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조선업 호황을 대하는 자세
반복되는 갈등에 미래경쟁력 뒷전···노사 소통·상생문화 정착 절실
이 기사는 2024년 07월 22일 10시 48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 전경.(제공=HD현대중공업)


[딜사이트 최유라 기자] 내달 18일 전국금속노동조합 조선업종노조연대(조선노연)의 총파업으로 조선업계의 하투(夏鬪·여름 파업 투쟁)가 본격화한다. 사측이 일감을 쌓고도 임금 인상 등 근로자 복지 개선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인다는 이유에서다. 올해 교섭은 곳곳에서 파열음을 내기 시작하더니 조선노연의 총파업까지 예고된 상태다. 2015년 출범한 조선노연에는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울산), 대우조선지회(거제), HSG성동조선지회(통영), 케이조선지회(창원시 진해구), 현대삼호중공업지회(전남 영암), HJ중공업지회(부산), 삼성중공업노동자협의회(거제), 현대미포조선노동조합(울산) 등 주요 조선업체 노조들이 소속돼 있다. 


조선사별로 임금 및 단체협상(임단협) 교섭을 이어가지만 별다른 성과가 없다. HD현대중공업은 지난달부터 12차례 교섭했으나 노사 간 간극이 커 당장 노조 요구안이 수용될 가능성은 사실상 없어 보인다. 앞서 2022년, 2023년 임단협은 2년 연속 무분규로 타결했었다. 일찍이 합법적 파업권을 확보한 한화오션 노조(대우조선지회)는 15일 거제사업장에서 7시간 총파업을 벌었다. 삼성중공업 노사는 지난해 창립 50년 만에 처음으로 현장직 노조가 출범하며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HD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은 불황 터널을 지나 지난해 연간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올해부터는 본격적인 수익성 개선에 탄력이 붙을 것이란 기대가 크다. 업계 관계자들은 비로소 3~4년치 일감을 쌓았다며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그런데 올해 노사 갈등이 심상치 않다. 


HD현대중공업 노조는 그간 임금 및 복지 축소, 대규모 희망퇴직 등의 고통을 감내했음에도 보상은 커녕 사업장마다 타임오프 축소, 작업장 외주화, 안면인식기 도입 등으로 갈등을 키운다는 지적이다. 또 사측이 근로자의 임금인상과 정규직 채용을 확대하지 않고 지속적으로 저임금의 이주노동자 채용을 늘려왔다는 주장이다. 현재 노조는 기본급 7.57%(15만9800원) 인상을 요구한 상태다. 반면 사측은 가파른 임금인상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비로소 호황기에 접어든 상황에서 미래 경쟁력 확보에 주력해야 하는데, 7.57% 임금 인상은 무리한 요구라는 반박이다. 


이 시점에서 노사는 과거 장기불황을 어떻게 견뎌 냈는지 다시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과거 금융위기로 한파가 불어닥친 조선업계는 저가수주로 수익성이 악화한 시기도 있었고 짧지만 선박 발주량이 늘어 일감을 쌓았던 시기도 있었다. 그러다 코로나19 사태가 터졌다. 일감부족 속에 근근이 버티던 근로자들은 코로나19를 겪으며 하나둘 조선업계를 떠났다. 구조조정에 의한 실직,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 등 사정은 다양했다. 


상대적으로 낮은 임금, 고된 현장에서 일하던 조선업 숙련공은 웬일인지 반도체 공장 건설현장으로 가니 환영받았다. 섬세하고 정밀한 작업을 하던 숙련공을 마다할 현장이 있을까. 긴 불황이 지나고 이제 호황기에 접어들었다. 배를 만들어야 하는데 숙련공이 돌아오지 않는다. 오죽하면 반도체 공장 건설현장 입구에 '조선소에서 인력을 구한다'는 대형 현수막을 걸었을 정도다. 


그렇다면 회사의 사정은 얼마나 나아졌을까. HD현대중공업의 올 1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률은 0.7%다. 삼성중공업 3.3%, 한화오션 2.3%를 기록했다.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의 지난해 1분기 영업이익률은 마이너스였다. 물론 3사 모두 1년전과 비교하면 개선된 것이 맞다. 그럼에도 일반적인 제조업 평균 영업이익률이 5~10% 수준인 점을 고려하면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니다. 과거 호황기 시절에는 가뿐히 한자릿수 후반대를 기록하는가 하면, 10%대 초반까지 오르기도 했다. 


조선업은 이제 불황을 지나 큰 걸림돌 없이 당분간 호황기를 보낼 것을 기대한다. 그렇다고 사측은 현장 인력이 부족해 부랴부랴 외국인 근로자를 데려와 언어와 용접을 가르치던 상황을 잊어서는 안된다. 심지어 인력이 없어 건조 일정이 조금씩 밀리기도 했다. 현장이 돌아가려면 근로자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노조도 과거 도크(건조 슬롯)가 비어 수천 명이 일자리를 잃고 뼈를 깎는 구조조정으로 여러 난관에 봉착했던 날들을 기억할 것이다. 이제 막 수익성이 개선되고 있을 뿐 샴페인을 터뜨리기엔 이르다. 매번 반복되는 갈등이 다소 답답하게 느껴진다. 불황을 이겨내고 호황기가 왔지만, 조선의 미래 사업과 경쟁력을 제대로 준비하지 못한 채 소모적인 갈등만 반복한다면 조선강국도 결국 제동이 걸릴 것이다. 서로 한 발씩 양보하며, 적극적인 소통의 자세로 노사 상생의 문화를 구축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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