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승주 기자] 조문수 한국카본 회장의 ‘장남’ 조연호 사장이 대관식을 준비하는 모양새다. 한국신소재 합병과 지분 증여로 최대주주 자리에 오른 이후 대표이사직까지 꿰차며 그룹 내 영향력을 키워나가고 있어서다. 다만 아직 경영능력을 입증한 적이 없다는 점은 발목을 잡는다. 2023년부터 조 사장이 이끌어온 한국항공기술케이에이티(KAT)의 경우 장기간 적자 구조를 탈피하지 못하고 결국 모회사에 흡수합병됐다.
한국카본은 올해 조연호 전략기획실장 전무를 대표이사 사장으로 승진시키고 사내이사로 선임했다. 이와 관련 회사 측은 “주요 직책을 역임한 경영 및 사업운영 분야의 전문가로서 조선·항공산업 전반에 대한 풍부한 경험과 폭넓은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회사의 사업 경쟁력 강화와 지속 성장에 기여할 적임자로 판단했다”고 설명한다.
1994년생인 조 사장은 영국 임페리얼 칼리지 항공공학과를 졸업하고 2016년 한국카본에 입사했다. 이후 그는 2023년 만 29세의 나이에 전략기획실장 전무로 승진했으며 올초 대표이사로 초고속 승진했다. 이외에도 조 사장은 2023년부터 한국카본의 자회사인 KAT 대표이사, 한국글로벌솔루션 부사장 등을 역임하며 경영 수업을 이어 왔다.
현재 조 사장은 한국카본 지분 23.58%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오너가의 가족회사였던 한국신소재와 한국카본의 합병, 조 회장의 지분 증여, 전환사채에 대한 전환청구권 행사의 결과다. 구체적으로 조 사장의 보유 지분율은 2023년 3분기 말 3.72% 수준이었으나 당해 10월 한국신소재 주주에게 배정된 합병 신주를 통해 13.86%까지 확대됐다. 또 이듬해에는 6월과 12월 두 차례에 걸쳐 총 9%의 지분 증여가 이뤄졌다.
물론 아직 한국카본에서 조 회장의 영향력은 여전하다. 1958년생으로 60대에 불과하고 최근 회사의 외형을 수 배 이상 키워오며 업계에서도 전문성과 통찰력을 갖춘 인물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나아가 현재 한국중견기업연합회 수석부회장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이에 아들에게 지분 증여를 서두른 이유는 가업상속공제 요건을 충족하기 위한 조치였다고 알려진다.
다만 한국카본 내부적으로는 조 사장 시대를 맞이하기 위한 준비작업이 한창인 모습이다. 조 사장이 사내이사진에 진입한 뒤 미국법인에 2000만달러를 출자, 현지 생산거점 확보에 나선 것이 대표적이다. 이에 더해 회사는 지난달 KAT·립스·한국글로벌솔루션·에이치씨네트웍스 등 4개 자회사를 소규모 흡수합병하기로 결정했다. 그동안 분산돼있던 기술과 인력, 연구개발 및 사업운영 기능을 통합하고 사업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골자다.
문제는 아직 조 사장이 자신의 경영능력을 입증한 적이 없다는 것이다. 그는 2021년 KAT 등기이사직에 오르고 2023년 대표이사로 취임하며 경영에 나섰다. KAT는 추력시험장비, 프로펠러, 유·무선무인기 분야에서 정부 주도의 연구개발 및 사업을 수주해왔으나 적자 구조를 면치 못했다. 실제 KAT는 지난해 5억1440만원의 매출을 올렸으나 같은기간 12억2927만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올해 상반기에는 매출이 1억4000만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7.1%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결과적으로 홀로서기에 실패한 조 사장에겐 한국카본이 전개하는 사업 확장에 대한 성과가 절실하다. 이 과정에서는 올해 3월 영입된 윤남균 담당(전 국방과학연구소 수석연구원), 조향집 전략기획부문장(전 코오롱인더스트리 전략기획 전무), 이우영 C.I사업관리담당(전 국방과학연구소 원가담당) 등 외부인재들의 역할이 중요해질 전망이다.
시장 관계자는 “조연호 사장이 부친의 지분 증여 등으로 한국카본의 최대주주가 됐지만 아직 헤쳐나가야 할 과제가 많다”며 “한국카본의 추진하는 신사업에서 그럴듯한 성과가 도출돼야 경영 승계의 명분이 생길 것”이라고 내다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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