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딜사이트 김정은 기자] HJ중공업의 조선‧건설의 사업부문별 매출 비중 변화 추이가 눈길을 끈다. 2년 전만 해도 조선업과 건설업 매출 비중이 각 20%, 80%일 정도로 건설부문이 월등히 높았지만 최근 비중이 비슷해졌다. 최근 들어 조선과 건설 산업 업황이 정반대의 양상을 보이면서 매출액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분석된다.
두 사업부문은 영업이익에서도 희비가 엇갈렸다. 조선부문은 지난 5년 동안 이어오던 적자 고리를 끊었던 반면에 건설부문은 적자로 전환됐다. 이제까지는 건설부문이 조선부문의 적자를 방어해주는 역할을 했지만, 이제는 조선부문에 그 역할을 양보한 셈이다.
23일 HJ중공업의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매출액은 9524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9063억원)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영업손실은 276억원으로 적자를 기록했지만 전년(영업손실 862억원)에 비하면 적자 폭을 줄였다.
사업부문별 매출액을 살펴보면, 조선부문 매출은 3927억원으로 전년 대비 51% 늘었다. 이에 비해 건설부문 매출은 5456억원으로 전년 같은기간에 비해 14% 줄었다. 매출액 변화에 따라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율도 변화가 생겼다. 지난해 상반기 조선업의 매출 비중은 29%였지만 올해 41%까지 오른 반면 건설업은 같은 기간 70%에서 57%로 쪼그라들었다.
조선‧건설업을 영위하는 HJ중공업의 주력은 건설부문이었는데 최근 2년 동안 두 사업 부문의 매출 비중이 빠르게 변하고 있다. HJ중공업의 조선부문 매출 비중은 2022년 18%에서 2023년 34%로 늘었다. 반면 건설부문 매출 비중은 같은기간 81%에서 65%로 하락했다.
특히 건설부문은 2021년 한 해를 제외하고 지난 5년 간 꾸준히 영업이익을 내고 있다가 올해 상반기 적자로 전환됐다. 지난해 건설부문 영업이익은 186억원을 기록해 전년(625억원)에 비해 감소한 것에 이어 올해 적자로까지 이어졌다. 반면 조선부문은 2019년부터 계속 적자를 기록했지만 올해 상반기 189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며 흑자로 전환했다.

두 사업이 정반대의 행보를 보이게 된 배경에는 시장 환경에 따른 수익 구조에 있다. 우선 조선업은 전 세계적으로 친환경 선박 수요 증가로 호황기를 맞고 있다. 또 최근 가격이 저렴한 중국산 후판 물량이 유입되고 기존 발주처로부터 추가 수주가 이어지면서 매출을 확대했다. 조선업은 동일 선종을 반복적으로 생산하면 고정비 감소 효과를 내기 때문에 매출 증가는 이익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
반면 건설업은 원자재값‧인건비 상승과 분양시장 악화로 침체기를 겪고 있는 상황이다. 문제는 매출원가가 상승하면서 수주나 매출 확대가 순이익으로까지 이어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실제로 올해 건설부문의 매출비중이 줄고 조선부문 비중이 늘면서 전체 매출원가율이 낮아졌다. 매출 비중 변화로 지난해 상반기 매출원가율은 105%였지만 올해 98%까지 떨어지는 효과를 냈다.
HJ중공업의 조선·건설 사업의 매출 비중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지만 단기간에는 역전되지는 않을 전망이다. 올해 상반기 2조원의 신규 수주 중 1조6000억원이 건설부문이 차지해 건설 부문의 매출 비중 반등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다만 매출 비중 확대 보다 수익성 개선이 우선 과제로 꼽힌다. HJ중공업 건설부문은 공공공사 시장에서 건설업체 중 수주실적 1위를 달성할 정도로 공공공사를 중심의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공공공사는 공사비가 재건축‧재개발사업 보다 낮게 책정돼 수익성이 더 낮기 때문에 이익 성장을 위해서는 원가율 개선이 시급하다.
HJ중공업 관계자는 "올해 신규 건설부문 신규 수주가 지난해보다 2배 이상 늘어난 만큼 낮아졌던 건설부문의 매출 비중이 점차 회복될 전망"이라며 "최근 건설사업이 수익성을 내기 어려운 구조여서 사업성을 판단해 신중하게 수주하는 한편 원가율 개선에 주력해 수익성 창출에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새로운 눈으로 시장을 바라봅니다. 딜사이트 무단전재 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