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곳간 채운' 샌즈랩, 신규 투자 언제쯤
자사주 매각해 현금 확보, 다양한 투자처 고려…모회사 케이사인 의중 '변수'
이 기사는 2025년 03월 05일 12시 51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그래픽=이동훈 부장)


[딜사이트 박준우 기자] 코스닥 상장사 '샌즈랩'가 자사주를 매각해 현금 곳간을 두둑이 채웠지만 신규 투자에 나서지 않으면서 시장의 궁금증이 확대되고 있다. 클라우드 데이터센터 구축 사업이 지연되는데다 신규 사업을 추진하려는 움직임도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샌즈랩은 현금 확보를 위한 자사주 매각일 뿐 구체적인 사용 계획을 세우지 않았다는 입장이지만 결국 모회사인 케이사인과 최대주주인 최승락 회장의 의중에 달렸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샌즈랩은 지난 2월11일과 19일 두 차례에 걸쳐 각각 자사주 35만주씩, 총 70만주를 매각했다. 주당 처분가액은 9400원, 총처분가액은 약 65억8000만원이다.


이번에 매각한 자사주는 2022년 12월 최대주주인 케이사인과 특수관계자로부터 증여받은 물량이다. 당시 샌즈랩은 케이사인으로부터 216만7116주를 넘겨받았다. 이후 샌즈랩은 2023년 2월(70만주)과 지난해 5월(76만7116주)에 자사주를 매각했다. 이번 거래가 마무리되면서 샌즈랩은 증여받은 자사주를 전량 매각하게 됐다.


눈길을 끄는 건 샌드랩의 현금 곳간이 충분히 채워져 있는 상황에서 이번 자사주 매각이 이뤄졌다는 점이다.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샌즈랩의 현금성자산은 작년 3분기 말 기준 400억원 수준으로 집계됐다. 2023년 초 기업공개(IPO)로 388억원의 공모자금을 모은데다 앞선 두 차례 자사주 매각으로 120억원을 확보했기 때문이다.


작년 4분기에 대규모 현금 유출이 없었다면 샌즈랩의 현금성자산은 이번 자사주 매각으로 확보한 현금을 포함해 45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샌즈랩은 현금 확보를 위한 자사주 매각일 뿐 다른 의도는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충분히 현금을 보유, 자사주 매각 카드를 꺼내지 않아도 됐던 만큼 샌즈랩의 속내가 따로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레 나온다.


특히 자사주 매각은 시장에 좋지 않은 시그널을 줄 수 있다는 점도 이 같은 관측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예컨대 자사주를 매각하면 그 만큼 최대주주 등 의결권도 약화된다. 물론 최대주주인 케이사인과 김기홍 대표이사 등의 지분율이 60%에 달하는 만큼 자사주 매각으로 의결권이 크게 줄지 않지만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또 투심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다. 자사주 매각이 자칫 주가가 고점이라는 인식을 줄 수 있어서다. 실제로 자사주를 매각한 지난달 11일과 19일 샌드랩 주가(종가 기준)는 전일 대비 6.8%, 3.4% 하락했다. 또 이달 4일 7870원으로 거래를 마치면서 자사주 매각 전 대비 22.7% 하락했다.


상장 당시 예상한 실적을 하회하는 상황에서 신규 투자 등으로 타개책을 마련하려는 움직임도 아니다.


샌즈랩은 상장 당시 매출액 추정치로 2023년 137억원, 2024년 203억원, 2025년 309억원을 제시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각각 27억원, 61억원, 139억원을 달성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2023년 매출 117억원, 영업손실 9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매출과 영업손실도 102억원과 3억원 수준으로 집계됐다. 상장 당시 목표와 상당한 괴리가 발생한 셈이다.


샌드랩이 추진해 온 클라우드 데이터센처 구축 사업이 지연되면서 마땅한 신규 투자처를 찾지 못하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현금을 쌓아두고도 당장 수익성 개선을 위한 움직임 없다는 점은 의아할 수밖에 없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지적이다.


업계에서는 결국 샌즈랩이 움직이기 위해서는 모회사인 케이사인과 최 회장의 의중에 달렸다고 보고 있다. 샌즈랩이 보유 중이던 자사주가 애초 케이사인으로부터 증여받은 자사주였던 만큼 향후 사업 시너지를 창출하는 방향으로 움직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샌즈랩은 사이버 위협 인텔리전스(CTI) 전문기업으로, 악성코드 등 사이버 위협 정보를 자체 분석해 고객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케이사인 또한 암호·인증과 보안관리 등의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실제로 샌즈랩과 케이사인은 기술력을 공유하며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샌즈랩은 자금 활용 방안과 관련해 말을 아꼈다. 샌즈랩 관계자는 "자사주 매각대금의 사용 시기에 대해서는 알고 있는 바 없다"며 "자금 투입처에 대해서는 기술 이전이나 특허 취득, 개발 인력 확보, 연구개발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자사주를 2년여 동안 여러 차례 나눠 매각한 건 주가 하락으로 인한 주주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함"이라며 "최대주주로부터 증여받은 자사주를 최근에 전량 매각했기에 이르면 올해 활용 시기나 투자처 등이 결정되지 않을까 싶지만, 이마저도 확실치 않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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