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딜사이트 최유라 기자] OCI홀딩스가 애초 미국 내 태양광 밸류체인 확장을 위한 합작법인(JV) 설립 대신 자체 태양광 셀 공장을 건설하는 방향으로 선회했다. 미국 내 태양광 셀 부족으로 신규 수요 기대감이 커졌으나 이와 별개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이후 대외 불확실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OCI홀딩스는 독립적으로 공장을 세워 신속한 의사결정 아래 시장 환경에 더 유연하게 대응하겠다는 판단이다.
또 OCI홀딩스는 기존 부지와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따른 세액공제 혜택을 활용하면 단독 공장을 세워도 충분히 경제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OCI홀딩스는 상반기 중으로 MSE HoldCo(가칭)를 설립하고 사업 확장 채비에 나선다.
업계에 따르면 OCI홀딩스가 단독 공장 설립을 선택한 가장 큰 이유는 미국이 우호적인 친환경 정책을 제공한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JV를 설립하면 자금조달의 부담 완화와 안정적인 물량 확보가 장점으로 꼽힌다. OCI홀딩스는 당초 글로벌 파트너사와 JV 설립 등 전략적 투자를 검토했다. 그런데 단독 공장을 세워도 자체 물량 확보는 물론 친환경 정책 효과로 비용부담이 크게 상쇄할 것으로 판단한 것이다.
실제 미국의 태양광 셀 제조업체는 IRA에 따라 미 정부로부터 1와트(W)당 4센트의 첨단세액공제(AMPC)를 받을 수 있다. 또 태양광 발전 업체를 대상으로 한 세제혜택도 있다. 현지에 발전설비를 지을 때 미국에서 생산된 부품을 사용하면 추가로 10%의 세액공제를 제공한다. 미래에셋증권에 따르면 OCI홀딩스가 2026년 하반기 2기가와트(GW) 규모의 공장을 완공하면 연 8000만달러(1160억원)의 세액공제가 기대된다. OCI홀딩스가 공장 건설에 총 2억6500만달러(3840억원)를 투자할 계획인 점을 고려하면 불과 3년 만에 투자금을 회수하는 셈이다.
셀 수요도 꾸준히 증가할 전망이다. 태양광 밸류체인은 폴리실리콘-잉곳-웨이퍼-셀-모듈로 이어진다. 블룸버그 보고서는 현재 미국 내 태양광 셀 생산능력이 건설 중인 프로젝트를 포함 90%가 부족한 상황이라고 짚었다. 미래에셋증권도 미국내 모듈 생산능력은 50GW에 달하지만 셀은 고작 2GW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추가 건설 중인 셀 공장은 15.8GW임에도 모듈에 비하면 매우 부족한 수준이라는 것이다.
이처럼 우호적인 사업환경에 OCI홀딩스는 현지 셀 사업에서는 굳이 다른 회사와 손을 잡을 필요성이 낮았다. 무엇보다 자체 공장을 세우는 만큼 공장 운영과 관련된 주요 의사결정을 더욱 신속하게 결정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더불어 미 텍사스주에 위치한 자회사 미션솔라에너지(MSE·Mission Solar Energy) 부지를 활용할 수 있어 인허가 처리기간도 단축될 것으로 예상된다.
OCI홀딩스는 상반기 미국 완전자회사 OCI엔터프라이즈(Enterprises) 산하에 현지 공장을 운영할 MSE HoldCo를 설립할 예정이다. 지난 20일 OCI엔터프라이즈는 태양광 셀 생산을 위한 3122억원 규모의 기계장치 취득을 결정하기도 했다. OCI엔터프라이즈의 자기자본과 현지 차입으로 공장 건설 자금을 조달할 계획이다.
이 공장이 완공되면 OCI홀딩스는 말레이시아 자회사 OCI테라서스(옛 OCIM) 폴리실리콘을 기반으로 신규 법인의 셀로 이어지는 비중국 태양광 밸류체인을 구축하게 된다.
OCI홀딩스 관계자는 "앞서 글로벌 파트너사와 JV 투자 등 전략적 투자를 논의해 왔으나 자체적인 경쟁력 제고와 대외 불확실성 대응 차원에서 단독 공장 설립하기로 선회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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