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은행, 수도권 영업점 확대…시중은행 전환 재시동
내부통제 이슈에 잠시 주춤…'은행권 독점' 해소에 다시 추진 동력
이 기사는 2023년 11월 20일 10시 34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김태오 DGB금융지주 회장. (제공=DGB금융)


[딜사이트 이보라 기자] 지방은행에서 시중은행으로 전환을 선언한 DGB대구은행이 최근 서울·수도권 지역 영업을 강화하는 등 몸집 불리기에 힘을 주고 있다. 대구은행은 내부통제 이슈가 불거지면서 시중은행 전환이 좌초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었지만 정부가 은행 독과점 문제를 지적하면서 다시금 동력을 얻은 모양새다. 


정부의 은행권 경쟁을 강화하려는 분위기에 힙입어 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전환 추진이 다시 속도가 붙을 지 주목된다.


◆ 서울·수도권 영업 강화…몸집 불리기 '안간힘'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대구은행은 올 들어 서울(여의도)에 1곳, 경인지역(성남, 인천, 반월공단, 수원, 화성, 평택)에 금융센터 6곳을 개점했다. 금융센터는 대구은행이 새롭게 선보인 기업특화 영업조직이다. 황병우 대구은행장은 수원 영업센터 개점식에서 "경기 동남부 지역의 영업 공백을 해소하고 중소기업 금융지원 확대 등 지역 밀착 금융 서비스 지원을 통해 수도권 영업망 확대를 기대하고 있다"며 "시중은행 전환을 위한 초석으로 삼을 것"이라고 말했다.


DGB금융그룹은 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인가 작업을 진행 중이다. 지난 7월6일 대구은행 본점에서 시중은행 전환 계획을 공식 발표한 데 이어 같은 달 17일 은행장 직속 '시중은행 전환 추진팀'을 구성했다. 이어 천병규 DGB금융 최고재무책임자(CFO)와 이은미 대구은행 CFO를 중심으로 '시중은행 전환 태스크포스(TF)팀'을 꾸렸다. '시중은행 전환 추진팀'과 TF는 함께 시중은행 전환에 필요한 각종 인허가 업무를 수행하고 향후 사업 방안 등도 수립한다.


지난 8월에는 DGB그룹의 새로운 브랜드 'iM(아이엠)'이 붙은 42개의 상표를 출원했다. 천병규 CFO는 지난달 30일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전환과 관련, "재무 추정을 포함한 사업 계획을 정교화하는 중"이라며 "저희가 제출하는 모든 사업 계획과 전망이 (금융당국에) 잘 받아들여져 시중은행 전환의 정상적인 경로를 밟을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구은행 관계자는 "현재 TF팀은 사업계획을 세밀하게 수립중이며, 인가신청서를 최대한 충실히 작성해서 신청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대구은행의 실적도 성장세를 나타내고 있다. 올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은 전년 대비 5.6% 증가한 3479억원을 기록했다. 대출자산과 예수금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8.9%, 8.8% 증가하면서 이자이익이 늘었다. 3분기 이자이익은 3833억원으로 1분기(3619억원)와 2분기(3620억원)에 이어 성장세를 이어갔다. 

◆ 대구銀·하이투자證 내부통제 문제 '걸림돌'


하반기 들어 대구은행에 불거진 내부통제 문제는 시중은행으로 전환하는 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대구은행은 직원들이 고객 동의를 받지 않고 증권 계좌 1662건을 부당 개설한 사실이 밝혀졌다. 이와 관련해 금융감독원(금감원)으로부터 조사를 마치고 결과를 기다리는 중이다. 금감원은 이번 사고와 관련해 관련 임직원들에게 내부통제 책임을 물을 것으로 예상된다. 


DGB그룹 내 계열사인 하이투자증권도 '꺾기' 의혹이 불거져 최근 금감원으로부터 검사를 받고 있다. 꺾기란 대출을 해주는 조건으로 다른 상품에 가입하도록 강요하는 행위다. 지난해 한 부동산개발업체에 400억원 규모의 대출을 내주는 대가로 부실 채권에 30억원 정도를 투자할 것을 종용했다. 국정감사 당시 김종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하이투자증권은 자사의 부실채권(NPL)을 매수하는 조건으로 대출 약정을 해준다"며 꺾기 영업 행태를 지적했다.


국정감사에서는 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전환은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김성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국감에서 "대구은행을 시중은행으로 전환해주고 업무 영역을 확대해주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며 "적어도 재판 결과는 나와야 시중은행 전환 여부를 검토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도 국정감사에서 "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전환 심사 시에 금융사고를 고려하겠다"고 언급했다. 


◆ 은행권 과점 해소 '메기' 기대…실효성 '미지수'


최근 윤 대통령이 시중은행 독과점을 지적하면서 경쟁 촉진 방안으로 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전환이 다시 부상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지난 1일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우리나라 은행들은 갑질을 많이 한다"며 "은행의 독과점 형태는 방치해서는 절대 안 된다"고 말했다. 


이에 정부는 연내 은행권 경쟁 강화와 관련한 대책을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당국은 지난 7월 시중은행 독과점을 완화하기 위한 방안으로 대구은행을 시중은행으로 전환해 기존 5대 은행 중심의 은행권 과점체제를 해소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대구은행에서 발생한 내부통제 이슈로 지지부진해졌다. 


윤 대통령의 이번 은행권 독과점 관련 발언으로 다시 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전환 작업이 속도를 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전환이 연내 어려울 것으로 전망됐으나 최근 은행권 경쟁 강화 흐름에 다시 속도를 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전환이 은행권 과점을 해소하는 데 실효성이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김상봉 한양대 경제학과 교수는 "인터넷전문은행이 시중은행의 경쟁 상대가 되지 않는 것처럼 대구은행이 시중은행으로 전환해도 시장 점유율을 유의미하게 확대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시중은행 독과점 완화에 조금의 도움은 될 수 있으나 독과점 이슈를 해결할 정도로 유효할지는 의문"이라며 "대구은행은 아직 시중은행에 비해  자산, 자본 규모가 적은 데다 지방은행 색깔이 강해 당장은 큰 효과를 가져오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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