지 않는 이상 수익성 개선이 어려운데 나우로보틱스의 의도대로 수익성 개선이 이뤄질지 장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나우로보틱스는 2027년 예상 매출액 387억원, 순이익 68억원을 전망하고 있다. 공모자금을 포함해 총 181억원을 2028년까지 4년간 해외시장 진출을 위한 부대비용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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