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B생명 매각
건전성 잘 따져야…'승자의 저주' 우려도
②인수합병 시너지 기대…지급여력비율 발목, 영업 경쟁력도 위축
이 기사는 2023년 07월 13일 16시 08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최철웅 KDB생명 사장(오른쪽)이 2일 사내 방송국 채널을 통해 2023년 신년사를 전하고 있다. KDB생명 제공


[딜사이트 박안나 기자] KDB생명 매각이 본격화하면서 가장 최근에 있었던 생명보험사 인수합병(M&A) 사례에 관심이 몰린다. KB금융지주의 푸르덴셜생명 인수가 국내 인수합병(M&A)시장 가장 최신 사례로 KB생명과 푸르덴셜생명이 합병을 통해 덩치를 키워 상위권 도약 발판을 마련한 성공적 인수합병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하나금융지주가 KDB생명을 인수할 유력 후보로 떠오르면서 KDB생명이 푸르덴셜생명과 유사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된다. 하지만 KDB생명과 푸르덴셜생명은 자산 건전성 및 영업 경쟁력 등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 하나금융지주가 KDB생명 인수를 통해 거둘 수 있는 효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 지급여력비율 발목…인수자 자본확충 부담↑


13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말 기준 새 지급여력(K-ICS) 방식으로 산출한 KDB생명의 지급여력비율은 47.7%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K-ICS 경과조치를 적용해도 지급여력비율은 101.7%에 그친다.


지급여력비율이란 보험사의 자본건전성을 평가하는 지표로 가용자본을 요구자본으로 나눠서 구한다. 보험사의 지급여력을 측정하는 기준은 기존 RBC(Risk Based Capital) 방식에서 올해부터 K-ICS(Korean-Insurance Capital Standard) 방식으로 변경됐다. RBC에서 K-ICS로 기준이 바뀌면서 나타난 가장 큰 변화는 보험 부채의 시가평가와 새로운 위험이 추가됐다는 점이다. 새로운 위험이 추가된 데 따라 요구자본이 증가하고, 보험사들은 지급여력비율을 높이기 위한 자본확충 부담을 안게 됐다. 금융당국에서는 이 부담을 줄이기 위해 경과조치를 통해 변경된 기준을 점진적으로 적용할 수 있도록 했다.


보험업법에서는 지급여력비율이 100% 아래로 내려가지 않도록 규제하고 있는데 KDB생명은 경과조치를 적용해야 이를 겨우 넘는다. 금융당국이 권고하는 150% 이상을 충족하기엔 턱없이 모자라다.


1분기 말 경과조지 적용 전 KDB생명의 요구자본(지급여력기준금액)은 1조5281억원이었지만 가용자본(지급여력금액)은 7286억원에 불과했다. 단순 계산에 따르면 보험업법 조건을 충족하려면 KDB생명에 약 8000억원의 자본성 자금을 수혈해야 한다는 뜻이다.


경과조치 덕분에 요구자본은 1조540억원으로 줄었고 가용자본은 1조716억원으로 늘어 지급여력비율도 높아졌지만 여전히 감독기준에는 미치지 못한다. KDB생명의 대주주에 오르게 되면 지급여력비율을 끌어올리기 위한 수천억원 규모의 자본확충 부담을 고스란히 떠안아야 한다.


◆ 푸르덴셜생명 '성공사례' 되풀이 가능성 '글쎄'


KB금융지주가 추진한 푸르덴셜생명과 KB생명 합병 사례는 하나금융지주거 참고할 만 하다는 평가다. 업계 하위권에 머물며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는 자회사를 인수합병을 통해 우량 회사로 탈바꿈시킨 성공사례로 꼽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푸르덴셜생명이 우량보험사로 꼽혔던 반면 KDB생명은 부실이 발목을 잡을 수 있다. KB금융지주 품에 안기던 당시 푸르덴셜생명은 업계 최고 수준의 자본적정성을 지니고 있었다. 2020년 말 기준 생보업계 평균 지급여력비율은 279%에 비해 푸르덴셜생명의 지급여력비율은 무려 429%에 이르렀다. 반면 2020년 말 KDB생명의 지급여력비율은 201%에 불과했다. 업계 평균은 물론 푸르덴셜생명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자본적정성 외에 영업 경쟁력 측면에서도 KDB생명은 푸르덴셜생명에 미치지 못한다는 평가다. 과거 푸르덴셜생명은 '설계사 사관학교'로 불릴 만큼 막강한 영업력을 자랑했다. 특히 이른바 '보험아줌마'가 주를 이루던 보험시장에 4년제 대졸출신의 남성 설계사를 등장시키면서 '전문성'을 강점으로 내세운 바 있다.


반면 KDB생명은 수차례 이어진 매각 실패 탓에 영업기반이 약화된 상태다. KDB생명의 등록설계사 수 2017년 말 2491명에 이르렀지만 2021년 912명으로 감소해 1000명 아래로 떨어졌다. 올해 1분기에는 852명으로 줄었다. KDB생명의 설계사 이탈과 함께 영업 경쟁력 약화 역시 계속되고 있다.


한국신용평가는 "KDB생명은 대주주 변경과 관련된 불확실성으로 인해 전속설계사 이탈이 발생하는 등 신규 영업이 위축됐다"며 "설계사 조직 안정화 및 GA채널 효율성 관리 등 채널 정비 노력이 이어지고 있으나 채널 기반이 회복되지 못해 영업기반 안정성이 하락했다"고 분석했다.


ⓒ새로운 눈으로 시장을 바라봅니다. 딜사이트 무단전재 배포금지

관련종목
관련기사
KDB생명 매각 1건의 기사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