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국생명임형준號, 관출신 꼬리표 떼고 경영능력 입증
[딜사이트 박안나 기자] 임형준 흥국생명 대표이사 사장이 취임 첫 해 금융관료 출신 '비(非)보험전문가'라는 우려 섞인 시선을 털어내고 가파른 이익 증가세를 이끌어 내는 성과를 보였다. 임 사장은 대표이사 올해 취임 2년차를 맞아 성장세 유지 및 재무지표 개선 등에 힘을 쏟을 것으로 전망된다.
20일 흥국생명에 따르면 임 사장은 지난해 2월 흥국생명 대표이사로 내정됐다. 당시 전임자인 박춘원 전 사장이 1년 만에 자리에서 물러나면서 '깜짝인사'라는 시선이 주를 이뤘다. 2020년 500억원대로 쪼그라들었던 흥국생명의 영업이익을 박 전 사장이 대표를 맡은 뒤 1년 만에 2800억원까지 끌어올리는 호실적을 냈던 터라 흥국생명의 대표이사 교체에 더욱 이목이 집중됐다.
임 사장은 1962년 생으로 1987년 한국은행에 입행한 뒤 금융시장국, 통화정책국 등을 거쳤으며 인사경영담당 부총재보를 지냈다. 이후 KB생명보험 상근감사로 활동하기도 했다.
임형준 사장의 대표이사 임기는 2024년 3월29일에 만료된다. 지난해 3월 주주총회에서 대표이사로 공식 선임되면서 2년의 임기를 부여받았고 반환점을 앞두고 있다.
◆ 금융관료 출신 경력 부각…GA자회사 설립 과제
임 사장은 보험업계 경력이 길지 않은 데다 금융관료 출신이라는 경력이 부각되면서 대관 능력에 방점이 찍힌 인사라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흥국생명이 최대주주인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의 향후 경영 복귀 및 법인보험대리점(GA) 자회사 설립 등을 염두에 두고 금융당국과의 관계를 다져나가는 데 공을 들이는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호진 전 회장은 흥국생명 지분 56.3%를 들고 있는 최대주주다. 흥국생명 이사 등으로 재직하며 경영에 참여하기도 했다. 다만 2011년 횡령·배임, 조세포탈 등 혐의로 구속기소됐고 2021년 10월 형기를 마치고 출소한 이후에는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금융사지배구조법)'에 따라 경영에 참여하지 못하고 있다. 금융사 지배구조법에서는 벌금 이상의 형을 선고받고 형 집행이 끝나거나 집행이 면제된 날부터 5년이 지나지 않으면 금융회사의 임원이 될 수 없도록 하고 있기 때문이다.
당장은 이 전 회장의 경영 참여가 제한되고 있지만 향후 복귀를 위한 포석으로 대관능력을 갖춘 대표이사가 선임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더해 흥국생명의 숙원사업이라고 할 수 있는 GA자회사 설립에도 금융당국의 허가가 필요한 만큼 임 사장의 관료 경력이 높은 평가를 받았을 것으로 보인다.
◆ 취임 첫해 호실적…재무건전성 지표 관리해야
임 사장은 관료 출신으로 보험 전문가가 아닌 탓에 취임 초반에는 경영능력을 향한 우려 섞인 시선을 받기도 했지만 임기 첫 해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지난해 3분기 기준 흥국생명의 영업이익은 3495억원, 순이익은 2698억원으로 집계됐다. 1년 전인 2021년 3분기와 비교해 영업이익은 40%, 순이익은 35% 증가했다. 영업이익률 역시 3.66%에서 5.85%로 1년 만에 2.19%포인트 증가했다.
흥국생명은 2020년에 영업이익이 542억원으로 급감한 뒤 2021년에 2777억원으로 늘어 사상 최대치를 기록한 바 있다. 지난해 3분기 누적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역대 최대치였던 2021년 연간 실적을 훌쩍 뛰어 넘었다. 기저효과에 따른 호실적도 아닌 만큼 임 사장으로서는 관료출신이라는 꼬리표를 떼고 경영능력 입증에 성공한 셈이다.
다만 급격한 금리상승 등 금융환경 변화에 따른 재무 건전성 지표 하락은 취임 2년차를 맞이한 임 사장이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지난해 9월말 기준 흥국생명의 RBC(지급여력)비율은 154.4%로 금융당국 권고치인 150%를 간신히 충족하고 있었다. 하지만 11월 추가 자본확충 없이 56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 조기상환권(콜옵션)을 행사하면서 RBC비율은 150%를 밑돌게 된 것으로 파악된다. 이에 흥국생명은 RBC비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계열사로부터 2300억원을 지원받아 유상증자를 실시했다.
RBC비율은 보험사가 가입자에게 보험금을 제때에 지급할 수 있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다. 지급여력금액을 지급여력기준금액으로 나눈 비율이다. 2020년 연말 172.1%였던 흥국생명의 RBC비율은 꾸준히 하락세를 이어가며 지난해에는 콜옵션 여파로 150%를 밑돌기도 했다.
흥국생명은 "RBC비율 하락의 주된 요인은 금리상승"이라며 "금리상승 여파로 지급여력금액과 지급여력기준금액 모두 줄었지만 지급여력금액이 더욱 가파르게 감소하며 RBC비율이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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