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딜사이트 전한울 기자] SK텔레콤이 임직원 규모를 대폭 줄이고 AI 조직을 통합하며 사업 효율화에 본격 착수했다. 인건비를 절감하고 신사업 집중도를 높여 AI 중심 수익구조를 빠르게 구축해 내겠다는 복안으로 풀이된다. 약 30%의 임원이 감축하고 신규로 10% 정도 승진하면서 전체적으로 20% 정도의 임원이 줄어든 것으로 분석된다.
SK텔레콤은 5일 정기인사를 통해 통신·AI를 주축으로 사업 조직 전반을 재편했다고 발표했다. 여러 조직에 분산 돼 있던 기능을 통합해 전사 조직 단계를 축소하는 방식이다. 구체적으로 ▲MNO사업부 ▲B 유선 및 미디어사업부 ▲엔터프라이즈사업부로 통신사업의 본원적 경쟁력을 강화하고 ▲에이닷사업부 ▲글로벌 퍼스널 AI 에이전트 사업부 ▲AIX사업부 ▲AI 데이터센터 사업부로 AI사업 실행력을 제고했다.
아울러 임직원 규모를 줄이는 등 비용 효율화 작업을 병행했다. SK텔레콤은 최근 정년을 앞둔 직원들을 대상으로 최대 3억원을 지급하는 퇴직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등 다각적인 인력 효율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이에 따라 올 3분기 기준 퇴직금 지급액은 90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5.8% 증가했다. 이 중 주요 경영진에 대한 퇴직금은 12억원으로 전년 대비 50%나 늘었다. 시장에선 SK텔레콤이 이번 정기인사를 통해 임원 20% 가량을 감축한 것으로 추정 중이다.
이러한 효율화 움직임은 최근 SK그룹의 리밸런싱 기조와 무관치 않다는 게 시장의 시각이다. 지난해 선임된 최창원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이 조직 슬림화에 방점을 찍으면서 계열사 정리 및 구조조정 등에 속도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 관계자는 "SK가 수년째 국내 대기업 집단 중 가장 많은 계열사를 거느리면서 중장기적으로 경쟁사 수준인 70~80개까지 줄일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며 "이번 인사 후에도 조직 통폐합을 지속해 또 다시 인력 감축에 나설 가능성까지 점쳐지는 중"이라고 말했다.
특히 핵심 계열사인 SK텔레콤서 그동안 인건비가 증가해 온 점을 고려하면 앞으로도 인사 칼바람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국민연금에 따르면 SK텔레콤 내 국민연금 가입자 수는 올 10월 기준 5554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2.2% 늘었고 올 3분기까지 종업원급여 누적치도 1조924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6% 증가했다.
향후 조직 슬림화를 통해 확보된 자금은 AI 투자에 대거 투입될 것으로 관측된다. 이번 인사에서 유임된 유 대표가 'AI 피라미드' 전략을 필두로 관련 투자·매출 확대에 사활을 걸고 있는 까닭에서다. 실제 유 대표는 올해부터 AI 투자비중을 33%로 지난해 대비 3배 가까이 늘리고 AI 매출비중도 2030년까지 35%로 끌어 올리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미 SK텔레콤의 AI 투자 규모가 업계 최대인 점을 고려하면 'AI 밸류체인 초격차'에 한발 더 다가서는 셈이다. 앞서 SK텔레콤은 지난해부터 올 하반기까지 AI 부문에 3억3000달러(약 4669억원) 규모의 투자를 집행했다. 구체적으로 ▲미국 생성형AI 업체 '앤트로픽' 1억달러(1415억원) ▲GPU 클라우드 업체 '람다' 2000만달러(283억원) ▲AI 검색엔진 '퍼플렉시티' 1000만달러(141억원) ▲미국 AI 데이터센터 솔루션 '스마트글로벌홀딩스' 2억달러(2830억원) 등으로 투자 포트폴리오를 넓혀 나가고 있다.
성장 투자를 위한 실탄도 계속 쌓이고 있다. 이 회사는 올 3분기 단기금융상품을 포함한 현금및현금성자산이 2조2370억원으로 40.2%나 증가했다. 투자활동현금흐름이 39.8% 줄어드는 등 다각적인 비용 효율화에 따른 영향으로 풀이된다. 향후 5년간 SK브로드밴드와 AI 데이터센터 구축에 3조4000억원을 투입하는 등 투자 규모가 급격히 늘어나는 점을 고려하면 비용 효율화는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시장 관계자는 "SK텔레콤은 통신업계 중 AI 부문에 가장 큰 규모의 투자를 진행하며 광폭 행보를 보여왔다"며 "그럼에도 여전히 수익성 전반에 의문이 제기되는 만큼 보다 효율적이고 다각적인 투자 방안을 찾아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SK텔레콤 관계자는 "기존 임원들의 퇴임 비중같은 세부 사항은 공개하기 어렵다"면서도 "조직 슬림화를 통해 AI 투자 규모를 늘리는 기조는 앞으로도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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