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승주 기자] 한국카본이 올해 임원 퇴직금 지급 규정을 변경하면서 오너2세의 ‘아름다운 퇴장’을 준비하는 모양새다. 특별공로금을 퇴직금 100% 한도 내에서 별도 지급할 수 있도록 하면서 오너일가의 퇴직금 산정액이 크게 확대될 예정이라서다. 특히 이명화 한국카본 부회장의 경우 올해 보수 인상과 특별공로금을 감안하면 일년 새 퇴직금 규모가 7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카본은 올해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임원 퇴직급 지급 규정 개정의 건’을 가결시켰다. 특별한 공로가 있는 임원에 지급하는 특별공로금을 퇴직금의 100% 한도 내에서 별도 지급할 수 있다는게 주요 골자다. 당초 이 회사의 임원 퇴직급 지급 규정은 특별공로금을 퇴직금에 포함시킨다고 명시해왔다.
이에 따라 한국카본의 오너일가가 수령할 퇴직금도 크게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앞서 이 회사가 등기임원의 보수한도를 200억원으로 4배 증액한 데 더해 퇴직금의 100%에 달하는 특별공로금을 추가로 지급하도록 명문화했기 때문이다. 결국 회사 입장에선 소득세법 규정에 따라 최대 3배 수준으로 한정됐던 퇴직금 지급배율을 사실상 6배까지 늘릴 수 있게 된 셈이다.
임원의 퇴직금 산정은 통상 퇴직 전 1년 간 급여를 기준으로 한다. 월 평균 보수에 근속연수와 퇴직금 지급배율을 곱하는 방식이다. 한국카본은 회장이나 대표이사를 역임한 임원에게 퇴직금 지급배율을 최대로 부여하고 있다. 결국 조 회장이 하반기에도 같은 수준의 보수를 받는다고 가정하면 퇴직금은 최대 603억원에 달한다. ▲보수 28억6000만원 ▲근속연수 42.167년(506개월) ▲퇴직금 지급배율 3배 ▲특별공로금(퇴직금의 100%)을 단순 계산한 결과다.
해당 공식을 이 부회장에 적용하면 퇴직금 규모만 7배 이상 확대된다. 그는 지난해 상여금 포함 12억5000만원의 보수를 수령했으며 지난해 말 퇴직금은 약 50억2600만원(근속기간 193개월 기준)으로 추산된다. 올해 이 부회장은 상반기에만 전년 대비 360.3% 증가한 21억98000원의 보수를 받았다. 특별공로금과 근속기간(연말 기준 205개월)을 감안하면 이 부회장의 퇴직금은 최대 375억4400만원에 이를 전망이다. 불과 일년 만에 7.47배 증가한 수치다.
사실 이 같은 퇴직금 산정과 지급에 대한 법적 문제는 없다. 다만 오너일가가 이사회를 장악하며 가족경영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상황이라 소액주주들이 과도한 퇴직금 지급을 막을 방법도 없다. 실제 한국카본은 정관 제40조 ‘이사 및 감사의 보수와 퇴직금’을 통해 “이사와 감사의 퇴직금 지급은 주주총회 결의를 거친 임원 퇴직금 지급규정에 의한다”고 명시했다. 별도의 주주총회 없이 이사회 의결만으로 퇴직금 산정·지급을 결의할 수 있다는 의미다.
특별공로금 역시 마찬가지다. 한국카본은 올해 임원 퇴직급 지급 규정을 변경하며 지급 과정을 기존 '인사위원회→대표이사 승인'에서 '공적 조서 첨부→이사회 의결'로 바꿨다. 대표이사 개인의 단독 승인으로 퇴직금을 과다 지급할 경우 직권남용 또는 배임 책임을 질 수 있다는 점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결국 이번 개정이 지배구조 개선 작업으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퇴직금 지급에 명분을 제공하는 근거 조항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게 업계의 중론이다.
이와 관련 이남우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은 “임원에 대한 퇴직금 지급은 단순히 절대적인 금액은 물론 회사 내 기여도와 경쟁사 대비 합리성까지 갖춰야 하는 부분”이라며 “과도한 퇴직금 지급이 단행되는 것에 법적 문제는 없지만 이는 현재 자본시장의 상식엔 부합하지 않는 행위”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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