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딜사이트 김주연 기자] '5만전자'로 불리며 체면을 구겼던 삼성전자의 주가가 최근 '6만전자'를 회복했다. 5만전자로 내려앉은 지 5개월 만에 '6'이라는 숫자를 다시 보게 된 것이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다양한 분석이 나온다.
우선 이번 주가 회복의 배경에는 인공지능(AI) 반도체 수요 증가에 힘입어 반도체 업황이 회복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졌기 때문이다. 특히 '반도체 산업에 겨울이 온다'던 글로벌 투자은행 모건스탠리가 보고서를 통해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상승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으면서 외국인 투자자들이 삼성전자 주식을 순매수하기 시작했다.
삼성전자의 숙원이던 엔비디아 고대역폭메모리(HBM) 공급 기대감도 주가를 끌어올렸다. 최근 열린 'GTC 2025' 행사에서는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삼성전자 전시장을 방문하며 우호적인 신호를 보냈다. 삼성전자가 최근 열린 주주총회에서 빠르면 2분기에는 고대역폭메모리(HBM3E) 12단 생산량을 확대하겠다고 밝힌 것도 기대감을 키운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 흐름이 이어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업계의 전망은 엇갈린다. 낙관론은 "주가 상승이 이어질 것"이라며 "지금이 저점인 만큼 매수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반면 "실적 개선이 본격화되기 전까지는 섣부른 낙관"이라는 신중론도 제기된다. 문제는 미국 트럼프 2기 정부의 관세 정책 등으로 불확실성이 큰 데다, 삼성전자의 작년 주가 부진을 야기했던 리스크가 전혀 해소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가장 뼈아픈 점은 삼성전자의 HBM3E가 아직 엔비디아의 퀄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작년부터 테스트 통과를 자신해 왔지만, 최종 승인이 1년 넘게 지연되며 시장 경쟁력이 약화됐다. 지난해 이맘때쯤 8만원대였던 주가가 하락세로 돌아선 것도 이 영향이 크다. 반도체 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가 고조된 상황에서 퀄테스트에 실패할 경우, 투자 심리가 어디로 향할지 알 수 없는 형국이다.
지난 19일 열린 삼성전자 주총에서도 이 같은 우려가 쏟아졌다. 이날 주주들은 삼성전자 경영진을 향해 엔비디아 공급 난항과 파운드리 사업부 부진 등에 대해 질의했다. 경영진은 "뼈를 깎는 노력으로" 기술 리더십을 확보해 위기를 극복하겠다고 답했지만, 다소 원론적인 대답이라는 비판도 나왔다. 10년간 삼성전자 주식을 보유해 왔다는 한 주주는 "'열심히 하겠다'는 말이 아닌, 주가 부양을 위한 구체적인 대책을 듣고 싶었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러면서도 주주들은 결국 삼성전자가 반등할 것이라는 기대감을 놓지 않고 있다. 주총에 마련된 응원 메시지존에는 '언제나 응원한다' '더 많은 발전을 기원한다' '다시 최고가 돼 주세요' 등 삼성전자를 향한 응원글이 넘쳐났다. 자녀에게 삼성전자 주식을 사줬다는 한 주주도 "삼성전자가 부진을 이어가고 있지만, 저력이 있는 만큼 잘될 것이라고 믿는다"고 밝히기도 했다.
'5만에서 6만으로' 미약하나마 주가 반등의 신호탄은 쏘아졌다. 시장의 기대감을 현실로 바꾸는 것은 이제 삼성전자의 몫이다. 이재용 회장이 최근 외친 '사즉생(死卽生)'이라는 구호가 단순한 구호에 그치지 않고, 근본적인 쇄신으로 이어져야 한다. 주주뿐 아니라 시장도 이 숫자가 단기적인 반등으로 끝나지 않기를 바라고 있다. 삼성전자가 그 기대에 진심으로 응답할 수 있을 때 시장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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