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딜사이트 구예림 기자] 휠라홀딩스가 북미사업 구조조정에 전격 나선다. 그 동안 현지 재고부담으로 수익성이 악화된 데다 낮은 브랜드 인지도 등 향후 반등 여력 또한 제한적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관측된다. 다만 이번 북미사업의 대대적 정리로 연간 3000억원에 달하는 매출 공백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휠라 측은 국내사업을 전개하는 휠라코리아의 제품 고급화 전략을 통해 공백을 최소화한다는 계획이다.
휠라홀딩스는 이달 4일부터 북미법인(FILA U.S.A. Inc.) 구조조정의 첫 발을 뗐다. 회사는 계약이 종료된 영업장(아울렛) 위주로 문을 닫고 순차적으로 인력을 감축해 나갈 예정이다. 회사 측에 따르면 내년 3월부터는 구조조정에 따른 여파가 본격적으로 실적에 반영될 전망이다.
휠라 북미법인은 1990년 설립돼 미국, 캐나다, 멕시코 등지에서 휠라 브랜드 의류·신발 도소매 사업을 영위하는 법인이다. 북미법인은 2021년까지만 해도 줄곧 순이익을 내는 법인이었지만 코로나19 펜데믹이 정점에 이른 2022년부터 급격히 수익성이 악화됐다. 당시 전 세계를 강타한 고금리·고물가의 여파로 의류시장이 침체됐고 시장경쟁 또한 치열해졌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북미법인의 재고도 급격히 늘어났다. 나아가 과잉재고를 해소하기 위해 프로모션과 각종 비용부담이 늘어나며 수익성까지 발목을 잡았다. 실제 휠라 북미법인은 2021년 104억원의 순이익에서 이듬해 802억원의 적자를 기록했고 현재까지 누적 2779억원의 순손실을 쌓으며 모회사인 휠라홀딩스 연결실적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결국 휠라홀딩스는 북미사업 구조조정이라는 과감한 결단을 내렸다. 특히 구조조정 과정에서의 영업정지 규모는 2619억원으로 해당법인의 작년 연결 매출인 2877억원의 91%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에 시장에서는 휠라홀딩스의 외형 성장에도 직격탄이 불가피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북미법인은 연간 3000억원씩 꼬박 매출을 냈던 법인으로 작년 휠라홀딩스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약 10%에 달하기 때문이다.
특히 휠라홀딩스가 그룹 차원의 5년 중장기 프로젝트인 '위닝투게더'에 따라 2026년까지 연결기준 목표 매출 4조4000억원을 달성해야 하는 만큼 그 타격은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휠라홀딩스의 연결매출은 4조원 수준이다. 이번 북미법인 매출 감소까지 반영하면 7000억원의 괴리가 생기는 셈이다.
위닝투게더 프로젝트 이행시기가 점점 도래함에 따라 휠라홀딩스 역시 돌파구 찾기에 분주하다. 회사는 단기적인 매출 감소는 불가피하지만 중장기적으로 '휠라' 브랜드 이미지를 제고해 매출로 이어지도록 하겠다는 방침이다. 구체적으로 한국 휠라법인인 '휠라코리아'에서는 프리미엄 제품 론칭에 주력할 예정이다. 실제 휠라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10대에 특화된 가성비 브랜드의 이미지로 알려졌다. 하지만 작년 하반기부터 2030세대를 주소비층으로 한 브랜딩 작업에 본격적으로 착수한 상태다.
그 일환으로 지난해 말 휠라 제품 '인터런'이 출시됐다. 해당 제품은 레트로 트렌드를 접목한 클래식 러닝화로 작년 하반기 핑크 컬러가 조기 품절을 기록했고 이번 시즌 역시 새로 추가된 핑크블라썸 컬러가 발매 5분 만에 공식 온라인 스토어에서 품절된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초에는 또 다른 프리미엄 라인인 '에샤페'도 출시됐다. 작년 휠라 글로벌 엠버서더로 기용한 한소회가 광고한 제품으로 2차 발매 이후 패션 플랫폼 무신사 신발 판매랭킹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두 제품의 객단가는 10만원 안팎으로 기존 평균 5만원~6만원 수준의 객단가 대비 크게 올랐다. 휠라코리아는 향후 두 제품의 지속적인 라인업 확장도 계획하고 있다.
휠라 관계자는 "단기적으로 북미법인 매출이 감소할 수 있지만 고정비 절감을 통해 중장기적으로 재무구조와 현금흐름 개선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며 "매출 공백을 메우기 위해 프리미엄 제품을 출시하는 등 휠라 브랜드 이미지 제고에도 적극 나설 계획이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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