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박영우 대유위니아그룹 회장의 이장폐천
'최우선 임금체불 변제' 거짓말…검찰 조사 임박해서야 두 달분 지급
이 기사는 2024년 02월 27일 16시 36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박영우 대유위니아 그룹 회장이 19일 오전 경기 성남시 수정구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에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박 회장은 2022년 7월부터 대유위니아그룹 계열사인 위니아전자 근로자 400여 명에 대해 임금과 퇴직금 약 302억 원을 체불한 혐의를 받는다. 2024.2.19/뉴스1


[딜사이트 이태웅 기자]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고 봅니다. 이미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나서는 게 도덕적인 경영인이 아니겠습니까."


위니아·위니아전자·위니아전자매뉴팩처링 노조원들의 이야기다. 전화 너머로 알려준 임금체불 문제는 현재 진행형이다. 여전히 해소되지 않았다.


노조원들의 입을 통해 들은 이야기는 이러하다. 위니아전자 등 일부 공장은 1년 넘게 제대로 가동하지 않았다. 그만큼 임직원들은 수입없이 생계를 이어갔다. 4대 보험을 제때 납입하지 못해 병원 진료를 받을 수 없다. 은행에서 대출도 불가능하다. 대학생 자녀들은 학업을 중단하고 취업 전선에 뛰어들었다. 생산시설이 있는 광주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서울·경기 내 일부 임직원도 월급없이 생활하고 있다. 회사가 출근 일수를 줄이고는 있으나 경제적 상황은 여의치 않다.


이러한 어려움은 박영우 대유위니아그룹 회장 스스로 불러들인 측면이 크다. 임금체불 문제가 제기된 후에도 해를 넘겼다. 박 회장은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변제 계획을 알렸다. 연구개발(R&D)센터, 해외 공장 부지를 팔겠다고 밝혔다. 경영 안정을 위해 계열사 지분도 정리했다. 박 회장이 보유한 계열사 지분을 정리해 확보한 금액은 약 60억원이다. 여기에 박 회장의 부인 한유진 씨 등 가족이 보유하고 있던 주식과 대유홀딩스, 대유에이텍 등 그룹 주요 계열사가 정리한 자회사 지분 가치를 더하면 550억원에 달한다. 나아가 박 회장은 3000억원 규모 골프장 경영권을 매각해 1200억원을 손에 쥐었다. 임직원들은 희망에 부풀었다. 검찰의 압수수색 전까지 이야기다. 하지만 임금체불 문제는 여전하다. 


임직원들은 배신감에 치를 떤다. 박 회장이 근로자 649명에게 지급해야 할 임금·퇴직금 347억원을 해결할 수 있다고 본다. 국감 증인으로 했던 말이 거짓말이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노조의 한 관계자는 "어떠한 형태로든 임금체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투쟁을 이어나갈 수밖에 없다"며 "이번 사태를 일벌백계(一罰百戒)해 억울한 일이 없도록 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밝혔다.


박 회장은 압수수색과 소환조사 등 궁지에 몰리고 나서야 행동했다. 위니아전자 임직원 일부를 대상으로 사재를 투입해 두 달 치 임금을 지급했다고 한다. 나머지 계열사는 해당 사항이 없다. 박 회장의 조카인 박현철 위니아전자 대표가 지난해 역시 임금체불 혐의로 구속된 터라 뒷말이 무성하다. 다른 계열사 임직원들 입장에서는 속 터질 일이다.


대유위니아의 협력업체도 이번 사태로 고통받고 있다. 위니아, 위니아전자에 부품을 단독으로 납품하는 업체가 대부분이다. 이들은 현재 외상으로 부품을 납품하고 있다. 공익채권으로 일정 부분을 돌려받을 수 있다고는 한다. 다만 위니아가 성공적으로 인수합병(M&A)을 마쳤을 때 이야기다. 시간이 흐를수록 곳곳에서 곡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장폐천(以掌蔽天). 박 회장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고 한다. 한 순간을 넘어가겠다는 생각이 더 큰 위기로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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