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벨리온·사피온 합병'…KT 동의한 이유는
전략적 투자자 입장서 향후 수익·안정성에 무게둔 듯
이 기사는 2024년 06월 18일 08시 42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KT 사옥. (제공=KT)


[딜사이트 신지하 기자] KT가 최근 국내 주요 인공지능(AI) 반도체 기업인 '리벨리온·사피온' 합병을 찬성한 배경에 관심이 모인다. KT 입장에서는 수백억원을 투자한 리벨리온에 경쟁사 SK텔레콤의 영향력이 높아지는 게 달가울 리 없기 때문이다. 이에 KT가 SK텔레콤과의 경쟁 관계보다 자사의 투자 수익성과 안정성 측면을 더 고려해 내린 결정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KT는 SK텔레콤과 리벨리온 양측이 추진 중인 '리벨리온·사피온' 합병에 적극 찬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SK텔레콤은 사피온의 최대주주(지분율 62.5%)인 반면 KT는 리벨리온의 2대 주주(약 13%)다. 이번 합병으로 SK텔레콤의 영향력 확대가 점쳐지지만 KT가 이를 선뜻 동의한 셈이다. 이에 업계에서는 양사 간 라이벌 구도를 고려, 다소 이례적으로 여기고 있다.


앞서 SK텔레콤과 리벨리온은 지난 12일 합병 관련 보도자료를 통해 "합병 이후 SK텔레콤은 전략적 투자자로 합병법인의 글로벌 AI 반도체 시장 진출과 대한민국 AI 반도체 경쟁력 향상을 적극 지원할 계획"이라며 "리벨리온의 전략적 투자자인 KT도 기술 주권 확보와 세계적 수준의 AI 반도체 기업 탄생을 위해 이번 합병 추진에 뜻을 모았다"고 밝혔다.


KT가 이번 합병에 찬성한 이유는 투자 수익성과 안정성을 키우는 데 중점을 뒀다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KT는 리벨리온의 전략적 투자자"라며 "투자자로서 수익성과 안정성을 키우는 일에 무게를 뒀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내 AI 반도체 산업 자체는 아직 태동기"라며 "현장에서는 이들 기업의 고사 위기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꽤 있다"고 덧붙였다.


리벨리온과 사피온은 엔디비아가 사실상 독점한 그래픽처리장치(GPU)보다 우수한 신경망처리장치(NPU)로 엔비디아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과 경쟁해왔다. NPU는 GPU 대비 전력 소모가 적으며, AI에 특화한 반도체 칩이다. 현재 리벨리온은 거대언어모델(LLM) 시장을 겨냥한 '리벨'을 개발 중이고, 사피온은 차세대 AI 반도체 'X330' 등 자율주행으로 사업 영역을 넓히고 있다.


다만 스타트업인 양사가 해외 거대 기업과 치열한 경쟁을 펼치기엔 자금력과 인력 등 다수의 불리한 조건이 존재한다. 게다가 최근 들어 빅테크들의 해당 사업에 대한 자본 투입도 확대되는 추세고, AI 관련 우수 인재마저 쓸어가는 모습이다. 이를 고려하면 KT는 이번 합병을 빅테크와 경쟁할 만한 덩치를 키우고, 수익 확대까지 노릴 수 있는 좋은 기회로 여겼을 가능성이 높다.


리벨리온이 신설 합병법인의 경영권을 갖는다는 점도 KT가 이번 합병에 찬성한 이유로 꼽힌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합병안이 리벨리온의 경영권과 자율권을 적극 보장하는 내용으로 전개되고 있다"며 "KT 입장에서는 SK텔레콤 관련 부담과 걱정이 크게 줄면서 사실상 (합병을) 할 만하다는 계산이 섰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KT 관계자는 "당사는 리벨리온의 투자자 중 하나일 뿐"이라며 말을 아꼈다. 앞서 KT는 지난 2022년 335억원(KT 300억원·KT인베스트먼트 35억원)을 투자한 데 이어 올해도 330억원(KT 200억원·KT클라우드 100억원·KT인베스트먼트 30억원)을 추가 자금을 투입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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