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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건축 넘어 여의도 바꾼다"…주민자치 연대 첫발
최지혜 기자
2026-08-21 07:00:00
1만3000가구 연대…관리비 절감부터 국제학교 유치까지
이 기사는 2026-08-20 07:00:00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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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경민 여의도 입주자대표회장. (사진=최지혜 기자)

[딜사이트 최지혜 기자] 여의도 재건축이 아파트를 새로 짓는 정비사업을 넘어 주민자치의 새로운 구심점으로 확장되고 있다. 단지별 재건축 추진으로 주민 조직이 활성화되면서 개별 아파트의 이해관계를 넘어 교통과 교육, 생활환경 등 여의도 전체의 도시 경쟁력을 주민 스스로 챙기려는 움직임이다.


여의도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 연합회는 17~20개 단지, 1만3000여가구를 하나의 생활권으로 묶는 주민자치형 거버넌스를 구축한다는 구상이다. 재건축 조합이 소유주의 자산 가치와 정비사업 추진에 초점을 맞춘다면 입주자대표회의는 전·월세 세입자를 포함한 실제 거주민의 생활환경을 대변한다는 점에서 역할이 다르다.


오경민 여의도 입주자대표회장은 딜사이트와 만나 “재건축을 한다고 해서 이주 전까지 수년간 동네를 방치할 수는 없다”며 “집을 부수고 새로 짓는 것뿐 아니라 새 아파트가 들어설 때까지 주민들이 어떻게 살아가고 단지를 관리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에서 연합회가 출발했다”고 말했다.


이어 “조합은 소유주의 자산 가치를 대변하지만 입주자대표회의는 전·월세 세입자까지 아우르는 실거주민의 모임”이라며 “재건축 국면에서도 실제 살고 있는 사람들의 주거환경과 삶의 질을 지키는 주민자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개별 단지를 넘어 여의도 전체를 하나의 생활권으로 묶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 단지마다 재건축 진행 속도와 이해관계가 다른 만큼 정비사업 자체에 공동 대응하기보다 주민들이 공통적으로 겪는 생활 문제와 도시 인프라 개선에 힘을 모으겠다는 것이다. 전임 입주자대표회의 회장들도 연합회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해 회장 교체에 따른 조직의 단절도 최소화했다.

그는 “여의도는 1만3000세대가 넘는 하나의 거대한 타운 구조”라며 “단지별로 쪼개져 각자도생하기보다 정기적으로 만나 운영 경험과 성공 사례를 공유하고 여의도 전체의 도시 가치를 끌어올리는 구심점이 되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 관리비 절감부터 국제학교까지…단지 밖으로 넓힌 의제


주민 연대의 효과는 거대 담론에만 머물지 않는다. 당장 이주하기 전까지 발생하는 아파트 관리비와 시설 유지비를 줄이는 것도 연합회의 주요 역할이다. 단지별 입주자대표회의가 공사 견적이나 업체 계약 사례를 공유하면서 개별 단지의 정보 부족에 따른 비용 지출을 줄이는 방식이다.


실제 한 단지에서는 2000만원 수준의 견적을 받은 도색·차선 작업을 입주자대표회의가 직접 공정을 챙겨 200만원 수준에서 처리한 사례도 나왔다. 분리수거 업체 계약이나 장기수선충당금 집행 등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관리 업무 역시 단지 간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


그는 “재건축을 앞두고 몇 년 뒤 이주한다고 해서 관리비를 함부로 쓸 수는 없다”며 “각 단지가 계약 조건과 관리 노하우를 투명하게 공유하면 주민들이 부담하는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연합회가 첫 번째 중장기 과제로 꺼내든 것은 교육 인프라다. 여의도가 금융중심지로 지정돼 글로벌 금융허브를 목표로 하고 있지만 외국계 금융회사와 전문인력의 정착을 뒷받침할 교육환경은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는 판단이다. 이에 여의도 내 LH 부지를 활용한 '도심형 국제학교' 유치를 추진하고 있다.


오 회장은 “여의도에는 금융·업무·문화 인프라가 갖춰져 있지만 교육이 빠져 있다”며 “글로벌 금융허브를 표방하면서 외국인 인재와 전문직 종사자의 자녀가 다닐 국제학교가 없다는 것은 도시 경쟁력 측면에서 보완해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국제학교를 대규모 캠퍼스가 아닌 고밀도 도심에 맞는 형태로 조성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학교 건물은 수직으로 배치하고 운동장이나 체육시설 등은 한강공원과 주변 공공시설을 공동으로 활용하는 방식이다.


오 회장은 “과거처럼 넓은 부지에 운동장과 수영장을 모두 갖춘 국제학교만 생각할 필요는 없다”며 “주변 한강공원이나 체육시설을 공유하고 건물을 수직화하는 도심형 모델을 적용하면 제한된 부지에서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다만 실제 국제학교 유치까지는 제도적 과제가 남아 있다. 연합회는 금융중심지에도 외국 교육기관을 설립할 수 있도록 관련 법령을 손질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이를 위해 주민 5000여명의 서명을 확보해 국회와 교육 당국, 지방자치단체 등을 상대로 의견을 전달하고 있다.


◆ 정치권에도 주민 목소리…상설 거버넌스 목표


정치권과 지방자치단체를 상대하는 방식에도 변화를 예고했다. 특정 정치인이나 정당을 지지하는 조직이 아니라 주민들이 직접 지역 의제를 정하고 이를 정치권에 요구하는 형태다. GTX-B 환기구와 불꽃축제에 따른 소음·주차 문제, 제2세종문화회관 등 개별 단지만으로 대응하기 어려웠던 현안에 공동 대응한다는 계획이다.


오 회장은 “선거철에 정치인이 찾아와 공약을 제시하고 주민들이 이를 선택하는 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주민들이 필요한 정책을 먼저 만들고 정치권에 전달해 실제 정책으로 이어지는지를 확인하는 구조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특정 정당이나 이념에 얽매이지 않고 여의도 주민의 권익과 지역 현안을 얼마나 충실하게 챙기는지를 기준으로 보겠다”고 덧붙였다.


연합회의 최종 목표는 재건축 이후에도 존속하는 주민자치 플랫폼이다. 재건축이라는 공통 현안을 계기로 만들어진 단지 간 연결망을 향후 교육과 교통, 문화, 생활환경 등 지역 전체의 문제를 다루는 상설 거버넌스로 정착시키겠다는 것이다.


그는 “재건축이 끝나고 새 아파트가 들어선 뒤에도 주민들의 삶과 도시 가치를 챙길 조직은 필요하다”며 “개인의 정치적 목적이 아니라 여의도를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기 위한 풀뿌리 주민자치 플랫폼으로 이어가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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