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배지원 기자] 초고가 주택을 중심으로 정비사업이 탄력을 받으면서 대규모 멸실 수요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반면 수도권 주택 공급은 이미 크게 부족한 상황인 만큼 정비사업에 따른 이주·멸실이 본격화하면 임차시장 불안이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자본시장전문미디어 딜사이트는 8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도시정비 대전환기: 바뀌는 서울 지형도'를 주제로 '2026 부동산개발포럼'을 개최했다.
채상욱 커넥티드그라운드 대표는 ‘2027년 주택부동산 시장 전망-8·3정책과 8·13 정책이 만들 부동산 임차시장 불안을 대비하라’를 주제로 발표했다.
채 대표는 이번 8·13 공급대책에서 이주비 대출 규제가 완화된 점을 정비사업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정책으로 꼽았다. 올해 4월 금융위원회가 가계부채 총량관리에서 이주비 대출을 예외로 인정한 데 이어 주택금융공사가 건설사의 조합원 이주비 초과 대출을 보증할 수 있도록 제도가 마련됐다는 설명이다.
그는 “이주비 대출이 6억원으로 제한되니, 정비사업을 촉진하기 위해서는 주택금융공사가 보증을 서고 건설사가 이주비 대출을 해주면 되는 것 아니냐는 방향으로 제도가 흘러갔다”며 “이주비 대출 한도가 풀리면서, 건설사는 수주 영업을 하면서 높은 이주비 대출을 약속하게 됐다”고 밝혔다.
다만 서울 주요 정비사업을 제외하면, 일정 수준 이상의 주택가격과 분양가가 확보되지 않는 지역에서는 사업 자체가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는 “분양가가 충분히 원가를 감당하지 못하는 지역에서는 자연스럽게 정비사업의 퇴출 지역이 나온다”며 “현재 정비사업은 서울의 14억원 이상 주택들을 대상으로만 돌아갈 수 있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서울시는 모아타운이나 신통기획 등을 통해 행정적인 정비구역 지정을 지정하고 있지만, 실제 사업 집행 단계에서는 사업성이 부족해 정비사업에서 퇴출되는 사업장들이 나올 수 있다는 게 채 대표의 설명이다. 특히 분양가가 사업비를 충분히 감당하지 못하는 지역에서는 구역 지정과 별개로 실제 사업 추진이 어려울 수 있다는 지적이다.
채 대표는 정비구역 지정과 실제 사업 진행의 차이를 수도관에 비유했다. 그는 “상수도는 시원하게 틀었는데 하수도가 막혀 물이 역류하는 상황”을 언급하며 정비사업 지정 확대만으로 실제 공급이 늘어나는 것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수도권 공급 부족 ‘4년째’…올해 공급목표 27만호 달성 어려워
문제는 정비사업의 양극화가 수도권의 누적된 공급 부족과 맞물릴 수 있다는 점이다.
채 대표는 10년 단위로 수립되는 정부의 제3차 장기 주택종합계획을 근거로, 수도권에서 연평균 약 27만호의 주택이 공급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금 주택시장의 문제는 2022년부터 2025년까지 4개년 동안 주택 공급 부족이 누적돼 있다는 것"이라며, 새 정부의 공급 계획(올해 26만9000호, 내년 24만6000호)이 이 누적 부족분을 별도로 해소하기보다 장기 평균 수준에 그대로 맞춰져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비아파트 공급 물량이 크게 줄었다. 서울 오피스텔 준공 물량은 평년 약 2만호에서 최근 약 2000호로 줄었다. 채 대표는 "오피스텔은 서울 기준으로 평균 2만호 정도 준공되는데 요즘은 2000세대 준공된다"며 "10분의 1토막이 났다"고 말했다.
다세대·다가구 등 비아파트 역시 같은 흐름으로 위축됐는데, 그는 이를 전세보증금을 활용한 '공급자 금융' 구조의 붕괴로 설명했다. 2022년 하반기 금리 상승과 전세사기 여파로 전세가격이 하락하면서, 임차인의 전세금으로 사업비를 충당하던 비아파트 공급 구조 자체가 무너졌다는 것이다.
채 대표는 "올해 26만9000호를 공급해야 하는데 7월 말 기준으로 보면은 수도권 공급은 7만7000호에 불과하다“며 ”남은 5개월 동안 19만호를 착공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지금과 같은 속도라면 연간 목표 달성이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다.
◆저가 주택 이미 전월세 상승…‘실거주주의’ 등장에 초고가주택도 상승 전망
공급 부족의 충격은 이미 서울 저가 주택을 중심으로 전월세 시장에서 나타나고 있다. 채 대표는 “6억과 10억 정도 되는 서울 1분위, 2분위 지역의 전세·월세 가격이 이미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며 “비아파트의 4년 감소로 인해 공급 부족이 누적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현재 서울 초고가 지역의 전월세 가격은 상대적으로 안정적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앞으로 정비사업 이주·멸실과 실거주주의가 본격적으로 작동하면 초고가 임차시장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채 대표는 “내년 말까지 8·3과 8·13대책이 작동해 실거주주의가 정착하게 되면, 초고가주택 실거주가 늘어나면서 퇴출해야 되는 임차인들이 많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2027년 하반기가 되면 서울 5분위 지역에 있는 임차료는 굉장히 높은 상승 압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했다.
정비사업 이주·멸실이 본격화될 가능성도 임대차 시장의 변수로 꼽았다.
채 대표는 “8·13대책을 서울 재건축 아파트에 사업 추진을 서두르라는 강력한 메시지”라고 해석했다. 2027년 말까지 멸실 등 일정 단계에 이르지 못하면 보유세 부담이 커질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그는 “과거 2017년에도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를 피하기 위해 재건축이 빠르기 진행됐다”며 “이주비 대출 규제가 완화된 만큼, 민간 건설사 주도로 임대차 환경을 완전히 헤집어 놓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마지막으로 채 대표는 “앞으로 한 2년간 서울의 초고가 정비사업에 엄청난 러시가 있을 것”이라며 “그것이 만들어내는 임대차 시장의 변화는 굉장히 처참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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